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 다다르기 전에 국도 구간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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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여정 : 프랑크푸르트 - 프라하) <길 헤매기> 자동차(Mondeo 2001년식)는 무난히 아우토반 A3를 상대해주었다. 붸르쯔부르그(Wurzburg), 뉘른부르그(Nurnburg), 레겐스부르그(Regensburg)를 단숨에 지나쳐 갔다. 속도에 치중한 탓에 그만 프하라로 갈아타는 고속도로 A6를 지나치고 말았다. 얼른 지도를 보니 이미 20km는 더 지난 것 같았다. 다음 출구에서 빠져 되돌아가면 되겠지...
그런데 불행히도 되돌아 가는 길이 없는 엑시트로 나와버렸다. 도버에서 처럼 자동차는 자동 분류되듯이 단정하고 깔끔한 시골 마을로 나를 이끌어다 놓았다. 과거 동독 지역이겠지 싶은데 참 동네가 깔끔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동네 펍(pub)에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프라하까지 남은 거리를 생각할 때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참았다. 고속도로로 방향으로 한참을 되돌아 왔으나 반대 방향 진입로가 없었다. 한 쪽 편에 차를 대고 지도를 들여다 보며 연구를 해 보았지만, 1cm가 10km나되는 축적 1/1,000,000 지도로는 감을 잡기도 어려웠다. 인적이 뜸 했는데 지나던 행인 한 분이 차를 멈추고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독일어였다. ㅠ.ㅠ 일단 그 분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다시 차를 몰았다. 40여분을 이리 저리 헤맨 후에 또 다른 독일인의 에스코트를 받고서야 고속도로에 다시 진입했다. 휴~~ <도착> EU 국가이지만 체코 국경에서는 입국 심사를 했다. 질문을 없었고, 간단하게 여권만 확인한 후 스템프를 찍어 주었다. 아싸~~ 드뎌 스템프 받았다. 아이처럼 기분이 좋았다. 벌써 몇 나라를 거쳤는데 여권에 스템프 한 번을 받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었다.
A6 고속도로 상에 있는 독일-체코 국경을 바로 지난 체코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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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뒷자리에서 계속 해서 여행 책자의 프라하 부분을 읽어 내려 갔다. "음 그래? 볼 것이 많은 모양이네... 흠" 내 머리 속의 이미지는 탱크, 우중충한 회색빛 그것 뿐인데... 문화의 도시라는 설명이다. 덤으로 선택한 도시에서 의외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안고 밤 길을 재촉했다. 알 수 없는 표지판 글씨들을 영어로 중얼거려 가면서 시내로 시내로 들어갔다. 블타바(Vltava)강을 건너야 우리 호텔을 찾을 수 있는데... 어쩌다 전철 길을 따라 갈 때면 마치 전차가 우리 차를 덮칠 것 같은 오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얼떨결에 강물이 보이고 적당한 다리를 하나 골라 건너 갔다. 길가면 네명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두리번 거리며 눈치껏 천천히 주행했다. "저기 노보텔!" "와~ 이번엔 일찍 찾았네..." 여행 책자의 추천 중 하나는 프라하에서 공연을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것이 없으니 번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6시쯤 도착 방에 짐만 던져 놓고 프런트에 메달렸다. "뭐 볼만한 거 있어요? 예약은 안했는데..." 리프렛들이 꽂혀 있는 옆 안내대를 가르킨다. 쭉 훑어보니 바하, 모짜르트가 눈에 띈다.
콘서트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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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표 좀 사줄 수 있어요?"
"여기서 팝니다." "네? 그래요? 그럼 주세요."
"표가 없네요." 서랍에서 꺼낸 뭉치에 봉투만 있는 표는 한 장도 없다. "그럼 전화로 좀 사주세요."
"전화를 받지 않네요. 아마 현장에 가서 살 수 있을 겁니다." "걸어서 얼마나 걸리죠?"
"25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프론트 안내원이 시내 지도와 위치를 알려주었다. 걸어 가면서 프로그램을 보았다. 한 성당(St. Climent's Cathedral)에서 개최하는 파이프 오르간과 바이올린 협연이었다. 입장 15분 전에 성당 앞에 도착하였고 박스오피스는 그 앞에 있었다.
박스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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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있어요?"
"네" "어른 둘, 애들 둘인데요"
"어른 20 유로, 애들을 15 유로 입니다. 저 애는 무료입니다." 숨가쁘게 달려와 표를 끊은 후 인파에 묻혀 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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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섰는데 무대는 없고 객석(신도석)만 있었다. 몇 차례 두리번거린 후 사람들을 따라 의자에 앉았다. 주변을 살펴 보니 차림으로 보아 그저 평범한 서민들이 들어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예술의 도시라더니 음악에 생활 속에 베어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성당을 휘감듯 오르간 소리가 들여왔다. 짜잔~ 짜라자라라라~~. 생전 처음 경험하는 뒤에서 연주하는 음악회였다. 하지만 울림이 좋아선지 앞에서 연주하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어 보였다. 설명에 의하면 1715년에 지어진 이 성당은 음향적 우수성(exellent acoustics)으로 유명한 곳이며 UNESCO 세계문화유산이란다. 눈을 감은 사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사람,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연주자의 몸놀림을 보기 어려우니 모두들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듯했다. 여행의 피로가 씻기는 느낌이었다. 영혼을 씻어내는 느낌도 들었다. 파이프오르간과 바이올린의 선율이 두뇌의 신경망 한 올 한 올에 전달되어 세속의 혼탁함을 정화하는 듯했다. 멜로디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나를 맏겨 투명함에 다다르려 하는 느낌이었다. 특이하고 특별한 감상이었다.
프라하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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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가 핫도그 판매대 - 주렁주렁 메달린 소세지가 먹음직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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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가 인 듯 싶은 길을 따라 호텔로 돌아왔다. 연말이라서 그런 지 늦은 시간이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 있었다. 푹 자고 내일은 전철도 타보고, 프라하성에 올라가 중세 도시를 한 번 내려다 보자.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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