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하루 앞두고 윤곽 서서히 드러나
제60회 칸 국제영화제가 27일 폐막식을 끝으로 12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다. 폐막을 앞두고 관심의 초점은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의 향방. 26일 현재 개막작이며 장편 경쟁부문 초청작인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포함, 22편의 장편 경쟁부문 초청작 대부분이 공개됐다. 황금종려상을 위시한 주요상의 주인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는 칸 데일리(daily)의 평점과 언론의 평가 등. 또한 '화씨 9/11'(2004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년) 등 최근 정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가져갔다는 점도 참고사항이 될 만하다. 여기에 심사위원단의 영화 선호도 역시 주요 체크 포인트다. 어쩌면 평단의 평가나 그간의 경향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Old Boy)'가 2004년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할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큰 힘이 됐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박찬욱 감독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모두 영화 속 폭력을 다루는 방식 등이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올드보이'에 후한 점수를 줬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심사위원장은 영국의 스티븐 프리어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모태가 됐던 '위험한 관계'와 영국 여왕을 모델로 한 최근작 '더 퀸' 등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내러티브와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을 주로 만들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요 상을 거머쥘 작품을 예상하는 데 도움을 될 것이다.◇'4개월…' '노인을 위한…' 등 호평 올해 칸에서 주목받는 작품으로는 크리스티안 문기우 감독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4Months, 3 Weeks and 2 Days)'과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an)', 줄리언 슈나벨 감독의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등을 꼽을 수 있다. '스크린(Screen)'은 '4개월…'과 '노인을 위한…'에 똑같이 최고 점수인 평균 3.2점(이하 4점 만점)을 줬고, '르 필름 프랑세(Le Film Francais)'는 '4개월…'에 평균 3.0점을, '노인을 위한…'에 평균 2.8점을 줬다. 이 두 작품에 대한 데일리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잠수종과 나비'도 상위권의 평점을 얻으며 좋은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낙태가 불법인 국가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불법 낙태 시술의 문제를 꼬집은 '4개월…'은 뚜렷한 정치성까지 띠고 있어 칸의 구미에 더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노인을 위한…'의 코언 형제는 칸의 단골손님인 탓에 이들보다는 크리스티안 문기우에게 상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 쿠엔틴 타란티노ㆍ에미르 쿠스트리차ㆍ구스 반 산트ㆍ알렉산더 소쿠로프 등 거장들의 작품은 평작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 그러나 왕자웨이 감독에게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치영화, 화제의 중심에서 멀어지다 최근 칸을 뜨겁게 달궜던 정치영화가 올해는 그 중심에서 잠시 비켜난 듯하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화씨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의 새 다큐멘터리 '시코(Sicko)'는 미국 의료보험체계의 비도덕성을 꼬집었다는 이유로 또 다시 칸을 발칵 뒤집지 않을까 예상됐지만 그 파장은 크지 않았다. 또 다른 정치성 영화로 주목받은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마이티 하트(A Mighty Heart)' 또한 여주인공이 앤젤리나 졸리인 탓에 앤젤리나 졸리와 동거남 브래드 피트의 칸 입성으로 그 빛이 바랬다. 모든 관심이 이 '세기의 커플'에 쏠린 탓에 영화 내용보다는 졸리-피트 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관심거리가 됐다. ◇한국 영화 '밀양' 수상할까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수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밀양'은 데일리의 평점에서도 상위권의 점수를 얻었다. 영화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분위기. '밀양'의 전도연 또한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의 일간무료신문 메트로가 최근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가능성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고 '밀양'에 비판적이었던 '버라이어티'도 전도연의 연기만큼은 크게 흠잡지 않았다. 로이터통신도 전도연의 연기를 호평하며 '숨'의 지아, '알렉산드라'의 갈리나 비시네프스카야, '수출 수입'의 에카테리나 락 등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았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칸<프랑스>=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