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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5 11:11 수정 : 2006.06.15 11:25

2006 독일월드컵 토고와의 경기가 열린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꼭짓점댄스 응원 동호회 회원들이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초미니스커트 · 탱크톱 · 홀터넥 · 백리스…
더 과감하고 개성있게 자르고 붙이고 ‘튜닝’
소품 활용도 태극기·두건 줄고 젤리시계 등 다채


지난 12일 저녁 8시께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급한 공개 질문이 올라왔다. “제가 내일(13일) 당장 입어야 하는데요. 월드컵 패션과 어울리는 미니스커트나 초미니 스커트 파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많~이 급하거든요.”

월드컵 패션이 진화하고 있다. 섹시함을 추구하는 도발적인 노출은 2002년 월드컵 때보다 더욱 과감해졌다. 2002년에는 그래도 ‘지정복’은 빨간 티셔츠와 청바지였지만, 2006년은 25㎝ 이하의 초미니 스커트에 등이 훤히 드러나는 백리스 차림까지 등장하고 있다.

13일 한국-토고 경기를 기점으로 다시 거리 응원에 나선 200여만명의 옷차림은 이제 월드컵 응원이 스스로 온전히 즐기며 뽐내는 축제임을 보여준다. 젊은이들은 옷차림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과 건강미, 섹시함을 한껏 표현하고 있다. 태극기나 두건이 주류였던 장식품도 붉은색 휴대폰, 젤리 시계, 야광 머리띠 등으로 다채로워졌다.

■ 야!한 밤거리 = 2006년 월드컵 거리 응원에 나선 젊은이들에겐 배꼽, 등, 어깨가 맨살로 드러나는 데 대한 거리낌이 별로 없다. 배꼽티나 초미니 스커트는 물론 엉덩이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핫팬츠를 걸친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윗옷은 ‘탱크톱’이나, 듬성듬성 가위질해 맨살이 보이는 티셔츠, 목 뒤로 끈만 묶은 채 등을 내보이는 ‘홀터넥’도 적지 않다. 붉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서울시청 앞에서 토고전 길거리 응원에 나섰던 송하영(25·서울 성동구)씨는 “지난 주말 구입한 미니스커트를 5cm쯤 더 잘랐고, 2002년 때 갖고 있던 붉은색 티셔츠도 밑단을 좀더 잘랐다”며 “이게 더 편하고 예쁘고, 나를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송씨의 친구 2명의 옷차림도 비슷하다. 이들은 “월드컵 응원 때만큼 한국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때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과장은 “공동체 의식, 통일성이 도드라졌던 2002년에 비해 올해는 훨씬 과감하고 섹시해졌다”며 “브라질 카니발에서 옷을 통해 자신을 한껏 드러내는 것처럼 즐거움, 정열, 섹시함이라는 공통의 코드로 다양한 월드컵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상업성과 개성 = 월드컵 패션은 올 상반기 미니스커트가 전국을 휩쓸었던 것과 자연스레 맞물리며 더욱 진화하고 있다. 트렌드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의 문지연 선임연구원은 “4년 전과 달리, 월드컵 개막 전부터 넘쳐났던 월드컵 활용 광고 등장 모델들의 옷차림도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2002년 월드컵 특수를 놓쳤던 의상 업체들도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였다. 정통 스포츠웨어는 물론, 일부 여성캐주얼 브랜드까지 월드컵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옷들도 대개 몸에 달라붙고, 목선이 더 파인 ‘섹시 코드’ 의상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자르고, 덧붙이는 ‘튜닝’까지 감행한다. 의류회사 ‘더뷰’의 김명희 디자인팀장은 “자르는 건 물론 기존 티셔츠에 하틱스(광택 나는 문양)를 박거나, 레이스를 목에 두르는 등 자기만의 스타일로 고쳐 입는다”고 말했다. 축제에 입고 갈 자신만의 드레스를 만드는 것이다.

■ 줄어드는 태극기 = 2002년, 걸치고 두르고 매달았던 태극기는 눈에 띄게 줄었다. 문 연구원은 “애국심이 줄어들어서라기보다, 축제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더욱 강하게 반영된 게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최경원 디자이너는 “4년 전에는 젊은이들이 태극기를 두건이나 치마로 이용한다든지, 손목에 감는 등 디자이너를 뺨치는 창의성과 세련미를 보여줬는데, 월드컵 패션이 상업화하면서 되레 태극기 활용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정작 젊은이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회사원 조원희(30·여·경기 부천)씨는 몸에 달라붙는 붉은색 탱크톱을 걸치고, 짧은 미니스커트 안에 타이츠를 입은 채 13일 밤 서울 세종로를 누볐다. 자신만의 겹쳐입기(레이어드) 연출이었다. 조씨는 말했다. “광장과 축제라는 열린 문화가 없었던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이 그대로 광장과 축제가 됐다. 대중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연출하며 승리를 즐긴다.” 임인택 이재명 조혜정 기자 imit@hani.co.kr



■ 2002년과 달라진 응원풍경

독일월드컵 한국-토고 경기가 열린 13일 밤, 4년 만에 재연된 거리응원 모습은 2002년과는 사뭇 달랐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도깨비뿔 모양의 발광 머리띠. 2천원 정도에 팔린 이 머리띠는 서울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등에 모인 시민들 대부분이 착용하고 응원에 나서, ‘지정 응원복’ 빨간 티셔츠를 잇는 ‘대박상품’이 됐다. 이 머리띠를 수입·판매한 ‘반디야’의 김정기 팀장은 “중국에서 수입한 10만개 정도가 다 팔려 나갔다”며 “월드컵 시작 전에 50만개 정도 수입된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 업체들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두 개를 부딪쳐 박수소리를 대신하는 막대풍선과 야광막대 등을 이용해 응원에 흥을 돋우는 사람들도 훨씬 많아졌다.

도깨비뿔 머리띠 대박 … 응원장소 쓰레기장 씁쓸

한국축구대표팀이 토고와 독일월드컵 첫경기를 가진 13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응원전을 마친 시민들이 쓰레기를 두고 귀가해 실종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응원도구와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상은 2002년보다 젊어졌다. 이 때문인지, 김밥이 ‘휩쓸던’ 먹을거리 종류에 샌드위치, 햄버거, 토스트 등이 가세했다. 인도를 따라 죽 늘어선 젊은 노점상 가운데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뿔 머리띠를 판 최아무개(22)씨는 “용돈도 벌고 응원도 하고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응원도구와 음식물 포장지 등은 시민들이 떠난 뒤 그대로 남아, 응원 장소를 쓰레기장으로 바꿔놓았다. 주변을 스스로 치우고 집으로 돌아갔던 2002년과 달리, 시민들은 승리의 기쁨만 만끽한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특히 대량 배포된 무료신문들은 방석 대용으로 쓰이다 그대로 버려지고 밟혔다. 서울광장을 청소한 중구청 청소행정과는 “환경미화원 125명을 투입해 14일 새벽 5시까지 청소를 했다”며 “쓰레기 100여톤을 수거했는데, 이는 2002년보다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 1톤 트럭에 몇십명씩 올라타거나 승합차 문을 열고 매달린 채 환호성을 지르며 도로를 질주하는 ‘응원 폭주족’도 적지 않았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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