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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8 20:49 수정 : 2007.03.08 20:58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마을’인 상위마을에는 수만 그루의 산수유나무들이 지천으로 노란 물결을 이룬다.

구례 산동 산수유꽃


지리산 자락 하늘아래 첫동네 돌담길 굽이마다 노란 꽃잔치
옛부터 빨간 열매 한약재 쓰여 ‘대학나무’라 불리운 효자나무

꽃샘 추위도 아랑곳없이 남도에 봄기운이 화사하다.

나날이 짙푸르러가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봄의 전령들이 겨우내 깊은 잠에 깨어나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산수 좋기로 소문난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의 양지바른 마을들마다 산수유꽃이 일찌감치 노란 고개를 내밀었다. 지리산 자락의 하늘 아래 첫 동네인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의 상위마을과 하위마을, 월계마을은 노란빛이다. 엄지 손톱 만한 노란색 산수유꽃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한 그루에 수만 송이가 달려있어 한꺼번에 꽃송이를 들이대면 온통 노랑 물감을 뿌려놓은 듯 장관을 이룬다. 산동면 산수유꽃이 노고단의 운해와 반야봉의 낙조, 섬진강 청류 등과 함께 구례 10경에 꼽히는 연유다.

산수유 꽃에 파묻혀 있는 마을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문태준, <산수유나무의 농사>)

전국 최대 규모의 산수유 군락을 자랑하는 산동면은 중국 산둥성 처녀가 수백년 전 지리산으로 시집 올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다하여 지명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지리산 만복대 아래 자리잡은 상위마을은 ‘산수유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지리산에서 발원해 마을을 감고도는 하천 계곡을 따라 수백 그루의 산수유나무들이 지천으로 노란 꽃물결을 이룬다. 마을 곳곳에는 꽃잔치를 즐기려는 가족들과 꽃나무 아래 순결한 언약을 나누는 연인들의 그림자가 가득하다.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산수유 꽃은 ‘불변’ 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연인들이 산수유 꽃과 열매를 선물하기도 한다.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의 청매실농원에 오르면 새하얀 매화꽃밭에 파묻혀 있는 ‘매화마을’의 그림같은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수유나무는 10월께면 빨간 열매를 맺는데 각종 성인병이나 부인병, 요실금 등에 효과가 있어 예부터 한약재로 쓰여 왔다. 따라서 한때 서너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좋아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옛날에는 산수유씨를 뺄 때 이 마을 처녀들이 입에 머금어 씨와 과육을 떼냈다. 그래서 ‘산동아가씨와 입맞춤만 한번 해도 보약을 한첩 먹는 것과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이렇듯 봄이 일찍 찾아오자 구례군은 매년 3월 말 산동면 일대에서 벌여온 산수유 축제를 올해는 개화가 절정을 이룰 15일로 시기를 앞당겼다.

산수유꽃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4킬로미터 거리인 수기리에는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하는 수락폭포가 있다.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 하여 여름철이면 높이 15미터의 폭포 아래 부녀자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또한 이곳은 동편제 판소리의 대가인 국창 송만갑 선생이 득음하기 위해 수련했던 장소로도 이름난 곳이다.

지리산에 맞닿은 산동면에는 반야봉과 노고단, 만복대가 삼면을 감싸안은 달궁 계곡 끝 해발 750미터의 심신산골에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심원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반야봉에서 흘러내린 맑디맑은 계곡물이 마을을 감싸고 돌아 마루에 앉아서도 계곡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별천지다.

넉넉하고 푸른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구례와 마주 보고있는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과 다사마을에도 매화나무들이 시나브로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온통 매화나무로 뒤덮여 ‘매화마을’로 불리는 섬진강변의 섬진마을에는 약 2천여개의 장독대와 대나무 숲 사이로 새하얀 매화꽃밭이 장관을 이루는 청매실 농원이 있다. 최초의 식품 명인이자 이 농원의 주인인 홍쌍리(64)씨가 마흔다섯해를 피땀으로 일군 이 매화세상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천년학>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농사꾼이 가뭄 때마다 매화나무를 붙들고 “매화야 매실아 아들, 딸들아. 이 에미 눈물이 빗방울만 될 수 있다면 너의 입술이라도 적셔주련만”이라며 눈물을 뿌렸다던 눈물바위에 서면 지리산과 섬진강, 하얀 매화꽃이 어우러져 펼쳐내는 그림 같은 풍경에 저절로 감탄이 터져나온다.

구례군 산수유마을에서 매화마을로 꽃여행을 가는 길목의 토지면 오미리에는 230년 전 남한 3대 길지인 금환락지에 터를 세운 조선 후기의 아름다운 집 운조루가 있다.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 ‘구름 위로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라는 뜻의 택호에 걸맞게 아직도 3대가 살아가고 있는 품자형의 가옥배치가 조선시대 선비의 품격을 잘 보여준다. 너른 마당 너머로 매화꽃이 아름다운 솟을 대문 앞 연당에 서면 드넓은 구만들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보리밭의 물결과 만난다.

구례·광양/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산수유꽃

매화꽃

여행 수첩

구례군 산동면 일대에는 15일부터 나흘간 제9회 구례 산수유꽃 축제가 펼쳐진다. ‘봄의 시작! 자연과 영상의 만남’을 주제로 산수유 시목지에서 산수유 풍년기원제를 시작으로 산수유꽃길 산속음악회, 스케치대회, 어린이·학생 사생대회, 소달구지 타고 산수유 군락지 체험, 산수유 꽃마차 타기 등으로 꾸며진다. 구례 여행길에 지리산 국립공원과 섬진강 청류, 천년고찰 화엄사와 천은사, 연곡사, 사성암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일대에서는 17일부터 25일까지 제11회 광양 매화문화축제가 기다린다. ‘달빛 어린 매화, 섬진강 따라 사랑을!’을 주제로 매화꽃길 음악회, 봄소식 전하기, 나만의 매화 만들기, 전국 매화사진 촬영대회, 매화 백일장, 사생대회 등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 천안 분기점→ 논산ㆍ천안고속도로→ 익산→ 남원 나들목→ 19번국도→ 구례 산동면→ 지리산온천랜드→ 하위마을→ 상위마을

▶잠자리

산동면에는 55만평 대지에 온천과 호텔, 숙박, 청소년 수련장, 놀이기구, 휴게실, 편의점 등을 고루 갖춘 지리산 온천랜드(www.spaland.co.kr)가 있다. 지하 700미터에서 뽑아올린 천연 온천수는 게르마늄과 탄산나트륨이 많이 들어있어 피부병, 신경통, 관절염, 당뇨병, 부인병 등에 효과가 높다. (061)783-2900~10. 온천지구에 지리산온천관광호텔(061-783-2900), 지리산가족호텔(061-783-8100), 지리산송원리조트(061-780-8000) 등과 산수유마을에 70여개 민박집(상위마을 박인수 이장 061-783-2320)과 펜션 등이 있다. 또 화엄사 아래 상가에도 리틀프린스펜션(061-783-4700) 등 깨끗한 숙박시설이 많다.

▶먹거리

산동면에는 산채정식 전문 백제회관(061-783-2867)과 혜림회관(061-783-3898), 버섯비빔밥 전문 할매된장국집(061-783-6931), 산닭구이집 양미한옥가든(061-783-7079) 등 구례군 지정 별미음식점들이 있다.

▶특산물

구례는 산수유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산야초로 만든 퇴비로 재배돼 맛이 담백하고 비타민씨와 미네랄 등이 풍부한 구례 오이도 유명하다. 또 요즘 산동면에는 고로쇠 채취가 한창인데 숙취제거와 내장기관의 노폐물 제거, 신진대사의 촉진 등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의할 곳

구례군 문화관광과(www.gurye.go.kr) (061)780-2450. 산동면사무소 (061)780-2608. 운조루 (061)781-2644. 광양시 문화관광과(www.gwangyang.go.kr) (061)797-2731. 청매실농원(www.maesil.co.kr) (061)772-406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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