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쮜리히 -> 베른 12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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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날> 여정 : 쮜리히 - 베른 드디어 이번 여행의 클라이맥스로 삼고 있는 스위스에 들어섰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모두 맞닿아 있는 곳) 국경에서 쮜리히로 들어서는 길을 찾지 못해 "당신도 이제 늙었어" 란 소리를 여러번 들어야 하는 수모도 겪었지만, 지나오면서 들른 도시들을 감안하면 장장 1,000km를 달려온 셈이니 내심 장한 일 하나 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고생 끝에 도착한 호텔(Mercure Stoller Zurich)은 우리의 높아진 눈을 채워 주지 못했다. 가격을 쫓아 호텔을 구하다 보니 무늬는 4성인데 2성급 품질에 한 번 낚인 셈이었다. 화장실의 수건 걸이가 떨어지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벌레에 물렸는 지 여기저기가 가려워서 부지런히 다리를 긁어주어야 했다. 서둘러 짐을 꾸려 체크아웃을 한 다음 짐을 차에 넣어두고 전철을 탔다. 전철표는 프라하 처럼 호텔에서 살 수 있어서 편리했다. 쮜리히 역시 여행의 목적 도시라기 보다는 통과 도시였으므로 간단하게 돌아보고 베른(Bern)으로 떠날 참이었다.
전차 운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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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호수(Zurichsee), 반호프 거리(Bahnhofstrasse), 성모사원(Fraumunster), 대사원(Grossmunster) 등이 여행책자에 추천되어 있었다.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좀 한가롭게 거닐다 전철을 타다 하면서 취리히 거리를 살폈다. 취리히 호수는 여름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배도 발이 묶여 있고 인적도 뜸한 데다가 안개까지 끼어 있어 조금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반호프 거리를 찾아 가는 중간에 대사원이 있어 그곳에 들어갔다.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교회라서 그런지 내부가 전에 보았던 성당들과는 달리 매우 검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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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높을 탑을 개방하여 전망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시내가 다 보이겠네" ... 생각보다 한참을 올라갔다. 아직도 더 올라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전망대에 다다랐다. 언제부턴가 높은 곳에 오르면 오금이 저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안그런 척 하면서 태연하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쮜리히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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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넘긴 연말 휴일 거리는 사람들을 모두 가정으로 돌려보낸 것처럼 조용했다. 아직 장식들이 남아 있었지만 김빠진 맥주처럼 그 매력을 잃고 있었다. 오전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반호프 거리에도 생각보단 조용했다. 프라하에 혼을 빼았긴 때문인지, 쮜리히 공부를 게을리 한 탓인지, 벌레에 물린 다리가 가려워서인지 뚜렸하게 우리를 끄는 매력을 지닌 것은 전철이었다.
반호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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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신형 모델의 전차를 구별해낸 막내 녀석이 꼭 그 모델을 기다렸다 타야한다고 고집을 피운다. 과연 타고 나니 뒤 쪽에 가족석(?)도 있고 깔끔하여 좋았다.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은 없어도 놀이공원에 온 기분을 조금 자아낼 수 있었다.
반호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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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베른에 베이스 캠프을 쳤다. 첨으로 2박을 한 호텔에서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호텔 옆에 있는 축구장에 나가 막내녀석의 소원(축구)도 풀어주고 베른 시내에 들어가 현지 음식 맛도 보았다. 상대적으로 느리게 지낸 하루... 여행도 완급 조절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영국에 살면 남자들은 축구에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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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 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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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제 정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커지는 진리를 수없이 체험하고 살았으면서도 바보처럼 내일 오를 융프라우(Jungfrau)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쮜리히 호텔 : 131 CHF(스위스프랑)
호텔 주차료 : 15 CHF
대성당 전망대 : 1인당 2 CHF
전철 일일권 : 7.80 CHF
축구장 사용료 : 무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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