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한강 고수부지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는 라이더들을 불러 세워 사진을 찍었다. 촬영에 응해주신 멋진 라이더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라이더들을 보면 마치 은행에 가는 길(예금하러 간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알죠?)인 것처럼 보인다. 마스크 또는 버프로 복면을 하고 나쁜 공기와 날벌레, 그리고 햇볕을 차단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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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황산가스·일산화탄소·탄화수소·이산화질소…
버스 꽁무니 쫓으며 매일 독한 칵테일을 마신다
방독면을 쓰지 않는한 한숨에 들이킬 수밖에
심폐기능까지 좋아져 더 많은 흡입하니 어쩌나
홍은택의 ‘서울 자전거 여행’ ⑩ 자전거 출퇴근한다는 얘기할 때마다 받는 질문은 공기가 괜찮으냐는 것이다. 공기도 공기지만 자동차들의 뒤꽁무니를 좇아가니 더 해롭지 않느냐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사실이다. 서울을 자전거 타기에 부적합한 도시로 만드는 가장 심각한 요인은 세계의 어느 대도시에 비해 나쁜 공기다. 비단 자전거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교외의 산에 등산하는 사람들도 서울형 차도르 또는 히잡을 쓰고 다닌다. 이슬람권에서는 여성만 얼굴을 보이지 않게 두르고 다니지만 서울에서는 남자조차도 일부는 그것도, 공기가 상대적으로 좋은 산에 가는데 마스크 복면을 한다.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서울 사람들을 보고 중동 사람들은 이슬람의 새 종파가 생겨난 것으로 해석할 게 틀림없다.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한 지 한 두 달 만에 기관지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도 그랬다. 내 답변은 계속 타면 괜찮아진다는 것이다. 근데 의학이나 환경 분야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괜찮지 않은 모양이다. 표면적으로 괜찮아진 것 같지만 꾸준히 유해물질들을 흡입, 축적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내성이 생겼다고 착각, 계속 들이마시면서 건강이 악화될 위험이 클 수도 있다. 그건 흡연과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연기가 독해서 콜록콜록 하지만 자꾸 피면 입으로, 코로 들이마시고 뿜어내고 도넛을 만들고 구름을 만들고 각종 묘기를 부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해물질에 내성이 생겼다고 말하지 않는다. 라이더와 시민들의 호흡을 방해하는 작자들은 대략 여섯 가지다. 우리는 미세먼지와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이산화질소, 오존이 뒤섞인 독한 칵테일을 마시고 산다. 이 칵테일은 천 만 명이 매일 마셔대는 데도 줄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쉬지 않고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다. 내게는 정차돼 있다가 가속페달을 밟는 버스만큼 지독한 바텐더가 없다. 폭탄주보다 독한 배기가스를 뿜어댄다. 차도로 가면 이 배기가스를 피할 길이 없다. 버스가 한 차선 가득 차지하고 있어 왼쪽, 오른쪽 어느 쪽으로도 피해나가기 어렵다. 오늘도 이 독배를 한 숨에 들이켜야 하는군.
마스크가 걸러낼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조금 큰 먼지 그러니까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5 만한 먼지보다 커야만 차단이 되고 웬만하면 그냥 다 들어온다. 화학물질은 방독면을 쓰고 다니지 않는 한 차단할래야 할 수 없다. 화학 물질의 밀도가 공기와 대략 비슷해서 숨을 쉬는 한 다 마셔줘야 한다. 탄소 필터가 있는 마스크를 쓴다면 미세먼지와 오존은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가속페달 버스는 지독한 바텐더 어렸을 때 나는 일산화탄소를 마셨다. 구들장에서 연탄가스가 새서 매일 소량씩 상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맛도 없고 냄새도 없어서 마실 때는 몰랐다. 마시고 나면 어지럽고 몸에 힘이 없어진다. 일산화탄소는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화석연료를 불완전 연소했을 때 발생한다. 완전 연소란 현재의 기술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연기관을 가동시키는 한 일산화 탄소가 나온다. 그것은 체내에 들어가 혈액 중 산소 운반책인 헤모글로빈을 꼬셔서 태업 또는 파업을 일으키게 한다. 산소가 운반되지 않으면 시력이 감퇴하는 것을 시작으로, 심장과 폐가 다치고 뇌조직과 신경계통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 2000 ppm의 일산화탄소를 30분 동안 맡으면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2000 ppm 이라면 대기중 일산화탄소의 비율이 0.2%일 경우인데 배기통을 물고 빨지 않는 한 그런 경우는 없다. 보통은 대기 중 일산화탄소가 5 ppm 이하인데 5 ppm이라도 20분 이상 노출되면 신경계 반사작용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어느 위치에서 맡느냐에 따라 흡입량이 달라지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의 위치에서 오염을 조사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대도시에서 차도로 주행하는 라이더가 10-20 ppm의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오염이 심한 점을 감안하면 서울 라이더들이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는 정도는 더 심각하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화학반응은 신기하기 짝이 없는 게 이산화탄소(CO₂)는 괜찮은데 산소의 원자수가 하나 적은 일산화탄소(CO)는 생명을 위협한다. 공기는 대략 질소 78%와 산소 21%로 이뤄져 있는데 마찬가지로 질소 한 원자와 산소 두 원자가 결합하면 유독한 이산화질소(NO₂)가 된다. 이산화질소는 자동차에서 직접 나오는 게 아니라 자동차 내연기관이 섭씨 482도 이상으로 달아올라 공기를 덥힐 경우 공기중의 질소와 산소가 결합해 생긴다. 이것은 면역체계와 폐를 약화시키고 천식과 기관지염을 악화시킨다. 산성비의 주요성분이며 탄화수소와 공모해서 오존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끔찍이 아끼는 산소도 원자 3개가 결합하면 말썽꾸러기 오존(O₃)이 된다. 오존은 면역체계와 세포를 사정없이 공격하고 호흡기 장애를 유발한다. 라이더들이 주로 차도에서 맡는 악취의 장본인이다. 이 오존이 미안했던지 하늘 위 32 킬로미터 상공에서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보초를 서고 있다. 병주고 약주고다. 나는 아황산가스도 제대로 맡아본 적이 있는데 91년 원진레이온에서였다. 아황산가스로 중독된 노동자들의 고통을 무시해오다가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사회문제가 됐다. 그 때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눈이 맵고 호흡이 곤란해 10분도 채 안에 있을 수 없었다. 심지어 콘크리트마저 흐물흐물 삭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했지만 아황산가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가스가 소량이지만 도로 위에 일상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화석 연료에는 황이 섞여 있어 연료를 태우면 황이 산소와 결합해 아황산가스로 변한다. 공중에서는 빗방울과 동침, 산성비로 쏟아져 내린다. 이 오염물질들이 일으키는 증세는 폐렴, 기관지염, 천식, 폐기종 등 대충 호흡기질환이어서 증세만 보고 뭘 들이켰는지 알기 어렵다. 굳이 골라 마실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고르라고 하면 일산화탄소만은 피하고 싶은데 무색무취하니 알 길이 없다. 차도 라이더에게는 공해배출원에 바싹 붙어다닌다는 점 말고도 한 가지 더 불리한 점이 있다. 자전거를 타면 심폐기능이 좋아진다. 이 말은 한 번 숨을 쉴 때 남보다 더 많은 공기를 흡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들이키는 오염물질의 양도 많아진다. 미국에서는 대기 오염지역에서의 유산소 운동은 운동효과보다는 폐해가 더 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래고 자전거 타기는 남는 장사 그렇다고 나는 위축되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한강을 건널 때까지는 강변을 주로 달리기 때문에 자동차나 지하철을 탄 사람들보다는 맑은 공기를 호흡한다고 생각한다. 강북에서 차도로 가면서 더 많은 오염물질을 호흡하긴 하지만 하루 오염물질 흡입량을 더해보면 총량에서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들과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여기에 다리와 허리의 근력 강화나 심폐 기능의 향상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여전히 자전거를 타는 게 남는 장사라고 본다. 그래도 기왕이면 오염물질을 덜 마시는 게 좋기 때문에 도시 주행 전문가들의 얘기를 참조해서 호흡의 노하우를 정리해봤다. 첫째, 코로 호흡한다. 입으로 호흡하면 폐로 차곡차곡 쌓일 것을 콧속 점막에 있는 촘촘한 섬모의 검문을 일단 받도록 한다. 이 때 콧물이 분비돼 검문에 걸린 오염물질을 체포함으로써 폐로 가는 것을 차단한다. 이 덩어리는 코 밖으로 자연적으로 나오거나 인위적으로 나오게 하거나(코를 파거나 코를 풀 때) 또는 삼켜져서 식도를 타고 위로 가게 한다. 미관상 마지막 방안을 강력히 권한다. 둘째, 페달을 천천히 밟는다. 페달을 세게 밟으면 코만으로는 호흡이 곤란하기 때문에 입을 벌리게 된다. 차도에서는 천천히, 공기가 비교적 맑은 한강고수부지에서는 세게 페달을 밟아서 강약을 줄 필요가 있다. 셋째, 공기가 안 좋은 곳을 통과할 때는 숨을 참는다. 공기가 안 좋은 곳이 계속 이어질 때는 숨을 거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이 때 향상된 심폐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잘못해서 오염물질을 흡입했다고 판단되면 폭탄주 마시듯 원샷하지 말고 바로 뱉어버린다.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섯째, 오염이 정 신경 쓰인다면 인도로 간다. 도로에서 맡는 것보다 훨씬 오염이 덜하다. 여섯째, 큰 효과는 없지만 마스크를 쓰되 마스크에 십자 표시를 한다. 자동차에 대해 살살 배기가스를 쏴달라는 애원의 표시다. 마스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레스포로, 3M 9322, 모리스, 크린탑… 하나도 써 본 게 없어서 제품의 성능을 평가할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 가장 좋기로는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하러 들어갈 때 쓰는 방독면인데 그걸 쓰고 다니면 외국인들의 서울 발길이 뚝 끊길 것이다. 서울에서 곧 생화학전이 일어나나 보다 하면서. 그렇게 라이더들의 집단 시위라도 주동하고 싶지만 정작 내게 더 심각한 대기의 위협은 다른 것이다. 황사가 끝나고 모처럼 편히 숨쉴 수 있다고 여기던 초여름, 흙비가 내린다고 생각했다. 헬멧에 우두둑 뭔가가 계속 떨어진다. 집에 와서 상의를 벗자 목과 가슴에 조그만 덩어리들로 범벅이 돼 있다. 자세히 보니 날벌레들. 강과 천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날벌레들의 세상이다. 한번은 눈에도 들어가고 코에도 들어갔다.
홍은택/〈아메리카 자전거 여행〉〈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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