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9 18:58
수정 : 2006.04.04 12:01
타 보니/현대차 투싼 2006년형
자동차 엔진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있다. 90년대 초반 고성능 휘발유 엔진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디오에이치시(DOHC)나 디젤 엔진의 전성기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유행한 커먼레일이 대표적 예다.
최근에는 ‘브이지티’(VGT)가 주목을 끌고 있다. 투싼, 스포티지, 쏘나타 등 연말연시에 잇따라 등장한 새차들이 모두 이 꼬리표를 달았다. 이 가운데 국산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가운데 가장 먼저 브이지티 시대를 연 현대차의 투싼 2006년형(2WD)을 시승했다.
새 투싼의 외관은 알루미늄휠의 디자인이 바뀐 것 외에 달라진 점이 없다. 그러나 새 차를 몰아 본 순간 이전 모델이 비해 몰라보게 달라진 힘의 차이에 놀랐다. 현대가 제원표에 밝힌 최대출력은 143마력으로, 전보다 24%나 높아졌다. 최대 토크도 32kg·m로 23% 향상되어 동급 국산 디젤엔진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전과 같은 2000cc급 디젤이지만 ‘브이지티’라는 장치 하나를 덧대면서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다. 자동차회사들은 오래 전부터 엔진힘을 키우기 위해 배기가스가 빠져 나가는 압력을 이용해, 바람개비 형상의 팬을 돌리고 이 힘으로 외부 공기를 강제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것이 바로 터보 챠저이다. 종전의 터보가 배출가스의 양과 속도를 기계식으로 제어한다면, 브이지티는 상황에 따라 가스가 빠져 나가는 터빈 입구를 가변적으로 늘이고 줄이는 전자제어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저속이나 고속에서 언제나 충분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이 장치의 매력이다.
투싼은 아반떼를 뼈대(플랫폼)로 만든 차여서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 가운데 가장 가볍다. 같은 무게에 엔진만 더 강해졌으니 당연히 몸놀림이 날렵해 질 수밖에 없다. 코너링 성능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굽은 길로 들어서자 타이어가 잠시 소음을 낼 뿐 무게중심을 잃지 않고 버텨주었다. 하체(서스펜션)가 승차감 위주의 부드러운 세팅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새로 조합된 자동·수동 겸용 4단 변속기도 실용적이었다. 수동모드에서 2단으로만 시속 70~80km대 까지 달릴 수 있었다. 일상 도심운전에서 자주 쓰이는 2, 3단 기어의 사용폭이 넓다는 이야기다. 다만 전자제어장치의 간섭이 심해 엔진브레이크를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시속 160km 정도까지는 막힘없이 속도를 붙일 수 있는 가속능력도 인상적이었다. 시속 140km대에서 힘이 부족해 잠시 주춤거리는 현상이 있었던 이전 엔진과는 확실히 다르다. 편의장비도 업그레이드되어 뒷좌석 열선시트나 트립 컴퓨터 등 고급 장비가 새로 더했졌다. 차 값은 등급에 따라 1746만~2314만원으로, 구형 투싼보다 최고 220만원 올랐다. 이 가격이 브이지티의 대가로 합당한지를 가리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김재호 자동차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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