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5 16:20
수정 : 2018.10.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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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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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2889억원…2010년 이후 최저
미·중 판매 부진에 환율 등 영향
매출 소폭 늘었으나 수익성 지속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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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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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실적 부진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나 줄어들었다. 2010년 새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다.
현대차가 25일 내놓은 올해 3분기 경영 실적은 ‘어닝쇼크’라고 할 만하다. 자동차 판매량(112만1228대)은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로 방어했고 매출(24조4337억원)은 1.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0% 넘게 급락했다. 영업이익률도 1.2%로 낮아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포인트 하락했다.
수익성 악화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환율 하락 영향이 컸다. 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신흥시장의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북미지역에서 판매 부진으로 생긴 재고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인센티브를 대량으로 제공하면서 수익률 하락을 부채질했다. 현대차는 “월드컵 마케팅 활동을 확대하고 에어백 리콜 등으로 인해 비용이 늘어난 것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대차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 4.7%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 3.5%로 낮아졌다가 급기야 3분기엔 1%대로 곤두박질쳤다. 지금 실적 추세라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015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의 경우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신형 싼타페 등 스포츠실용차(SUV) 신차들을 앞세워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수입차 고율 관세 부과 방침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전망도 좋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과 고정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했지만 3분기에 일시적 비용을 반영한 만큼 4분기부터 수익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과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기는 다른 경쟁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증권가 추산으로는 최근 3개월 동안 세계 주요 완성차 22개사의 주가는 평균 10%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수익성 하락 폭이 특히 심하다는 게 문제다. 24일(현지시각)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과도 대조된다. 테슬라는 보급형 세단인 ‘모델3’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 3분기 매출(68억달러)이 월가 예상치(63억달러)보다 8%가량 상회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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