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공제조합 도입’ 아는 사람 거의 없어
‘소비자 보상한도 350만원’ 현실과 맞지 않아
올해 초 다단계업체에서 건강식품 등 250여만원어치의 물품을 산 강선숙(53)씨는 구입물품을 반품하려 했으나 업체가 거절하자 수소문 끝에 공제조합을 찾았다. 공제조합이 일정 한도 안에서 피해보상을 해준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씨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피해 보상에 필요한 공제번호통지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단계업체 판매원으로 일하려고 지난해 12월 1천만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한 박아무개씨는 자신이 속한 업체가 공제조합에 거래중지가 돼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데다 공제조합계약증서까지 사무실에 버젓이 붙여놓아 당연히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다.
다단계업체들의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보상 제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해 피해자만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 다단계 판매의 피해를 막기 위해 2003년부터 도입된 공제조합 제도가 유명무실화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와 함께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제조합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다단계 판매업자들이 일정 금액을 출자해 설립된 기구로,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대신 보상해주는 기구다. 2002년 방문판매법 개정에 따라 2003년부터 도입됐으며, 다단계판매업자는 의무적으로 공제조합에 가입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피해 보상이 제대로 안되는 데는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과 함께 공제조합의 형식적인 가입 심사도 한몫 하고 있다. 다단계 업체가 공제조합에 가입 신청을 하면 조합은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벌인 뒤 가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사무실을 옮겨다니면서 불법 행위를 하는 다단계 업체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관계자는 “가입심사를 철저히 해도 몇달 뒤 작심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업체에 대해서는 조합으로서도 걸러낼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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