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7 12:19
수정 : 2018.11.0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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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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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업체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
내년 싱가포르서 호출서비스 가동 등
전기차 모빌리티 협력 확대키로
럭시 지분 매각 등 국내선 발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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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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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7일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2억5천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올해 초 2500만달러에 이어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린 것으로,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최대 규모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그랩은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로, 중국 디디추싱과 미국 우버에 이어 이 분야의 선두권에 올라있다. 현대·기아차가 그랩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동남아 지역이 세계 3대 차량공유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공략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동남아 지역의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은 460만여건으로, 미국의 500만건에 육박한다. 2012년 설립된 그랩은 현재 동남아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동남아 지역의 차량 공유경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랩의 사업 플랫폼에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현대차는 내년 초 전기차 200대를 그랩 쪽에 공급하기로 했다. 기아차도 자사의 전기차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남아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이 지역 전기차 수요는 내년 2400여대 수준에서 2021년 3만8천대를 넘어서고 2025년에는 34만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 아래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강화해왔다. 지난 6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그랩 설립자인 앤서니 탄 최고경영자(CEO)가 싱가포르에서 만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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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가 6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는 모습.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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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국외 차량공유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지난 1월 그랩을 시작으로 7월 오스트레일리아 카넥스트도어, 9월 인도 레브, 10월 미국 미고 등으로 계속 확장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가 국외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협력을 넓혀나가는 것은 현실로 다가온 ‘차량 공유’ 시대에 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분 투자로 관련 업체와 동맹을 맺고 서비스를 확장하는 동시에 공유 차량으로 쓰일 전기차 판매를 늘리는 양수겸장의 전략인 셈이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은 “동남아의 빠른 성장세를 볼 때 전기차의 신흥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랩을 통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관련 생태계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카풀업체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택시 업계의 반발과 사업 규제에 부닥치면서 올해 초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새로운 사업 플랫폼이 기존 업계의 이해구도와 충돌하면서 갈등이 고조되자 당분간 국내에서의 사업 확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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