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6 19:09
수정 : 2006.01.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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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일 아이엔아이스틸이 오스트레일리아 비에이치피 빌리튼사와 철광석 및 철광용 유연탄 조달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직접 현지 광산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며 일관제철소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 사진 현대아이엔아이스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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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당진 송산산업단지 조성 승인
INI스틸 “2011년까지고로2기 건설”
자동차와 철강기업 두바퀴 도약 꿈
5조대 투자비·값싼 중국산 철강 복병
현대·기아차그룹이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을 점화했다. 현대아이엔아이스틸은 16일 충청남도가 당진군의 송산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그룹의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일관제철소 건설에 본격 착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아이엔아이스틸은 올 연말까지 토지매입과 부지 조성공사를 끝내고 내년부터 2011년까지 약 5조원을 들여 연산 700만톤 규모의 고로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대를 이은 숙원사업= ‘쇳덩이부터 완성차’까지 만들 수 있는 사업구조 구축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까지 2대에 걸쳐 내려온 숙원사업이다. 정 회장은 자동차그룹 경영권 승계 이후 몇차례 고로사업 진출을 추진하다 외환위기 이후 사업환경의 갑작스런 악화나 그룹 안팎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었다. 고로사업은 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전기로와 달리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열연과 냉연 등으로 이어지는 일관 공정체제를 갖출 수 있고 고품질의 다양한 철강재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크다. 현대·기아차그룹으로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든 뒤 열연과 냉연을 거쳐 자동차 강판이나 부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구도에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또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인 포스코의 독점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철강업계의 제품 수급 구도에도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04년 10월 아이엔아이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수시로 충남 당진공장을 방문해 “각종 설비의 조기 정상화를 통해 세계 8위의 철강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현대·기아차그룹의 일관제철사업 진출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다. 그룹 관계자는 “일관제철소를 완공하면 아이엔아이스틸의 연간 1700만톤(기존 전기로 1천만톤 포함), 현대하이스코 450만톤, 비엔지틸 30만톤 등 그룹 안의 철강생산량이 2180만톤에 이르러 세계 6위권의 철강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회와 위험 공존= 현대·기아차그룹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통해 외형을 크게 넒힐 수 있고, 자동차 한 업종에 집중돼 있는 사업포트폴리오 상의 위험도를 완화할 수 있게 된다. 2010년까지 연산 650만대 규모의 ‘글로벌 자동차기업’과 더불어 ‘글로벌 철강기업’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그룹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막대한 투자비를 조달하는 게 만만치 않은 숙제이다. 아이엔아이스틸은 계열사 도움없이 자체 영업이익으로 2010년까지 1단계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1단계 투자비를 2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자체 영업이익과 감가상각에 따른 순현금 흐름 등을 감안하면 해마다 7천억원 정도 자체 재원이 있다”면서 “이후 추가 투자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재원조달계획은 현재 철강사업이 잘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세계 철강수급이 악화되거나 시황이 나빠지면 그룹 전체가 투자비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이엔아이스틸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최근 중국산 저가철강재의 수입 급증으로 이익률이 뚝 떨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김주한 박사는 “일관제철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철강시장이 관세도 없고 규제도 거의 해소된 완전 개방상태에서 중국산 저가제품과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것”이라며 “만약 경쟁력 없는 제품을 계열사에서 흡수한다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순빈 최혜정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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