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잿빛의 3월의 숲 속에서는 생강나무 꽃이 피어납니다. 키 큰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하늘을 덮기 전 키 작은 생강나무는 서둘러 이른 꽃을 피웁니다. 이제는 잊힌 기억이지만 생강나무는 오랫동안 여인의 머릿기름으로, 산후풍의 약재로, 귀한 차의 재료로 쓰였습니다. 우리나라 여인의 삶에 꼭 필요한 존재로 가까이 지내온 나무입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하트 모양의 잎을 만지면 알싸한 생강 향과 함께 뭔지 모를 은은한 추억을 일깨우는 것은 아마도 함께한 그 오랜 시간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박신영 세밀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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