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나루에서 배를 타고 영산강을 거슬러오르는 뱃길체험은 영산나루 마을의 가장 흥미로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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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가볼만한 여행지 ② 나주 영산나루마을
여행 웹사이트 ㈜우리투어네트웍스의 도움으로 전문 여행해설자로 활동하는 관광학과 교수, 문화관광 관련 공무원, 문화유산 해설사, 여행사 관계자 65명을 상대로 투표를 실시해 아이와 손잡고 떠나고 싶은 체험여행지 베스트5를 뽑았다. 그중 2등인 나주를 지난주에 이어 소개한다. ‘아이들과 가볼만한 여행지’는 2회로 마무리한다. 담양 용추봉에서 흘러내린 영산강이 비옥한 나주평야를 적시며 영산포를 거쳐 함평의 고막천과 만나는 나주시 공산면 신곡1구에 영산나루마을이 숨어있다. 마을 뒷산의 생김새가 봉황이 엎드린 꼴을 닮아 봉곡마을로 불리던 이 아담한 농촌마을에는 42가구 70여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산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보리밭과 노란 배추꽃이 만발한다. 여름에는 6만여평의 형제방죽을 붉게 물들이는 홍연, 가을에는 황금물결을 이룬 영산강 뚝방길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 물결을 이루는 마을 앞 영산나루터. 이곳에서 붕어의 겨울잠을 깨고 배가 떴다. 영산마루터 건너편 다시면 동당리 석관정 앞 너른 벌에는 파릇파릇한 보리밭과 강변을 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갈대밭이 어우러져 색다른 겨울풍경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배를 타서 그런지 느낌이 참 좋아요. 강 주변에 갈대밭이 너무 멋있어요. 기회만 되면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아빠 조기인(44·교사)씨와 엄마 이명희(40)씨, 동생 영우(10·남춘천초등학교3)와 함께 강원도 춘천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여행을 하다 우연히 영산나루마을을 들렀다는 현우(14·남춘천중학교1)는 신났다. 동생 영우도 “강에서 배를 탄 것은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영산나루를 떠난 배가 오른편으로는 봉산 아래 깎아지른 절벽과 왼편으로는 인근 다시면의 무성한 갈대밭을 헤치며 강물을 거슬러 유유히 나아가자 모두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마을 뒤편 광산 김씨의 제각인 금강정이 보이고 주몽세트장이 고개를 내밀 때까지 마을대표 김승식(55) 이장의 구수한 설명이 이어진다.
마을 뒷편에는 대하 드라마 <주몽>을 촬영하는 삼한지테마파크가 자리잡아 천여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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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거슬러오르는 뱃길체험
보리밭·갈대밭 감탄 절로
근처 주몽 세트장이 발길 잡고
인절미·연 만들기 하루가 뚝딱 조기인씨는 “강원도와 너무 다른 풍경이다. 한적하고 풍요로운 농촌의 모습과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영산강의 경관이 어우러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나주를 여행하면서 천연염색문화관의 염색체험과 함께 매우 유익한 여행코스로 꼽고 싶다”고 일러준다. 50여분쯤 영산강 뱃길 체험을 마치고 배가 다시 영산마루 쪽으로 내려와 석관정 아래 이별바위 아래에 이르자 김 이장이 “일제시대 징용 끌려가는 남편을 따라오던 젊은 아내가 영산강이 가로막자 푸른 강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고 설명하자 모두들 숙연해진다.
영산강 방죽과 나루터의 애환이 어린 나주 영산나루마을은 지난해 나주에서 처음 농촌체험 마을로 선정된 뒤로 색다른 농촌체험을 맛보려는 가족들이 찾아온다. 지금처럼 겨울에는 떡메로 인절미 찧기, 홍갓과 배추로 김장하기, 가오리연과 방패연 만들기, 보리밟기, 영산강 뱃길여행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봄에는 뚝방길 자전거 하이킹과 보리화분, 보리못자리 써레질, 봄나물 체험이 이뤄지고, 여름에는 뗏목 체험과 강 천렵 즐기기, 고택 마당놀이, 감자 수확, 들깨·참깨 파종, 고추 수확, 가을 뚝방길 자전거 하이킹, 추수 체험, 보리 파종, 서리태 수확, 콩타작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양초를 만들어 소망을 담아 영산강에 띄우는 영산배따라기, 보리개떡과 엿 등 옛날 간식 체험, 필드하키와 비슷한 전통민속놀이인 강변 장치기·정치기 등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김 이장은 “저녁 7시 무렵 영산 배따라기를 할 때 경제가 힘들어서 그런지 부자 되게 해달라는 소원이 많다. 로또복권 1등 당첨되게 해달라는 글을 적어넣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여행 전문가가 뽑은 아이들 체험 여행지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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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천연염색문화관 이색체험
아이들 마음이 울긋불긋 파란 하늘 아래 한무리의 아이들이 노랗고 붉은 손수건을 마구 흔들며 신나게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선생님 너무 신기해요.” “너무 예뻐요. 우리 또 염색해요.” 광주시 광산구 첨단모모유치원 어린이 70명이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천연염색문화관(www.naturaldyeing.or.kr) 체험실에서 치자와 황토, 코치닐 등 천연염료로 손수건을 물들이는 천연염색 체험을 했다. 아이들은 갓 나온 자신들의 작품을 보고 서로 무늬를 맞춰보고 목에 둘러본다. 손수건을 가방처럼 사용하는 여자 어린이도 있다. 유치원 교사 김지혜(28)씨는 “아이들이 너무 신나한다. 그 전에도 유치원에서 꽃잎을 두드려서 부분적으로 염색을 해본 일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전체염색과 무늬염색은 처음이어서 몹시 신기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천연염색문화관에는 방학을 맞아 천연염색 체험을 하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폐교 터 2600여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천연염색문화관에는 상설전시장, 기획전시실, 판매공간, 체험장, 세미나실 등을 갖춰 천연염색 관련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문화관은 무형문화재(천연염색장) 2명을 배출한 나주의 천연염색의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비롯해 작품활동과 보급·조사 및 연구·전문가 양성 등 천연염색과 관련한 다양한 기능을 해나가고 있다. 천연염색문화관의 게스트하우스에 미리 신청하면 숙박을 하면서 천연염색 체험도 할 수 있다. (061)335-0091. 글·사진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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