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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2 20:22 수정 : 2014.03.13 15:46

해외여행에 나설 땐 항상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행전문가들은 유명 관광지일수록 지능적인 절도·사기·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므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관광공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여행자의 안전 노하우
여행가 5인이 겪은 해외여행 ‘멘붕’ 사례들과 나만의 안전 대비·대처법

손미나

동유럽 여행 휴대폰 소매치기 조심

아르헨티나 여행 갔을 때 하도 소매치기와 도둑이 많아서 정말 신경이 곤두섰었다. 아시아 여자 둘이 최신 카메라를 들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었다. 카메라를 목에 건다, 가방에 숨긴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대처법은 아닌 듯했다. 우리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이삿짐 포장할 때 쓰는 박스 테이프로 카메라 여기저기를 감고 그 위에 손때도 묻히고 해서 마치 아주 고물인 것처럼 만드는 것이었다. 이게 효과가 있었는지, 우리는 아무 일 없이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또 하나. 요즘 여행자들은 대부분 고가의 휴대폰을 들고 다닌다. 이거 노리는 자들 엄청 많다. 휴대폰을 보며 길을 걷거나, 무심코 겉옷 주머니에 넣어두면 날치기·소매치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요즘 유럽은 노천카페에서 무심코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휴대전화를 기술적으로 가져가는 동유럽 부랑자들이 기승이다. 주로 꼬마들이라 방심하기 쉬운데, 설문조사를 한답시고 종이를 들이민 다음 그 밑으로 손을 넣어 전화기를 가져가버리는 수법이다. 각별히 주의하시라. 그리고 여권과 입국사증은 복사해서 예비용 여권용 사진과 따로 보관하는게 좋다. 여행작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


백상현

도난·다툼 땐 큰소리로 도움 요청

발트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핀란드 친구와 수다를 떨며 걸어가다, 느낌이 이상해서 가방을 뒤져보니 선글라스와 케이스가 통째로 없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임산부가 낀 4명의 여성이 우리 눈치를 살피며 가고 있었다. 쫓아가며 멈추라고 하자 못 들은 척 길가의 카페로 태연하게 들어가는 게 아닌가. 쫓아가서 선글라스 내놓으라고 하니 오히려 삿대질을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핀란드 친구에게, 문 입구를 막고 경찰에게 전화하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서 계속 물건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그때 핀란드 친구가 내게 다가오더니, 소매치기 일행 중 하나가 슬쩍 자기에게 선글라스 건네주고는 내빼더란다. 결국 리가 4인조 임산부 소매치기 사건은 다행스럽게도 물건을 되찾으며 막을 내렸다.

최근 이탈리아 촬영차 볼로냐에 들렀을 때 경험. 한 팔에 아기를 안은 남루한 아주머니가 촬영 스태프 한 명에게 집요하게 구걸행위를 했다. 보통 손을 내밀며 돈을 달라는 게 일반적인데, 스태프의 팔을 한 손으로 잡고서 말이다. 다른 한 손은 아기를 안았으니 스태프는 방심했다. 그런데 사실은 아기를 안은 그 손이 가짜였고, 진짜 다른 한 손이 바지 주머니를 뒤져서 현금 100유로를 훔쳐갔다. 도난 때나 다툼이 생겼을 땐 주위에 큰 소리로 도움을 구하고 경찰을 불러달라고 말해야 한다. 나는 여행 시작 전에 현지 경찰 관련 번호를 휴대폰에 입력해 두고, 비상시 바로 누를 수 있도록 한다. 여행작가


김희경

성추행 시도엔 단호한 대응을

라오스 보케오를 출발한 버스가 목적지인 루앙프라방에 닿는 데에는 12시간이 걸린다. 잠이라도 자면서 가면 훨씬 수월할 텐데 옆자리에 앉은 라오스 남자가 의도적으로 몸을 밀착시키는 것 같아 내내 신경이 곤두섰다. 자정도 훌쩍 넘은 깊은 밤, 아니나 다를까 내 허벅지 위로 남자의 손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이다. 순간, 당황스럽고 겁도 났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나의 다리와 그 남자의 다리 사이에 마치 경계선을 긋듯, 들고 있던 카메라를 ‘팍’ 내리꽂았다. 놀란 남자는 재빨리 손을 거두고 민망한지 자는 척을 한다. 모르긴 몰라도 꽤 아팠을 것이다. 묵직하고 큼직한 나의 카메라는 종종 호신 도구로도 사용된다. 때로는 열 마디의 말보다 한번의 단호한 행동이 더 효과적으로 먹힐 때가 있다.

사람이 긴장을 하면 정확한 판단을 하기도, 바른 대처 방법을 떠올리고 실천하기도 힘들다. 나도 그런 편인데 이 순간에는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으며 내 것으로 담아 두었던 노하우가 그 상황을 모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설마 내겐 일어나지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라. 대신 ‘만약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하는 대비가 여행의 필수 준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파워블로거, ‘스마트 트래블 웹진’ 필진


이동미

병원진단서 등 반드시 챙겨와야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중 소매치기가 많은 곳은 어딜까. 아마 그중 한곳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일 것이다. 한 친구는 노천카페 의자에 걸어둔 가방이 없어져 마드리드까지 여권을 만들러 가야 했다. 바르셀로나에는 한국영사관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출장이 잦은 한 여행잡지 기자는 얼마 전 여권을 두번이나 잃어버려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5년 안에 여권을 두번 잃어버리는 사람은 여권을 고의로 팔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는다. 외교부에서 서류를 검토한 뒤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아야 여권이 나온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열흘 정도다.

뜻밖의 사고로 다쳤을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반드시 현지 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와 치료비 영수증, 약값 영수증, 처방전 등을 챙겨와야 여행자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나는 벨기에 여행 때 자전거를 타다가, 바퀴에 구두 앞쪽이 빨려들어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다행히 발가락 하나가 금이 간 정도였고, 침착하게 서류를 챙겨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관광객 병원비가 무료인 나라도 있다. 뉴질랜드다. 산을 전문으로 타는 한 지인은 뉴질랜드의 마운트쿡에 갔다가 굴러떨어져서 팔목 복합골절상을 입었다. 응급실에 갔는데, 관광객 병원비가 전액 무료라 일주일 입원비와 수술비를 내지 않아도 되었다. 여행작가


최갑수

앞으로 멘 카메라 가방에 현금 보관

지금까지 두번, 중국 베이징역과 인도 델리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 눈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베이징역에서 당한 소매치기는 대학 시절 첫 배낭여행 때였다. 경험 없는 여행 초보였던지라 가지고 있던 돈을 탈탈 털리고 말았다. 다행히 함께한 동행들이 있어, 돈을 빌려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몇해 전 인도 여행 중에 당한 소매치기는 ‘수업료’를 치렀던 덕분인지 많은 돈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인도인은 호기심이 왕성한데, 큼직한 카메라에 커다란 렌즈를 달고 역을 서성이고 있는 여행자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몇 명의 남자가 다가와 카메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툭툭 건드렸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지갑이 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주머니가 휑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잃어버린 돈은 50달러 정도였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여행에서도 유효하다. 현찰은 배낭 곳곳과 카메라 가방에 ‘예치’한다. 카메라 가방은 앞으로 메고 다닌다. 이곳에 고액권과 여권, 비상용 신용카드를 보관한다. 여행작가


여행안전 도우미 앱 3 

>>> 여행안전 도우미 앱 3 

외국여행 때 사건·사고는 조금만 더 신경쓰고 대비하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여행 떠나기 전에 내려받아 가면 도움이 되는 모바일 앱을 소개한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앱 외국여행 때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가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 애플리케이션이다. 도난·분실, 길 잃었을 때, 교통사고·질병, 체포·구금·테러, 지진·해일 등 거의 모든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와 행동요령 매뉴얼을 담고 있다. 예컨대, 강도를 만났을 때는 ‘저항하지 말고,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들면서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가도록 한다’ 등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도움을 준다.

한국관광공사 ‘저스트 터치 잇’ 앱 영어회화 등에 서툴러도 여행지에서 간단한 터치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한 애플리케이션. 호텔·병원 이용 때, 분실사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영어·중국어·일본어 음성지원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긴급상황 때 재외공관, 영사콜센터, 현지 긴급전화 등으로 즉시 통화도 가능하도록 했다.

‘쉬운 출입국’ 앱 세계 54개국 출입국신고서·세관신고서·비자신청서 작성 예시를 담았다. 외국어에 서툴더라도 따라하며 작성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앱으로 각국 항공기 비행일정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플라이트 트랙’, ‘외환스마트환율’, ‘전세계 지하철 노선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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