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대게 맛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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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대게 맛기행
동해의 겨울철 별미 대게철이 돌아왔다. 대게잡이가 한창인 경북 영덕 강구항과 울진 죽포항 등에는 속살이 오른 대게 맛을 보려고 전국의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50여 곳의 전문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강구항의 대게상가에 들어서면 찜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김과 찐 대게의 그윽한 향이 넘쳐난다. 대게를 제대로 맛보려면 속살이 잘 오른 1월부터가 제격이다. 대게는 칼바람이 거세고 날이 추워지는 이맘때부터 살을 찌우기 시작해 1~4월이면 그 맛이 절정에 이른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박달대게’도 이때 맛볼 수 있다. 담백하고 특유한 향미에 취해 잘 익은 속살을 쏙쏙 빼먹다 보면 어느새 한 마리가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상 위에는 껍질만 수북하게 남는다. ‘소 한 마리 잡아 먹어도 흔적이 없는데, 게 한 마리 먹으면 흔적이 남는다’는 옛말이 절로 떠오른다.
대게철이 한창인 영덕 강구항에서 맞이한 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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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 빼먹다 보면 어느새 껍질 그득
칼바람 이는 요즈음이 제맛
해안도로변 어촌 멋진 해돋이는 덤 새벽 4시께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강구다리를 건너 강구항에 들어섰다. 8~9년 전 텔레비전 인기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등장인물 박재천 선장이 꿈과 희망과 좌절이 고스란히 밴 포구에는 크고 작은 대게잡이 배 30여척이 만선의 꿈을 안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10톤 미만인 배들은 강구항에서 25마일 내의 연안에서 대게를 잡고 오후 2시쯤 만선의 깃발을 날리며 포구로 돌아온다. 10시간 넘게 칼바람과 싸워 운 좋으면 1000마리쯤 건져 올린다. 15톤이 넘는 배들은 울릉도와 독도 앞바다나 심지어 일본근해까지 꼬박 15시간쯤 달려가 사나흘씩 바다에 머물며 2천~3천 마리쯤 ‘동해의 보석’을 건져낸다. 대게는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산란기와 탈피기인 6~10월을 피해 11월부터 5월까지만 잡을 수 있다. 500m 이상 깊은 곳에는 대게의 왕이라 불리는 박달대게와 사촌인 너도대게와 홍게(붉은 대게)가 주로 잡힌다. 특히 바다 밑바닥에 개흙이 없고 깨끗한 모래로만 이뤄진 강구면과 축산면 앞바다에서 잡히는 영덕 대게는 살이 야물고 맛이 좋아 예로부터 품질 좋은 게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대게잡이 경력 13년인 예진호 선장 윤정군(47·영덕군 강구면)씨는 “대게는 등어리 각질이 9㎝부터 잡는다”면서 “11~12월에는 살 대신 물이 찬 수대게가 더 많으므로 속살이 꽉 차고 맛있는 대게를 맛보려면 지금이 가장 알맞다”고 말했다. 꼭두새벽 대게잡이 배들이 떠난 포구에 붉은 해가 떠오르고 간밤을 꼬박 새운 고기잡이배들이 만선의 뱃고동과 함께 갈매기 무리를 이끌고 들어오면서 항구는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갓 잡은 생선들은 위판장으로 옮겨져 경매에 부쳐지지만, 간혹 즉석에서 열리는 파시에 내놓아 눈치 빠른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영덕에는 강구항 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대게원조마을을 비롯해 풍력발전단지, 삼사해상공원 등은 최근 ‘2007 경북도 방문의 해’ 특별기획 영상물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특히 강구항에서 축산항과 대진포구를 거쳐 영해로 이어지는 918번 도로는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해안도로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유난히 맑고 푸른 동해를 끼고 대게 원조마을인 차유를 비롯해 노물, 대탄, 오보, 대진 등 아담한 어촌마을들을 따라가는 여행은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미역을 말리는 풍경과 오징어 피데기덕장, 명태를 말리는 엿가리 덕장, 갯바위를 하얗게 수놓은 갈매기떼 등의 한가롭고 푸근한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강구항과 해맞이공원뿐만 아니라 작은 포구 마을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동해 일출의 장관은 영덕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영덕/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대게철이 한창인 영덕 강구항에는 꼭두새벽부터 만선의 꿈에 부푼 대게잡이 배들이 드나들고 신선한 생선과 대게를 사려는 경매인들과 외지관광객들이 북적거리면서 밤 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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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게딱지 술 한잔 받게나 대게는 등껍질에 검은 반점 같은 종표가 있어서 다른 종류의 게와는 구별된다. 대게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최고는 박달대게로 13~14년씩 묵어 크고 살도 많고 맛있다. 강구항의 대게식당에서 상차림과 함께 내는 큰 놈(1.1kg)이 12만원 선인데 혼자 먹으면 남고 둘이 먹으면 조금 부족하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게장은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김과 파, 김치 등을 넣고 뜨끈뜨끈한 공깃밥과 비벼 먹으면 별미다. 애주가라면 게딱지에 술을 부어 마시는 게딱지 술을 권한다. 현지 식당들은 대부분 택배 서비스를 해주며 인터넷 주문도 받는다. 만약 대게를 집에서 찔 경우에는 찌기 전 미지근한 물에 담그거나 주둥이에 약간 뜨거운 물을 부어 죽인 뒤 바로 찜통에 쪄야 한다. 이때 대게의 배가 위로 향하도록 놓고 쪄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게가 완전히 쪄질 때까지 뚜껑을 열어서는 안된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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