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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9 19:28 수정 : 2019.03.29 19:36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④ 와인 모임 만들기

“와인 같이 마실 사람이 필요해서 결혼해야 하나 싶어.”

언젠가 집에서 혼자 와인을 마시다가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혼자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기엔 부담이 됐고 남기기엔 맛이 변질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 혼자 한 병을 못 마시는데 둘이 나눠 마시면 좋겠다’, ‘여러 명이 모여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며 비교해보면 좋겠다’ 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와인을 함께 마실 누군가를 찾게 됐고 와인 모임을 갈구하게 됐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와인을 함께 마실만한 사람을 주위에서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와인 동호회를 검색해봤다. 각자 와인을 들고 오는 BYOB(bring your own bottle) 모임이 많았다. 지참 와인의 가격대도 정해져 있어서,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고를 수 있었다. 또는 ‘벙주’(번개 주최자)가 자신이 가져올 와인 리스트와 모임 장소를 정해놓고 회비를 책정해 ‘번개’를 치는 모임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보는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는 것은 어색함 등을 극복해야 하는 또다른 수고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직접 와인 모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각자가 와인에 쓸 수 있는 비용의 기준이 달랐다. 누군가에겐 3만원이 비싸게 느껴질 수 있고, 누군가는 10만원도 아깝지 않을 수 있다. 또 각자가 들고 오는 와인도 정가로 샀을 때와 할인기간에 샀을 때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회비를 모아서 공동으로 와인을 사기도 하는데, 함께 와인을 고르고, 사오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시간과 수고가 또다시 요구됐다. 공동으로 골라둔 와인이 근처 와인샵에 있는지, 없다면 어디서 사야할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등을 미리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점들이 꽤나 성가실 수 있다.

모임을 할 만한 식당을 알아본 후, 식당의 콜키지(손님이 와인을 직접 갖고 오는 대신 서비스비용을 받는 것) 정책도 확인해야 한다. 식당마다 와인 1병당 얼마, 테이블당 얼마, 사람 1명당 얼마 등 다양한 방식의 콜키지 정책이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콜키지를 받지 않는 ‘콜키지 프리’ 식당이다. 그러나 콜키지를 안 받는 경우엔 와인잔을 한 명당 한 잔만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잔을 교체할 때는 추가 비용이 내야 한다. 그러면 잔 하나로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셔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아, 이렇게 고려할 게 많다면 ’차라리 혼자 마시고 말지’, ’주량을 늘려서 혼자 한 병을 다 마시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와인 모임을 만드는 이유가 있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나누고 그 즐거움을 아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되듯이 와인도 함께 마시면 더욱 행복해지니까.

먹부림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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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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