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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2 18:59 수정 : 2006.10.13 18:10

초겨울 순천만을 하얗게 수놓고 있는 70만평 갈대밭의 모습. 순천만 갈대는 황금빛 줄기에 솜털뭉치 같은 하얀 씨앗이 맺히는 초겨울께가 가장 아름답다. 순천시 사진제공

솜털뭉치 위로 물안개 피어오르는
대대포구의 70만평 ‘황금밭’
겨울새 ‘손님들’ 찾아오는 11월엔
하얀서리 얹고 ‘너울너울’ 손짓하겠지

전남 순천만 갈대밭

물기 빠진 햇살이 바삭이는 늦가을, 갈색의 시간이다. 홀로 서성이는 사색의 알곡이 그리우면 순천만을 가보라. 거기 안개 나라가 있다.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갈대 줄기 끄트머리에 솜털뭉치 같은 하얀 씨앗이 맺힐 무렵이면 순천만에는 자주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동틀 무렵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해 바다와 만나는 순천만 대대포구를 찾아갔다. 포구에 들어서자 바다와 산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방이 몽롱하다. 대대동과 교량동, 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 등에 걸쳐 있는 70만평 갈대밭은 이미 안개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뿌연 물안개를 헤치고 해돋이를 보려고 화포마을로 건너갔다. 물 빠진 포구에 매여 있는 배 위에는 벌써부터 어부들이 새벽 고기잡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깜깜한 바다가 저 멀리부터 희붐하게 밝아오나 싶더니 기어이 고개를 내밀지 못한다. 순천만의 안개는 무섭다. 김승옥이 소설 〈무진기행〉에서 이야기했던 바로 그 무진의 안개다.

낙안읍성민속마을은 108가구가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의 숨결을 오늘에도 오롯이 이어가는 살아있는 민속마을이다.

순천만 대대포구 들머리 농로 주변을 어른키 높이만큼 자란 야생화가 노란 꽃길을 이루고 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하지만 안개가 말끔히 걷힌 한낮의 순천만은 딴세상이다. 갈대밭으로 이어진 무진교를 건너자 온통 갈대다. 아직 여물지 않은 씨앗을 품고 있는 갈대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뱉는다. 누렇게 익어가는 갈대밭 사이로 놓인 나무 전망 데크길에는 가을의 낭만을 즐기려는 이들이 거닐고 있다. 아이들은 갈대밭 아래 개펄 속을 연신 들락거리는 칠게와 밤게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딸 강예다운(4)과 함께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이현주(31·순천시 안지동)씨는 “순천만의 갈대는 지금보다는 초겨울에 가장 예쁘다. 11월 초 서리가 내릴 때쯤이면 솜털뭉치가 활짝 피어오른 황금빛 갈대가 하얀 서리를 머리에 인 채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거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순천만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용산전망대에 오르니 저 멀리 솔섬을 머리 위에 두고 순천만의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대대포구부터 바다로 이어지는 구부러진 물길을 탐사선과 보트가 꽁무니에 하얀 실을 내뿜으며 헤집고 있다.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대대포구 선착장에서 탐사선을 타고 순천만 앞바다로 나갔다. 40킬로미터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따라 햇빛에 반짝이는 드넓은 개펄을 일곱번 색깔이 변한다는 칠면초가 붉게 물들이고 있다. 갈대숲 너머 산에는 백로가 노닐고 있다. 11월부터는 이곳 갈대밭을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도요새, 청둥오리 등 ‘겨울철 손님’들이 찾아오리라.

순천만을 다녀오고 몸살을 앓았다. 10년 전 이맘때 순천만 갈대밭을 처음 찾아 대대포구 동쪽 건너편 해룡면 상내리 와온포구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필름에 담아 한겨레신문 지면(〈한겨레〉 1996년 12월5일치 11면)에 소개했던 변재성 전 한겨레 사진기자가 무척 그립다.

순천/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남도음식 시키신 분~

다음주 잔치·갈대축제 내일부터

대대포구 서쪽 건너편에 자리잡은 화포마을은 사진작가들 사이에 해맞이 명소로 소문 난 포구다.

순천시의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순천시의 대표축제인 ‘2006 순천만 갈대축제’와 해마다 남도의 넉넉한 인심과 맛깔스런 손맛을 선보이고 있는 ‘남도음식문화 큰잔치’가 잇따라 열린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의 자연생태공원에서는 14일부터 22일까지 ‘순천만 갈대축제’가 펼쳐진다. ‘갈대가 들려주는 순천만 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리는 축제는 순천만 걷기대회와 자전거 행진, 길놀이 농악 등 친환경의 자연생태 축제로 꾸며진다.

주요 행사로는 ‘무진기행 전국 대학생 백일장 대회’, ‘순천만 전국 디카 사진 촬영대회’, 어린이 사생대회, 시민학생 백일장대회, 중고생이 참여하는 갈대퀴즈왕 선발 등 경연행사와 어린이 뮤지컬, 요리조리 마술쇼, 마당극 ‘놀부가 기가 막혀’, ‘굿모닝 춘향’, 갈대 작은음악회, 가족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무진기행 열차를 타고 체험하는 철새탐조와 갈대미로길 체험, 자연생태 안내자 20명이 들려주는 해설이 있는 무진기행은 잊지 못할 가을의 추억이 될 듯싶다. 축제추진위원회 (061)749-4293~5. www.reedsfestival.co.kr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의 숨결이 오롯이 배어 있는 낙안민속마을에서는 18일부터 23일까지 ‘맛 찾아 떠나는 가을여행’을 주제로 남도음식문화 큰잔치가 펼쳐진다. 전라남도와 22개 시군이 공동주최하는 잔치는 올해는 기획전시관을 크게 확대해 다양한 음식을 전시하고, 관광객들이 참여하는 체험 행사도 늘려서 시종일관 보고 느끼며 체험하는 즐거운 축제로 꾸며진다.

기존의 22개 시군 ‘남도음식 나들이전’ 외에 ‘올해의 개발음식 전시’를 비롯해 남도의 음식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삶과 음식전’, ‘남도음식의 밑반찬전’, ‘24절기 음식전’, ‘남도인이 즐기는 떡과 술’ 등이 새로 추가됐다.

또 ‘조선시대 음식그릇(옹기)전’, ‘남도명가 브랜드 음식전’, ‘남도그린마켓 큰장터’ 등 전시·판매행사와 특별공연 ‘굿모닝 춘향’과 콘서트 ‘추억의 가을여행’, 마당극 ‘밥상 바꿔’ 등 공연행사가 축제를 풍성하게 한다. 특히 ‘남도요리 명장 경연대회’와 ‘외국인 요리 경연대회’,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참가하는 요리 경연대회 등이 관심을 끈다. 이와 함께 돌산갓김치 담그기와 홍탁삼합 등 남도 음식 체험, ‘관찰사 복식 체험’ 등이 마련돼 관광객들에게 남도의 손맛을 선사한다. 축제 상황실 (061)286-5247. www.namdofood.or.kr

정상영 기자

여행 정보

순천만에는 흑두루미를 비롯한 텃새와 철새들과 개펄의 생성과정 등 순천만 생태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연생태관이 있다. 또 보조국사 지눌 등 국사만 16명을 배출한 고찰 송광사와 승선교를 비롯해 가람이 아름다운 선암사 등 관광명소가 많다. 108가구가 살고 있는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낙안온천, 상사호, 주암호 고인돌공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서순천나들목→벌교 방면 2번 국도(순천나들목→여수방면 17번 국도)→순천 청암대학 앞 삼거리 지나자마자 사거리에서 좌회전→도사초등학교 앞→대대포구 갈대밭

순천역을 비롯해 주요 정류장에서 66번과 67번 시내버스가 대대포 입구까지 운행한다.

♤먹거리; 대대동 포구 바로 앞에 있는 강변장어구이집(061-742-4233)은 장어구이와 짱뚱어탕, 청둥오리탕 전문식당으로 유명하다. 대대 선창집(061-741-3157)과 갯마을 가든(061-741-3121), 순천만 가든(061-741-4489), 갈대회관(061-741-8431) 등이 있다. 또 장천동 순천시청 후문 대원식당(744-3582), 조례동 필경제(옛 우래정)(743-6666)와 저전동 일억조회관(745-3477) 등이 있다.

♤잠자리; 대대동 포구에 흑두루미 둥지(061-742-1737)와 순천만 갈대바람(061-741-0302) 등 민박집과 순천 시내에 씨티관광호텔(061-753-4000), 로얄관광호텔(061-741-7000) 등이 있다.

♤문의할 곳; 순천시청(www.suncheon.jeonnam.kr) 문화관광과 (061)749-3328·3742·3023, 도사동사무소 (061)749-3625, 순천시외버스 공용정류장 (061)744-6565. 순천역 1544-7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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