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2 19:18
수정 : 2019.08.03 13:42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10. 가성비 좋은 와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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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와인을 찾는 현상은 전세계 공통인 듯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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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와인 좀 추천해줘.”
‘찌질한 와인’ 칼럼을 연재하면서, 지인이나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와인 평가 앱인 비비노에서도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라는 평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가성비를 찾는 현상은 전세계 공통인 듯하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을 줄인 말로, 들인 돈에 비해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뜻한다. 언젠가부터 ‘가성비 와인’은 저렴한 와인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게 됐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마트에서 산 9900원짜리를 마셨는데 맛이 없었다면 이 와인은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 아니다. 5만원짜리를 마셨는데 10만원짜리의 맛이 난다면 이 와인은 가성비가 좋은 와인이 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성비 좋은 와인 찾는 방법은 이렇다. 대체로 구대륙(프랑스, 이탈리아 등)보단 신대륙(칠레, 호주, 뉴질랜드 등) 와인이 가격이 저렴한데다 어떤 품종을 썼는지 라벨에 표시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르기가 쉽다. 신대륙 와인 중에서도 1만8천~2만2천원대의 호주 시라즈 품종이나 뉴질랜드 소비뇽블랑 품종을 선택하면 안전하다. ‘킬리빙빙 스니키’는 호주 랭혼크리크 지역의 시라즈 품종으로 2만원 초반이면 구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레드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빌라 마리아’와 ‘미션’의 소비뇽블랑을 추천한다. 1만원 후반에서 2만원 초반이면 구할 수 있는 뉴질랜드 말버러 지역의 와인이다.
샴페인을 마시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1만~2만원대의 스페인 ‘카바’나 2만~3만원대의 프랑스 크레망을 고르면 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스파클링 와인(발포성 와인)을 총칭해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만, 샴페인은 정확하게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국내에선 5만원 이하의 가격대에선 찾기가 힘들다. 크레망은 샹파뉴 이외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으로,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면서도 더 저렴해 비슷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을 말하는 카바 역시 가성비가 좋다.
식당에 가면 1잔 단위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하우스 와인’을 주문해보는 것도 괜찮다. 다만 와인에 대한 아무런 소개 없이 오직 레드와 화이트 중에 선택하게끔 하는 곳은 추천하지 않는다. 최소한 와인의 이름과 간단한 소개가 적혀 있는 곳이어야 하고, 여러 종류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끔 하면 더 좋다. ‘하우스 와인’은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도 적당해야 하기 때문에, 식당들이 심혈을 기울여 가성비 좋은 것으로 고른다. 하우스 와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기록해뒀다가 소매점에서 직접 사서 마시면 된다.
값은 싸면서 맛이 좋길 바라는 것은 도둑 심보일까. 정말 ‘싼 게 비지떡’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좀 더 발품을 팔면 ‘가성비가 내리는’ 와인도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때까지 수많은 실패도 하겠지만, 이 또한 와인의 성능(맛)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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