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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8 16:32 수정 : 2007.01.18 16:32

프라하 - 비엔나 326km

<넷째날>(여정: 프라하 - 비엔나)


<경전철 Tram>

전철 검표기
중세 건물들이 여기저기 보석처럼 박혀 있는 프라하를 도보로 돌아 보기에는 무리인 듯 싶었다. 그래서 트램을 탔다. 난생 첨 타보았다. 값싸게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랄까? 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표는 호텔에서도 팔았다. 1일권이 1인당 3유로였다(호텔에는 어린이 티켓이 없어 그냥 모두 어른 것으로 샀다.). 이것 하나면 전철, 지하철, 버스를 모두 하루종일 탈 수 있다.

표를 검사하는 곳은 없다. 자발적으로 내부에 있는 검표기에 표를 집어 넣었다 꺼내면 된다. 런던처럼 가끔 검표원이 불시에 확인하고 표가 없으면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아닌가 싶었다.

신호등에 따라 가고 서고 하는 것도 신기하다. 자동차들이 전철 길을 마구 달리는 것도 재미있는 풍경이다. 어제 저녁 시내로 들어오면서 자동차가 전철 길에 올라섰을 때는 섬뜩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23번 전철은 블타바(Vltava) 강을 건너 프라하성을 향해 달렸다. 시내 지도를 보고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되는 역에서 내렸다.


도로 가운데에 승차장이 있다

<모짜르트>

프라하성은 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성벽 밑에서 오르는 수십개의 계단 밟아가면서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던 모짜르트(Mozart, 1756~1791)를 연상해 보았다. 주변 골목들은 마치 그 시대 걷고 있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프라하 성에 오르는 길

한편 창작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제 성당에서 들었던 모짜르트의 선율은 250년을 이어오고 있다. 단순히 이어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을 끊임없는 마력으로 끌고 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온갖 연주회 포스터에 모짜르트가 빠지기 않고 적혀 있다.

창작의 힘이 그토록 큰데 우리 사회는 학계나 예술계나 온갖 표절이 횡행하고 있슴이 떠오른다. 우리의 교육은 청소년 창작력을 끊임없이 매몰시키고 있다. 조직은 창의력보다 지배와 복종을 요구한다. 우리가 잠재력을 많이 잃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 때 쯤 프라하성의 앞다다랐음을 알아챘다.

(프라하는 실은 수메타나와 드보르작의 주무대이므로 이들의 음악을 쫓아 여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프라하성>

동구의 도시는 나와 심리적 거리가 훨씬 멀었다. 반공 교육으로 인한 왜곡된 시각과 관심의 부족, 정보의 단절 등이 거리를 좁히는 장애로 작용했다. 그런 도시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은 매우 독특했다. 미지의 세계를 새로 발견한 느낌, 무인도에 와 있는 느낌, 무식한 사람이란 생각, 세계사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 그들과 대화하고 싶은 느낌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비타 성당은 입장을 허락하지 않아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겉모습만으로도 천년의 위용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안내소에 들러 음성자동안내 장치를 빌렸다. 요소요소마다 유용한 설명을 해주어 약간의 도움이 되었지만, 동행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 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가졌다.

문을 들어서면 좁은 앞마당이 시선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는 비타성당

황금소로

성 뒤쪽의 황금소로(Zlata Ulicka)는 왕과 교회에 여러가지 물품을 공급하던 곳인데, 특히 연금술사들이 모여 구리로 황금을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믿거나 말거나). 이 골목을 따라 아기자기한 전시장과 가게들이 모여 있는데 특이하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저울질을 해야 했다. 한정된 시간의 여행이고 도시마다 시간의 적절히 할애한다는 것은 도시가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여러가지 포기하는 과정일 수 밖에 없다. 프라하성 주변의 성당과 시내가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사진을 찍고 나자 어느 덧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었다.

그림은 좋은 기념품이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

<작은 외식>

여행을 한다면 모두 외식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지만, 외식의 다른 의미에는 근사함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꾸러간 밥통에서 나오는 메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길거리의 가판대에서 특색 음식 맛을 빼놓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레스토랑 한 번도 안가는 것은 너무해."

뒤따라오는 가족들이 이런 불만을 가지지 않았을까 공연히 제발이 저린다.

메뉴판

전철을 다시 타러 가는 길에 배꼽시계가 소리를 내는 데다 특별히 다른 먹을 거리도 없다. 아담한 모퉁이 식당에 들렀다. 현지 화폐로 적혀 있었기 때문에 대충 유로화로 가격을 물어본 다음 크게 비싸지 않아 들어갔다.

메뉴는 그냥 보통의 서양 음식 들이었다. 외국에 살면서 터득한 바보같은 지혜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진보적으로 메뉴를 고르지 말자"이다. 궁색해보이지만 좀 절약할려고 3인분만 시켰다. 보통 그래도 양은 충분하니까? 배고프니 참 맛있었다.

이번에도 어디 빠진 데가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전철로 시내를 한 바퀴 더 돌아본 후, 비엔나로 가는 지도를 살폈다.

비교적 짧은 300km 남짓, 비엔나는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전철 요금 : 1 인당 3 유로

프라하성 : 무료 (성당과 황금소로를 입장 할 때 표가 필요한 데 재수좋게 이날은 공짜였다.)

음성자동안내기 : 6 유로 (한국어는 아직 없었음, 역사적 설명이 많아 영어 알아듣기가 힘들었음)

외식 3인분 : 56,000원 (음료 포함, 디저트 불포함 , 카드 결제액 기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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