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티셔츠 진품(왼쪽)과 짝퉁(오른쪽)은 사진상으로 구별하기가 거의 어렵다. 아디다스 제공
|
“원단과 바느질이 다르다” 서로 품질 내세워
비상걸린 정품업체들 모니터링 강화 퇴출 압박
“유사 상품과의 비교를 거부합니다.” 한 유명 온라인장터(오픈마켓)에 올라온 스포츠의류 제품의 광고다. 마치 ‘짝퉁’ 에 대한 ‘진품’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듯하지만, 이 제품 역시 유명 브랜드의 짝퉁이다. “타사의 유사한 상품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이 업체의 광고 문구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원단과 바느질이 품질을 좌우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 짝퉁이 짝퉁을 경계하는 희한한 풍경이다. 최근 짝퉁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이 업체는 광고 맨 앞에 해당 브랜드의 이름을 거명하며, “**** 제품이 아닙니다. 스타일 제품입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빠져나갈 구멍까지 만들었다. 온라인장터에 올라온 짝퉁들의 ‘뻔뻔스러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포츠신발 판매 업체들은 “여러분께서는 지금 국내에서 가장 품질이 뛰어난 ** 운동화를 보고 계십니다”라거나 “똑같은 제품을 굳이 비싸게 살 이유는 없습니다”라며, 은근슬쩍 짝퉁임을 내비치며 구매를 권유하기도 한다. 나아가 “온라인에서 저희보다 1천~2천원 싸게 파는… 하지만 저희 제품은 소재부터 확실히 다릅니다”라며 짝퉁끼리의 품질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17일 옥션, 지마켓, 다음온캣 등 온라인장터의 자료를 종합하면, 스포츠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 등을 중심으로 짝퉁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온라인장터의 특성상 이들을 솎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장터여서 장터 업자는 수수료만 받고 터를 내줄 뿐 입점 업체들이 무엇을 팔든 관여하지 않는 특성 탓이다. 이 때문에 짝퉁으로 피해를 보는 브랜드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전담반을 만들어놓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한바탕 짝퉁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푸마코리아의 여성 스포츠신발 ‘인펄스캣’ 진품과 짝퉁. 박음질이 정교하고 무늬가 선명한 왼쪽 제품들이 진품이고, 오른쪽 것들이 짝퉁이다. 푸마코리아 제공
|
푸마코리아 관계자는 “3명이 교대로 하루 2~3시간씩 온라인장터를 훑어보면서 짝퉁을 가려내고 있다”며 “10만원대 수입 신발의 경우 밀수를 한다고 해도 5만원대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며 “따라서 2만원대에 팔리는 제품은 짝퉁이라는 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하면 하루 50~60건씩 짝퉁 상품들이 발견돼 해당 온라인장터에 통보하고 있지만 온라인장터들이 대부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7~8번을 적발해 통보해도 전혀 조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옥션 등 몇몇 온라인장터들은 최근 브랜드 업체의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확인을 거쳐 문제 상품의 판매를 중지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자체 정화 노력을 하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옥션과 상표권 보호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짝퉁으로 신고해오면 해당 판매업자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판매를 중지시키고 있다”며 “현재 70여개 브랜드가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통보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푸마코리아 관계자는 “요즘 브랜드 업체들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온라인장터에 통보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자료를 수집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라며 “온라인장터의 처분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법정에 소송을 제기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조성곤 기자 cs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