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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4 19:52 수정 : 2014.03.04 19:52

김치찜

숨쉬는 제철밥상

지난겨울 동네 아줌마들과 바느질 모임을 했다. 누구네 집에서 모이는데, 반찬 한 가지씩 들고 온다. 바느질이 끝나 가면 밥 짓는 냄새가 고소하게 풍긴다. 그러면 모두들 바느질하느라 벌여놓은 걸 치우고 밥 먹을 준비를 한다. 바느질도 좋지만, 밥 먹는 건, 그것도 여럿이 어울려 먹는 건 언제라도 좋다.

미국에서는 이런 걸 포틀럭 파티라 한다지. 미국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 시골도 한 집에 여럿이 모여 밥 먹는 일이 잦다. 꼭 반찬 한 가지씩 가져오라고 하지 않아도 시골 사람 여럿이 모이다 보면 먹을거리가 풍성하게 모인다. 농사지어 거두었다고 들고 오고, 심지어 동네 누구네가 기른 수박 밭이 팔리고 남은 이삭수박을 주워 오기도 하고, 손님이 들고 온 빵도 가져온다.

이렇게 여럿이 모여 먹은 밥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메뉴를 하나 들라면 김치찜이다. 돼지등갈비를 통째로 깔고 김치를 포기째 얹어 지진 김치찜, 김치를 씻어 앉힌 뒤 된장으로 간을 한 김치찜, 솔치를 밑에 깔고 찐 김치찜, 채식하는 집이라 뭐 안 넣고도 잘 지져진 김치찜….

김치찜

푹 잘 익은 김장김치만 있으면 뭘 넣고 어떻게 하든 김치찜은 맛있다. 게다가 하기도 쉽다. 김치를 포기째 얹어 푹 익히면 된다. 다만 시나브로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고 푹 익혀야 맛이 드니 금방 만들어 먹기는 어렵다. 압력밥솥으로 하면 빨리 되지만 김장김치가 슬로푸드인 것처럼 김치찜 역시 시간 여유를 두는 게 좋다.

어제 김장 항아리에서 김치를 꺼내 보니 딱 김치찜 하기 좋게 폭 익었더라. 겨우내 땅속에서 맛이 잘 들어, 배추가 아삭 씹히면서도 새콤한 맛이 깊다. 이게 묵은지인데, 김장을 담글 때 이듬해 두고두고 싱싱하라고 양념을 야박하게 넣고 따로 담근다. 이 묵은지 맛을 알고 나니, 김치찌개 하나라도 이걸로 끓여야 맛있더라.

김치 한쪽을 큰 걸로 꺼내 찜을 한다. 돼지등갈비가 있다면야 좋겠지만, 고기를 넣은 김치찜만 맛있나. 멸치만 넣고 한 김치찜은 개운한 맛이 좋다. 시나브로 익혀야 하니 밑이 두툼한 무쇠전골팬에 멸치를 깐다. 그 위에 김치를 포기째 얹는다. 김칫국물은 따로 담아놓고, 나중에 간을 보면서 더 넣든지 말든지 하는 게 안전하다. 김치가 담긴 냄비에 국물을 자작자작하게 붓는다. 육수를 따로 내 놓은 게 있으면 그게 좋고, 없으면 쌀뜨물에 다시마만 넣어도 국물 맛이 산다. 마지막으로 들기름을 김치 위에 두 숟갈 돌려준다.

뚜껑을 닫고 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은근한 불에 시나브로 익힌다. 한 시간쯤 지나 푹 무르면 간을 봐 김칫국물을 더 넣거나 된장을 넣어 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대파 송송. 전골팬 그대로 상에 올리고 김치 대가리만 잘라내면 끝!

채식 김치찜을 원한다면 멸치를 빼고 그대로 하면 된다. 남의 살이 안 들어가면 자칫 김치찜 맛이 쓸 수 있으니 이때는 효소 원액을 넣어 단맛을 더해주면 된다.

장영란 <숨쉬는 양념·밥상> 저자 odong1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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