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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5 16:23 수정 : 2006.07.25 16:59

(사진=이정국 기자)

“카드 가맹점 반납하겠다” vs “소비자 혜택 커지는데”

승용차 운전자 이아무개(38)씨는 주유할 때 신용카드를 꼭 챙긴다. 신용카드로 기름값을 지불하면 최고 100원의 할인혜택뿐 아니라 카드 적립포인트까지 챙길 수 있다. 이씨는 “주유할 때 신용카드 계산은 필수”라며 “현찰이 없이도 주유가 가능해 편리하기도 하지만, 기름값 절감 효과도 톡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의 이러한 ‘유테크 전략’도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신용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한 신용카드 기름값 할인·적립 서비스가 주유업계의 반발로 중단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들이 기름값이 치솟는 틈을 이용해 앞서거니뒤서거니 주유카드의 할인 폭을 키워 ‘비교 우위’를 점하려 하자, 주유업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최근 7개 전업 카드사와 16개 카드 취급 은행, 여신금융협회에 공문을 보내 “카드사들이 주유소 가맹점을 볼모로 무리한 할인마케팅 경쟁을 펼치면서 경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과도한 마케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국 1만2천여 주유소가 카드가맹점 해지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유지됐던 신용카드사와 주유업계의 제휴할인서비스가 삐걱거리는 데는 카드사와 은행이 할인금액이나 포인트 적립 수준을 올해 들어 80원에서 최고 150원까지 높이면서부터다. 현대카드는 전국 4대 주유소(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오일)에서 주말에 현대카드S로 기름을 넣을 경우 리터당 1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새 서비스를 최근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주유소협회가 ‘가맹점 해지’라는 초강수까지 들먹이며 카드업계를 견제하고 나선 데는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200원까지의 추가 할인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안 그래도 주유소 업주들은 그동안 제휴카드 할인 분담금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다.

주유업계는 지난해 10월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카드사 등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려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주요소에서는 리터당 평균 40원 정도의 이익이 남는데, 이 가운데 카드사에 평균 리터당 23.1원을 내는 상황에서 할인 폭을 키우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주유소협회는 건의문에서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세후 공장도가격을 올려 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유소 신용카드 도입시 적용된 1.5%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그대로 유지돼 주유소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며 “수수료율을 1.0% 이하로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카드사의 할인폭 확대는 주유업자들의 경영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할인폭이 100원까지 커질 경우 주유소의 분담금은 30원까지 늘어난다. 주유소 사장들은 할인·적립액의 80~90%를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지만, 할인·적립금액이 커질 경우 분담비율에 상관없이 점주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 주유소 사장들 “카드사 과당경쟁에 주유소만 ‘출혈경쟁’ 내몰려”

협회는 “주유소 가맹점 수수료는 요율이 1.5%로 전체 여타 업종 가맹점 중 가장 낮지만 지난달 기준 평균 수수료가 ℓ당 23.1원 가량이어서 ℓ당 평균 40원 정도의 마진 폭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담스런 수준인데 이에 더해 카드 할인 적용 폭이 커지면서 주유소간 출혈경쟁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그러나 카드사들은 지난해 9월 우리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무시한 채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면서 주유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대리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도 공문을 보내 카드사들의 이런 '과당 경쟁'에 대한 입장과 제재 여부를 질의해 놓은 상태”고 덧붙였다.

주유소 사장 신아무개씨는 “할인액이 커지면서 주유소 점주가 부담해야 할 분담금의 절대 액수도 커지지만 문제는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할인혜택 때문에 주유소간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해져 주유소 마진이 떨어진다는데 있다”며 “신용카드사가 카드 수수료 인하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사의 홍보를 위해 기름값 할인서비스를 내거는 것은 결국 주유소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다른 주유소 업주인 김아무개씨도 “신용카드 가맹점이 돼 제휴할인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손님이 거의 없다”며 “할인 서비스로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이 되는 반면 주유소 입장에서는 ‘출혈경쟁’ 이외에 별다른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이 업주들의 가장 큰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 카드업계 “소비자 혜택인데, 주유업계가 예민한 반응”

카드사 출혈 경쟁
반면, 카드업계는 “소비자들의 혜택이 커지는 것인데, 주유소협회 쪽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역시 다른 분야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주유소 가맹점들이 내는 수수료 요율은 1.5%로 다른 업종의 가맹점(2.5~3%)들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주유 할인금액의 80~90%를 카드사가 부담하고 있어 주유소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드업계의 올해 순익은 얼마나 될까.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이 올린 순익은 5264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를 냈던 삼성카드도 올 1분기 757억원의 흑자를 냈고 LG카드가 3536억원, 현대와 롯데가 251억원과 43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자산건전성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03년말 -5.4%였지만, 지난해말 18.99%, 지난 1분기 22.36%로 금감원의 경영지도비율(8%)을 2배 이상 웃돌고 있다. 미래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도 올 1분기 카드사들은 2조6051억원으로, 금감원의 권장기준을 초과했다. LG카드는 자산 건전화를 위해 1분기 8373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 고정이하 여신대비 175.01%를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현대카드는 올 1분기 1357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 지난해 고정이하 여신 대비 적립률 123.45%보다 훨씬 많은 141.96%를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삼성카드도 올 1분기 1조492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 121.38%로 충당금 규모를 늘렸다.

◇ “카드업계-주유소 할인 신경전…소비자 ‘우롱’”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여신금융협회가 주유소협회의 가맹점 해지 압력(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대될 기미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 손해보험사 등도 신용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에도 대한약사회와 음식업중앙회, 학원중앙회 등이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했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과 제휴 할인을 둘러싼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빠져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 제휴 카드 할인 또는 적립서비스가 없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은 더 커진다. 이씨는 “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할인 서비스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었는데 이마저 없어질 경우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의 유류비 부담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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