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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매출증가 직결…가전제품까지 확산
높아진 여성 구매력에 이미지 중심 선택 분석
지난해 9월 소망화장품은 새 여성 화장품 브랜드인 ‘코엔자임 큐텐’에 남자 모델인 현빈을 등장시켰다. 남자를 내세우면 남성용인 줄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망설였지만 새로운 광고 컨셉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과감하게 남자를 택했다. 예상대로 초기에는 소비자센터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남자용인지 여자용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줄줄이 올라왔다. 그러나 불과 며칠 되지 않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현빈이 여성 모델의 팽팽한 피부를 찔러보는 내용의 광고가 방영된 지 1주일 만에 시중에서 제품이 품절돼 버렸다. 최근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 광고에서 남자 모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권상우(더 페이스 샵), 현빈(소망화장품) 등 여성용 화장품 광고에서 남자모델을 찾아보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이다. 이제는 가전제품 광고에서도 남자 모델의 활동이 눈에 띈다. 엘지전자의 세탁기 트롬 광고에는 김주혁이,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지펠의 새 광고에는 차인표가 나온다. 이나영·고소영·김남주 등 내로라 하는 여성 스타들이 휩쓸던 여성용품 광고시장을 남자 모델이 휘어잡기 시작한 것이다. 소망화장품 홍보팀 전형화씨는 “이 제품을 사용하면 잘생긴 남자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여성의 기대심리를 활용한 광고가 적중했다”고 말했다. 지펠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기 때문에 남편의 이미지를 가진 남자 모델이 나와 ‘여성을 도와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큰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도 좋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김주혁이 등장하는 광고가 나간 뒤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하루 1천명에서 1만2천명으로 늘었고, 김주혁의 이미지 사진 다운로드 횟수도 기존 여자 모델이 활동할 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소망화장품 전형화씨는 “반응이 좋아 오는 4월 여성용 화이트닝 제품 광고에도 또 다시 남자 모델을 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고평론가 마정미씨는 “여성이 타깃인 제품에 남성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남성 모델 기용은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기 훨씬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은아 광고연구소 연구위원은 “옛날에는 기능 중심으로 제품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 중심으로 제품을 선택한다”며 “멋진 남성이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광고가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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