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1 18:02
수정 : 2018.11.0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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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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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량 25% 늘렸지만
영업일수 열흘 넘어 ‘착시효과’
수출·내수 모두 수익성 악화
무디스 등급 ‘안정적’→‘부정적’
“협력사 신기술 키울 여력 없애는
전속거래가 ‘품질 한계’ 원인” 지적
대립적 노사관계·대량 리콜도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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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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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거머쥔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내수 판매량을 25% 늘리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그러나 비교 시점인 지난해 10월에 견줘 영업일수가 열흘 가까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보지 않았다면 내수 판매도 역성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래지향적인 조직 구조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고질적인 하도급 전속거래에서 벗어나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40만8천여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판매량이 0.9% 늘었다고 1일 밝혔다. 국외 시장 판매량(34만1천여대)은 2.7% 줄었으나 국내 판매량(6만6천여대)은 25.0% 늘렸다. 추석 연휴와 한글날 휴일로 이어진 지난해 10월 황금연휴가 길어 상대적으로 지난달 영업일수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촉진책이 없었다면 지난달 내수 판매량도 마이너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는 가운데 개소세 인하 약발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차량 품질 문제로 제동이 걸리고 중국에선 판매 부진과 과잉생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안방마저 내어줄 경우 현대차가 헤어나기 힘든 경영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가 수출과 내수 모두 흔들리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에 경고음이 켜진 상태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국내 중견 부품업체 100곳 가운데 31곳이 올 상반기 영업적자를 냈다. 하반기는 더 심각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가 지금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을 주창했지만,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청업체와의 전속거래에 묶여 경쟁력 하락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 핵심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7~8%에 이르는 반면 2, 3차 하청업체들의 수익률은 1~2%까지 떨어진 게 현실이다. 대량 리콜과 대립적 노사관계 등도 현대차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 신기술과 미래차 개발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놓쳐 위기를 초래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대차는 4분기에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스포츠실용차(SUV)와 신형 제네시스 등을 중심으로 신차 판매를 늘려 부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인사에서는 미래차와 디자인 부문의 고삐를 바짝 죄는 분위기다. 현대차가 3분기에 리콜과 품질 관리 등 5천억원 규모의 일시적 비용을 반영한 데 따른 실적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일 뿐, 현대차를 옭아매고 있는 실타래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을 보장하고 연구개발에 나서도록 독려해야 ‘품질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도급 업체들의 생산 원가를 틀어쥐고 매년 비용을 후려치다 보니 미래 기술이나 연구개발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하도급 업체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1차 협력사에서 2, 3차 협력사로 갈수록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전향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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