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22 09:29
수정 : 2017.07.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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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육지로 나가는 길이 하루 한 번 이목항에서 목포로 가는 배편밖에 없을 정도로 노화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었다. 사진은 보옥리 공룡알 해변.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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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꽃 장관 이룬다 하여 지명 유래
이웃 섬들에 둘러싸인 독특한 형세
김·미역·전복 양식에 천혜의 조건
보길대교 개통으로 교통환경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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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육지로 나가는 길이 하루 한 번 이목항에서 목포로 가는 배편밖에 없을 정도로 노화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었다. 사진은 보옥리 공룡알 해변.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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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재언의 섬
③ 노화도
노화도는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읍에 위치한 섬이다. 면적 25.01㎢에 해안선 길이는 41㎞, 최고점은 148m다. 2016년 기준으로 2121가구 4785명이 이 섬에 모여 산다. 학생들만 따져봐도, 초등학생 250명, 중학생 95명, 고등학생 131명이다.
노화도란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염등리 앞 갯벌에 갈대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하여 갈대 노(蘆)와 꽃 화(花) 자를 써 노화도라 붙였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마을에 전해져 내려온다. 염등리는 약 400년 전 이 섬에 처음 사람들이 들어와 정착한 곳이다. 전주 이씨가 정착해 살면서 제염업으로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말하자면 염등리는 노화도에서 처음 생긴 마을인 셈이다.
흔히 ‘전복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노화도로 들어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완도 화흥포항을 이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다. 해남 땅끝마을이 관광지로 본격 개발된 건 1986년. 원래는 평범한 어촌이었으나, 노화도와 보길도로 가는 최단 항로가 개발되고 이 마을이 선착장이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주로 노화도 산양진항과 해남 땅끝마을을 통해 교류가 이뤄지다가, 요즘은 완도 화흥포항을 출발하는 배편도 인기를 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목포와 주로 왕래가 이루어졌으나, 전남 지역 육로의 발달로 목포 항로는 종적을 감췄다.
‘작은 목포’ 이목항
오래전 노화도가 육지와 통하는 길은 사실상 이목항을 통해 목포로 나가는 방법뿐이었다. 당시엔 기상 예보 같은 것도 없었다. 아침 6시 완도항을 출발한 낡은 목선은 오로지 선장의 감에 의존해 거센 파도를 헤치며 청산도, 모도, 소안도, 노화도, 보길도, 넙도를 지나 해남 어란, 진도 벽파진 등 3개 군의 포구를 차례로 거친 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목포항에 도착했다. 11시간의 멀고도 험한 뱃길이었다. 노화도 주민들에겐 하루 한 척뿐인 이 목선이 육지로 나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배를 타야 했고, 그러다 보니 76톤짜리 여객선 정원이 80명인데 도중에 모든 섬을 돌고 나면 200명까지 승선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저마다 보따리 하나씩은 들고 있었기에 배의 하중은 훨씬 늘어나기 일쑤였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뱃길이었던 셈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100톤 이상의 철선이 등장했고, 속도도 한층 빨라져 운행 시간이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완도와 해남을 잇는 최단거리 항구인 산양진항과 동천항이 떠오른 뒤론 이목항의 분위기도 예전만 못한 편이다.
노화도는 이웃한 보길도와 한묶음으로 엮여 관심을 끈다. 예부터 노화도와 보길도는 하나의 섬처럼 여겨졌을 정도다. 행정구역상으로만 나뉘어졌을 뿐. 급기야 2008년 두 섬을 잇는 보길대교가 개통되면서 두 섬 주민들의 교류는 훨씬 활발해졌다. 보길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노화도를 자연스레 거쳐 가면서 노화도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금도 보길도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30만명에 이른다.
이웃한 보길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유는 바로 고산 윤선도의 자취가 섬 곳곳에 남아 있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천문과 지리에 통달했던 윤선도가 그 많고도 많은 우리나라 섬 가운데서 손수 선택해 말년을 보낸 곳이 바로 보길도다. 그야말로 윤선도의 문학과 삶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섬이라 할 만하다. 윤선도가 보길도에 남긴 문화유산만 하더라도 세연정을 비롯해 곡수당과 낙서재, 동천석실 등 허다하다. ‘어부사시사’ 이야기를 꺼내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세연정에는 물이 빙빙 도는 회수담, 윤선도가 손수 심은 고송, 큰 바위 옥저암, 개구리같이 생긴 혹약암,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굴뚝다리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마을에서 20분쯤 산을 타고 올라야 만날 수 있는 부용동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동천석실이 있다. 동천이란 산천이 아름답다는 뜻과 신선이 사는 곳 또는 하늘로 통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윤선도는 이곳을 부용동 제일의 절경이라 일컬었고, 절벽에 세운 한칸짜리 정자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신선처럼 살다 갔다.
이웃 섬들이 방파제 역할
그렇다고 보길도의 유명세에 마냥 눌려 지낼 노화도가 아니다. 노화도의 자랑거리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가만히 보면 보길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화도의 자연환경은 김, 미역, 전복 양식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섬의 동남쪽엔 보길도와 소안도가, 북쪽엔 횡간도가, 서쪽엔 노록도와 넙도가 각각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이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독특한 형세다. 배를 안전하게 정박시킬 수 있는 노화도가 수백년 동안 삶의 터전이 된 배경이다. 다만 요즘 들어 이 섬의 자랑거리인 전복 양식은 안타깝게도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밀식과 대량 양식으로 물의 흐름이 약해지고 바다 오염이 심해지면서 전복 폐사율이 30~40%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민들은 저마다 입을 모은다.
주민들의 소망은 한가지 더 있다. 효자다리인 보길대교에 이어, 이제 소안대교 개통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 현재 노화도 동천항과 소안도의 구도를 잇는 연도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 구도를 지나 독립운동의 섬 소안도까지 다리로 최종 연결된다면, 노화도와 소안도, 보길도가 하나의 권역으로 탄생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고장이 될 게 틀림없다. 10년 이내에 모든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전복의 고장 노화도가 이웃한 소안도와 보길도 등과 함께 ‘명품 섬’으로 거듭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날 노화도의 활기찬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노화도에서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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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도 전경. 보길도와 연결되는 보길대교가 보인다.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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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당리 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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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리 마을 주민들이 김 하역작업을 하는 모습.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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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고리 주민들이 안전과 풍어를 비는 제를 올리는 모습.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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