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3.08 16:10 수정 : 2012.03.09 00:18

엄용훈 대표

<러브픽션> 제작 엄용훈 대표

“영화는 사회 위한 나의 무기”
‘도가니’땐 담배도 끊고 심혈

‘러브픽션’ 투자난에 셋방살이
“딸친구가 거지 됐어? 했대요”

영화사 사무실이라는데, 창가엔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공익제보 디딤돌상(참여연대) 등 시민·인권단체들이 준 상패들이 쭉 놓여 있다. 지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영화 <도가니>(466만명)가 거둔 상들이다.

“2008년 촛불집회 때 (버스·컨테이너로 시민들을 막은) ‘명박산성’ 등이 등장하는 걸 보면서, 40대 중반인 내가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래 나에겐 직업·학력·나이 등을 초월해 관객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영화란 무기가 있었지란 생각이 들어 고민한 끝에 <도가니>를 제작하게 됐죠. <도가니>는 장르의 스펙트럼도 넓히고, 관객들이 영화의 다양성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도 확인시켜 줬죠. 그간 제작·투자자들이 관객의 ‘니즈’(요구)가 이럴 것이다라고 미리 재단했던 어리석음도 깨우쳐 줬고요.”

<도가니> 촬영·개봉 당시엔 담배도 끊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의 한을 위해서 영화를 잘 만들어 많은 분들에게 보여줘야 겠다는 다짐”때문이었다. <도가니> 성공 이후 사무실을 강남 논현동에서 강북으로 옮긴 것도, “겉멋 부리지 말고 배고플 때를 기억하자”는 생각에서다.  

엄용훈 삼거리픽쳐스 대표를 향한 격려와 부러움 섞인 시선은 최근 더 강렬해졌다. 사회성 짙은 <도가니>와 전혀 다른 로맨틱코미디 <러브픽션>까지 지난 7일 개봉 8일 만에 손익분기점(120만명)을 넘는 흥행을 이어가서다. 에피소드와 웃음코드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도 갈리지만, 주연 배우(하정우·공효진)들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 신당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도가니>가 간절함이 만든 영화라면, 기획 4년 반 만에 태어난 <러브픽션>은 절박함이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러브픽션>은 2007년 엄 대표와 전계수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가, “눈물 짜고, 솔직하지 못한 연애영화 말고, 사랑의 감정 앞에 수다스럽고, 정직하고 독특한 연애영화를 만들자”면서 시작됐다.

투자자들은 “하정우의 멜로연기?”라며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영화 안에 영화가 등장하는 ‘액자구성’, 찌질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의 문어체 대사 등을 두고, “지적인 웃음코드는 전국적인 대중성이 없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투자약속을 받고 프리프러덕션(사전제작준비)을 진행했다가 투자가 철회되는 등의 충격파 탓에 재정난도 심했다. 그는 2009년 아파트를 팔아 자녀 셋, 아내와 함께 2년여 단칸 월셋방에서 지냈다.

“당시 초등학생 딸 친구가 ‘니네 집 거지 된거야?’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이 껴안고 펑펑 울기도 했죠.”

그는 투자가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하정우를 포기하지 않았고, 2008년 캐스팅을 확정했던 하정우도 4년여간 작품이 공전하는 동안 영화를 버리지 않았다.

“<두번째 사랑>(2007) 속 하정우의 연기에서 사랑을 나눌 때 눈빛, 감정의 떨림을 봤어요. 하정우는 타고난 미남은 아니지만, 감정의 공감을 유발하는 지적이고 명민한 연기를 하죠. 하정우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라고 한다면, 차라리 시나리오를 쓰레기통에 넣겠다는 생각이었죠. 오랜 기간 동안 <러브픽션>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시간을 끈 게 결국 (연기적으로) 더 성숙해진 지금의 하정우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는 생각도 드네요.”

“날 뭘로 보고, 이런 배역을 제안해요?”라며 화를 냈다는 어떤 여배우와 달리, 겨드랑이 털까지 보여주는 여주인공을 받아들인 공효진의 합류, 하정우의 신뢰도 상승 등이 결합해 지난해 2월에서야 투자가 완성됐다. 공동제작사 ‘판타지오’도 힘을 보탰다.

덩치 큰 엔터테인먼트사 제작총괄본부장 등을 지내다 2008년 후배 사무실 한편에 책상 하나를 놓고 독립한 엄 대표는 이질적 장르의 두 작품을 흥행작으로 키운 제작자가 됐다.

그는“영화사 로고가 뜨는 10여초만 보고도, ‘삼거리픽쳐스? 믿을 만 하지’라며 2시간을 안심하고 보도록 하는 제작명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