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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6 19:36 수정 : 2018.06.18 15:51

혼행과 혼밥 시 피어나는 고독함을 외로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줄 알아야 진짜 홀로 인생을 살 수 있단다. 믿어도 되나? 게티이미지뱅크

혼행과 혼밥 시 피어나는 고독함을 외로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줄 알아야 진짜 홀로 인생을 살 수 있단다. 믿어도 되나? 게티이미지뱅크
[토요판] 남지은의 실전 싱글기
③ 혼행·혼밥의 필요성

혼자 여행을 간 건 딱 두번이다. 10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즉흥적으로 혼자 대만에 갔다. 남자 따위 개나 줘버리라며, 혼자서도 잘 살겠다 비싼 호텔을 빌려 럭셔리한 여행을 꿈꿨다. 비즈니스호텔을 한푼이라도 더 싸게 예약하려고 할인 사이트를 뒤지던 시절아, 안녕! ‘럭셔리 대만 여행’은 실연의 아픔을 딛고 홀로 서는 여인의 성인식과도 같았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후회했다. 나는 ‘혼행’은 안 되는 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4박5일 내내 호텔에만 처박혀 커피만 마셔댔다. 호텔 근처를 산책하는 게 전부였다. 그냥 대책 없이 왔던 터라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사람들 많은 곳을 혼자 걷는 것 자체가 처량해 보여 어디에도 못 나갔다. 밤에는 외로워서 울고,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어 징징댔다. “아 한국 가고 싶어! 표 좀 바꿔봐.” 친구들은 그때를 지금도 ‘대만 참사’라고 부른다.

혼자서도 잘 돌아다닐 것. 홀로 고수들은 ‘혼행’을 즐겨야 진짜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잘 안 된다. 좋아도 좋다고 말할 수 없어서 외롭다. 심심하다. 무엇보다 ‘혼밥’(혼자 밥 먹기)이 문제다. 두번째 홀로 여행인 체코 프라하에서 나는 혼밥이 안 되는 아이라는 걸 또 알았다. 친구들과 함께한 뒤 혼행에 익숙해져보겠다며 호기롭게 혼자 이틀을 더 머물렀다. 붐비는 식당에 혼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발이 안 떨어졌다. 결국 빵만 잔뜩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혼자서 뭘 해본 적이 없어서 나를 잘 몰랐다.

“홀로 생활이 즐거우려면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해!” 경지에 오른 친구는 누누이 강조한다. 나도 혼자 할 줄 아는 건 꽤 있다. 전구 교체는 물론이고, 조립 가구도 혼자서 뚝딱 한다. 설명서를 보고 찬찬히 따라 하면 의외로 쉽다. 공구세트, 미니 전동드릴도 샀다. 커튼도 달고, 혼자 거실 조명기기도 바꾼다. 물론 아직 벽에 못은 못 박는다. 그래도 괜찮다. 요즘은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해 못도 박아주고, 가구 조립 등을 해주는 곳도 있다.

문제는 집에서 하는 건 다 되는데, 밖에서 혼자 하는 게 안 된다. 셀프 세차에 셀프 주유도 3개월 전에야 익숙해졌다. 혼행, 혼밥도 반복하면 괜찮아질까. 지난주 간 휴가지에서 혼행과 혼밥 마스터에 도전했다. 여행 중간에 하루 동안 친구들과 떨어져 스탬프 투어를 하듯 ‘고수 친구’들이 정해준 장소를 찾아 인증샷을 날렸다. 혼행이 어렵다면, 누구와 함께 간 일정 사이 혼자 시간 보내기를 해보면 좋다. 당장에라도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이 덜했다. 혼밥은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해 30분 먼저 혹은 1시간 늦게 들어가면 눈치를 덜 주더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몰라 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성공했다.

진정한 홀로가 시작됐다며 친구들은 환호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꼭 이래야 하나? 혼자 여행 못 가면 안 가면 되고, 혼자 밥 못 먹으면 안 먹으면 되잖아? 아니란다. 혼행과 혼밥은 급외로움을 느끼게 해 홀로 생활에 위기를 가져온단다. 혼행과 혼밥 시 피어나는 고독함을 외로움이 아닌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줄 알아야 진짜 홀로 인생을 살 수 있단다. 믿어도 되나?

뭐, 어쨌든 나는 이제 진짜 홀로 고수의 문턱에 다다랐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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