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30 18:54
수정 : 2006.05.30 18:54
비싼 디지털TV 매달 사용료
나중에 잔금 내면 ‘자기 것’
‘텔레비전도 빌려쓴다?’
컴퓨터나 노트북에 이어 텔레비전과 같은 가전제품도 일정 기간 빌려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수백만원씩 하는 값비싼 엘시디(LCD)나 피디피(PDP) 텔레비전을 월 사용료를 내고 2, 3년 동안 장기임대해 쓰는 방식이다.
30일 가전제품 유통업체 대봉에스앤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업체는 리스회사 등을 선정하는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텔레비전 임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달 일정 사용료를 내면 최대 3년까지 대형 디지털 텔레비전을 빌려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의 잔존가치를 지불할 경우 소유할 수도 있는 새로운 유통방식”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300만원짜리 디지털 텔레비전은 다달이 10만원 정도를 내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2년 동안 사용했다면 240만원의 사용료를 뺀 나머지 60만원을 일시불로 지불하고 텔레비전을 자신의 것으로 전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회사 쪽은 일단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를 상대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점차 일반 소비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제품을 일정기간 빌려쓰고 사용료를 내는 ‘리스 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한 곳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취급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면서 전체 리스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시장도 임대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최근에는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빌려주는 임대서비스도 등장했다. 1년여 전 중소기업을 상대로 컴퓨터 임대사업에 뛰어든 한국휴렛패커드(HP)는 올해 서버와 복합기로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이 회사의 김대환 마케팅 이사는 “초기 투자비용을 아끼고 현장에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가전사와 유통사들은 텔레비전 임대서비스가 자리를 잡을지 불투명하다는 반응이다. 리스 사업이 기계·설비에 이어 자동차, 사무기기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라지만, 소유 개념이 강한 영상가전 분야에 어느 정도 먹힐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채권·채무 관리와 같은 사업구조가 너무 복잡한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디지털 텔레비전이 워낙 고가인 점을 고려하면 초기 설치비용이나 투자비를 절감하려는 필요에 의해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뿌리를 내릴 여지가 없지는 않다. 디지털 텔레비전 임대서비스는 북미시장에서 전체 유통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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