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9 21:45
수정 : 2018.10.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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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 주주총회가 열린 19일 오후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한국지엠 주주총회 장소로 알려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사 사장실로 들어가려다가 노조원들에게 막혀 되돌아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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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법인분리 ‘단독주총’ 파문
경영정상화 합의 5개월만에
지엠-노조·산은 ‘파국’ 조짐
노조 “지엠, 생산공장 폐쇄·매각 포석”
“국민 혈세만 대고 끌려다녀”
산은 12월 지원예정액
3억7500만달러 지급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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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 주주총회가 열린 19일 오후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한국지엠 주주총회 장소로 알려진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사 사장실로 들어가려다가 노조원들에게 막혀 되돌아가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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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5월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 간신히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뒤 잠잠해졌던 ‘한국지엠 철수설’이 5개월 남짓 만에 다시 살아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지엠 법인 분할이다. 한국지엠은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 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회사가 계획하는 법인 분리 시점은 오는 12월3일이다.
지엠은 “신차 출시와 개발을 위한 지엠 본사 연구개발 부문과의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엠 쪽은 우여곡절 끝에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지 5개월 만에 법인을 둘로 쪼개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외국 사례에서 보듯이 단일 법인으로 묶인 완성차 회사가 분리되면 공장 축소나 분리 매각, 사업 철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지엠 법인 분할은 여러 우려를 낳는다.
한국지엠의 회사 분할은 지엠의 유럽 자회사였던 오펠 사례와 닮았다. 지엠이 오펠을 매각한 뒤 이를 인수한 푸조시트로엥(PSA)은 지난 7월, 2020년까지 수익성 회복을 위해 오펠의 연구개발센터를 분리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연구개발센터를 매각한다는 방침에 파업 불사를 선언했다. 지금 한국지엠에서 진행되는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지엠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디자인센터만 남겼으며, 인도에선 공장 2곳 중 1곳을 폐쇄했다.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법인이 분리되면 신설법인으로 단체협약도 승계되지 않고 노조도 승계되지 않는다. 회사가 쪼개지면 노조도 쪼개지고 노동자들 권리도 쪼개진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노조의 저항력을 약화한 뒤 인천 부평공장을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시켜 신설 법인만 남겨두고, 생산공장은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 철수를 쉽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이날 주총의 법적 효력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장에 지분 17%를 가진 2대 주주 산업은행이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대주주인 지엠의 일방적인 ‘나홀로 주총’ 진행으로 법인 분리 안건이 승인됐기 때문이다. 산은은 애초 분할법인 신설계획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고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한국지엠이 법인 분할 작업을 지속하면 주총 결의 무효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었다. 이날 오후 2시 주총 시작 한 시간 전에 주총장으로 알려진 사장실에 카허 카젬 사장이 들어섰고, 노조는 이후 문 앞을 봉쇄했다. 산은 관계자들은 주총 시작 무렵 이곳에 도착했으나 들어가지 못했고, 1시간30분 남짓 대기한 뒤 오후 3시30분께 ‘주총이 끝났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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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입장문을 내어 “한국지엠 주총에 참석하려 했으나 (주총장 입구를 봉쇄한) 노조의 방해로 참석하지 못했다”며 “한국지엠은 단독 주총을 개최해 결의안이 가결됐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주총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개최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한국지엠에 ‘하자 있는 주총’임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은 산은의 불참 속에 카젬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주총 의장 권한을 행사해 주총을 연 뒤, 83%에 해당하는 미국 지엠 쪽 지분으로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지난 5월 미국 지엠과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에 합의하는 기본계약서를 쓰면서 ‘조직개편 등 주총 특별결의 사안은 보통주 지분 85% 찬성을 얻어야만 의결할 수 있도록’ 비토권을 확보(산은 지분율은 17%)했으나 돌발 상황을 맞은 셈이 됐다. 일단, 85% 이상 주주의 찬성 없이 진행된 이번 의결 안건에 대해 산은은 주총 무효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서 비토권을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산은이 기본계약서를 쓴 지 5개월 만에 사실상 소수주주권 행사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경영 정상화 합의의 의미는 크게 퇴색되고 양쪽 간 불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산은이 한국지엠에 투입하기로 한 시설자금(총 7억5천만달러)을 그대로 넣을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3억7500만달러는 이미 지급됐고, 12월 중 나머지 금액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국민 혈세만 쏟아붓고 지엠에 끌려다닌다는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엠이 노사 대립과 갈등을 빌미로 ‘철수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 주요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에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여왔던 지엠이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노리고 구사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홍대선 정세라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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