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4 15:57
수정 : 2018.11.1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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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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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등 계열 3사 이사진에 서한
이사 추가 선임·비핵심자산 처분 등 요구
증권가 “주총서 유리한 위치 선점 노린듯”
현대차그룹은 불필요한 공식 대응 자제
“‘벌처’ 논리에 일일이 반응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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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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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초과자본금의 주주환원과 비핵심 자산 처분 등을 요구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을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논의 중인 지배구조 변경안 등에 영향을 미치려는 속셈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취약한 고리를 건드리는 이른바 ‘벌처 논리’가 강하다고 보고 일일이 반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은 지난 13일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이사진에 보낸 서신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컨설팅사 콘웨이 맥켄지의 ‘독립 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고 14일 밝혔다. 엘리엇은 이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로 현대차는 8조~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며 주주들에 환원할 것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500억원)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심 자산 매각도 요구했다. 엘리엇은 “과거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용으로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며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현대차그룹 주력 3사가 지난 2014년 9월 10조원을 들여 매입한 서울 강남구 한전부지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엘리엇은 “현저히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하고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그룹은 기업구조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며,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대응을 자제했다. 앞서 엘리엇의 두 차례 공격에는 즉각 대응했었다. 그룹 관계자는 “1%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벌처펀드의 행동 양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벌처는 동물의 사체를 뜯어먹고 사는 대머리독수리다. 이에 빗댄 벌처펀드는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익을 챙기는 펀드를 말한다.
시장에선 엘리엇의 이번 서한이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강성진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현대모비스의 과도한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기존 주장을 다시 한번 제시한 것”이라고 짚었다. 강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새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가 엘리엇을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 부닥쳐 철회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주주환원 확대 등의 추가 조처를 요구했고,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제안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개선하고 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대체로 상승세였다. 현대글로비스(2.94%)와 기아차(2.30%)가 전날보다 2% 넘게 올랐고, 현대모비스(1.88%)도 강세로 마감했다. 현대차(-0.98%)와 현대차증권(-0.76%)은 소폭 하락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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