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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1 16:37 수정 : 2007.05.21 17:05

매일 달라지는 ‘오늘의 메뉴’에 속하는 전채요리.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⑪ 비스테까
남산자락에서 맛보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

올리버는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크게 성공한 요리사는 아니지만 이제는 그 어떤 여자와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누구, 매력적인 누구, 섹시한 누구...많은 여자들을 만나 봤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의 짝은 없었다. 괴짜 올리버는 데이트를 한 후 마지막에는 항상 상대에게 손을 보여 달라고 했다. 여자들에게는 이 남자를 계속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어느날 올리버는 상기된 표정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자신의 짝을 찾았단다. 그녀는 손톱에 매니큐어도 칠하지 않았고, 아주 짧고 단정했단다. 올리버는 요리사의 아내도 청결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하하 멋지다. 이 소박한 요리사 올리버는 지금 영국 뿐 만아니라 전 세계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이미 올리버의 아버지이다. 지중해 빛으로 부엌을 수놓고 형식적인 요리사 복장과 계량컵을 쓰지 않은 채 요리는 즐거워야 한다고 말하는 잘 생긴 우리 시대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 아버지의 소박한 장인 정신은 그에게도 숨쉬고 있다.

요리에 들어가는 신선한 재료.
요리에 대해 소박하고 남다른 애정을 가진 <비스테까>의 주인장은 올리버의 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힐튼 호텔과 이탈리아 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 라쿠치나에서 오랫동안 주방을 책임졌었다. 이탈리아 요리가 인기 없던 시절, 그는 혼자서 요리에 대해 연구하고 이탈리아 요리사에게 비법을 전수받는 등, 자신만의 노력으로 지금은 인정받는 이탈리아 요리의 실력자가 되었다. 지금도 가끔 대학에서 자신의 노하우들을 강의한다.

그는 원래 교육학과를 지망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다른 곳에 있었다. 경희대학교 조리학과. 한 지인이 우리나라도 언젠가 요리사가 대접받는 시절이 온다면서 적극 추천했단다. 덜컥 합격하고 그는 칼과 도마를 애인처럼 늘 끼고 다녔다. 그의 이런 지난 역사가 지금의 <비스테카>를 만들었더. 비스테카는 이탈리아어로 ‘스테이크’란 뜻이다. 그의 요리사랑이 느껴진다.

‘비스테까’는 이탈리아어로 스테이크란 뜻이다.
창 너머 남산 자락에 올망졸망 늘어선 집들이 보인다. 마치 지중해 연안의 어느 마을에 와 있는 느낌이다. <비스테까>에서는 마치 그곳의 평범한 가정집에 초대받아 벽난로 앞에서 웃음꽃 피우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것처럼 할 수 있다. 주인장의 가정적인 성품이 만든 분위기이다. 실내 곳곳에는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들이 없다. 인테리어부터 작은 접시 하나까지 그가 손수 구한 것인데, 범상치 않은 안목은 오랜 세월 동안 여행을 다니고 각종 자료를 모은 끝에 얻어진 것이다. 이렇게 따스한 분위기에서라면 상대방이 누구라도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바로 옆집은 유명한 와인 집인데, 가끔 그곳에서 요리를 주문하면 배달도 한다고 한다. 이곳 남산 언저리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맛이 없으면 바로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그는 항상 긴장하며 열심히 노력한다.

한때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느냐, 자신만의 음식점을 운영하느냐 하는 선택의 순간에서 고민을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나 한번쯤 탐낼 만한 교수라는 이름대신 이곳 <비스테까>를 선택했다. 현장에서 맛을 내고 실력을 갈고 닦는 것이 진정한 요리사의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단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창 너머 남산자락에 올망졸망 늘어선 집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지중해 연안의 어느 마을에 와 있는 느낌이다.
오늘도 그는 올리버의 아버지처럼 조용한 요리 사랑을 실천한다. 스테이크의 모양새 하나, 작은 레시피 한 장, 조용조용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이 어느새 천리를 다녀온 듯 큰 걸음이 되어 있다. 사랑 크기와 실천은 비례한다. 그를 보면 알 수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위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전화번호 02-792-7746
영업시간 낮 12시~ 밤 10시
메뉴 수프 8천~1만1천원 / 파스타, 스파게티 1만6천~2만5천원 / 메인요리 2만8천~3만5천원 / 디저트 8천원 / 커피 6천~8천원 / 와인 3만5천~18만원 / 저녁 세트 메뉴 4만8천원~6만8천원 / 점심 세트 메뉴 2만5천원~3만5천원

귀뜸 한마디 모든요리가 포장 가능하다. 파티를 신청하면 각종 요리로 멋들어지게 만들어준다.

갈색의 실내풍경은 요리만큼 푸근하고 편안하다.

사랑하는 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도 좋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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