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브로이하우스의 약자가 새겨진 맥주잔과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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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⑭ 호프 브로이하우스
‘뮌헨시 운영’ 전세계 몇군데 없는 체인, 한국에 오픈
따뜻한 봄 햇살이 강의실 창 안으로 들어온다. 교수님의 목소리는 날개가 되어 저만치 달아나고, 나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긴다. 너무 낡아 잘 닫히지도 않는 문과대학 정문을 힘겹게 열고 하늘을 바라본다. 잔디밭 어디선가 장구소리가 드높고 그 소리에 묻혀 ‘~타도’ 구호 소리가 연하게 번져온다. 강렬한 태양은 한껏 빛을 자랑한다. 앗! 갑자기 조각조각 부서진 빛이 마치 눈의 여왕의 마법에 걸린 카이처럼 가슴에 박힌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젊음은 그랬다. 눈의 여왕의 얼음 조각처럼 차갑고 쓰리고 뾰족하다. 겔다가 느낀 서글픔 같은 것이리라.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경주로 달려가는 고속버스 안에 내가 있었다. 나는 왜 아무도 없는, 마땅히 볼 것도 없는 그곳에 가는 것일까! 오후의 낮은 그림자가 점령한 한반도 작은 소도시는 참혹하리만치 푸석했다. 뭉쳐지지 않는 눈가루를 어떻게든 뭉쳐보려는 소년처럼 인생의 길을 잃어버렸던 그 시절, 이미 눈가에 주름이 깊이 파인 지금도 간혹 생각이 난다. 걸어가고 있던 길이 갑자기 판타지소설, <나니아연대기>에서처럼 사라지고, 걸어온 길도 이미 안개 속으로 사라져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이럴 때는 작은 배낭 하나 메고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는 것도 좋다. 낯설음이 곧 친숙함으로 변하는 순간, 삶은 그렇게 늘 무언가를 준비해 준다고 느낄 때 용기가 생긴다. 아마도 이런 용기를 얻기 위해 <호프브로이하우스>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독일식 딱딱한 의자와 네모난 탁자가 색다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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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아리 모임이나 연말 송년회 장소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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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 기계도, 만드는 사람도, 요리사도 모두 본사서 파견
씹을수록 쫄깃하고 투박한 ‘정통 독일 소시지’ 안주로 제격 <호프브로이하우스>는 뮌헨 시가 운영하는 400년 정통의 맥줏집이다. 우리가 흔히 찾는 일반 호프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커다란 사진, 수천 명이 함께 맥주를 마시는 그 사진, 사진 속의 그 집이다.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오래 한 부사장은 <호프브로이하우스> 본사 사람들을 꼬드겨서 전 세계에 몇 군데 없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체인을 한국에 열었다. 양조 기계도, 그 기계로 맥주를 만드는 이도, 그 맥주 옆에 다소곳한 독일 남부식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도 모두 독일 본사에서 파견된 이들이다. 이곳은 독일 뮌헨 시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의자도 장식도 모두 뮌헨 시의 그곳과 같다. 입구에 들어서면 독일 처자가 안내를 해주고, 벽에는 독일 항공사의 깃발이 걸려있다. 익숙하지 않는 노래들이 흐르고 맛이 기가 막힌 맥주가 나오는 곳, 이곳에서라면 굳이 독일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그 낯설음을 즐길 수 있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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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브로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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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2-501-7770
영업시간 점심시간 오전11시~오후3시 / 저녁시간 오후 4시~새벽 1시
메뉴 소시지 9천5백~ 2만4천원 / 음식류 1만5천원~3만원 / 맥주 5천4백~2만9천원 * 강력추천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술도 있으니 술을 싫어하는 여자친구와 꼬 가 볼 것. 회사 동아리 모임장소, 연말 송년회 장소로 적당하다. 아주 넓다. * 귀띔 한마디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곳에서만은 그 여흥을 즐길 수 있다. 오리지널 원액과 사이다를 50 : 50으로 섞은 라들러, 둔켈라들러, 루센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시원한 음료수 같아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부가세는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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