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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31 21:32 수정 : 2006.08.31 21:32

무인도 사승봉도는 때묻지 않은 자연미와 드넓은 은빛 모래밭 및 갯바위 틈에서 골뱅이와 소라, 비단조개를 잡는 독특한 체험과 즐거움이 있다.

인천 사승봉도·승봉도 /

폭염과 열정이 추억의 잔해로 저물어가는 가을의 길목에 섬은 무엇을 예비하고 있을까.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쯤 서해로 나가면 아담하고 한가로운 무인도와 만난다.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에 딸린 사승봉도를 찾아가는 철 지난 섬 여행에는 호젓하고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

승봉도에서 갈아탄 통통배로 5분 거리인 섬에 내리자 광활한 은빛 모래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썰물 때만 드러나 바닷 물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드넓은 모래밭에서 한가롭게 먹이를 찾던 갈매기들이 낯선 인기척에 하나둘씩 자리를 뜬다. 손으로 만지면 부드럽게 부서지는 모래밭에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 제 집으로 찾아들어간 게 구멍만 빼곡하다.

선장이 작은 구멍을 가리키며 파보란다. 손으로 모래를 걷어올리자 소줏잔 크기만한 골뱅이가 나타난다. 넓은 모래밭에는 골뱅이가 지천으로 숨어있어서 1시간만에 비닐봉지 하나가 너끈히 채워진다. 서북쪽 모래밭 끝 갯바위 틈을 들척이자 갯고둥과 소라가 잔뜩 들러붙어있고 놀란 달랑게와 방게가 몸을 감춘다. 교회 모임에서 왔다는 김미경(44·경기도 평촌 반도보라아파트)씨는 “휴가철이 지나서 그런지 섬이 한적하고 바다도 깨끗하다”면서 “골뱅이와 소라를 잡는 재미에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인천부두 1시간거리 호젓한 섬 은빛 모래밭 골뱅이·소라 지천
바닷가 저녁놀에 가슴 뜨거워지면 ‘사랑전설’ 바위에서 맹세 해볼까

승봉도에 하나밖에 없는 이일레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한 해안과 고운 모래밭, 시원한 소나무숲을 자랑하는데 무엇보다 노을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모래의 섬’ 사도(沙島)로도 불리는 사승봉도는 썰물 때면 동북쪽으로 길이 2㎞ 폭 200m, 서북쪽으로 길이 2.5㎞ 폭 1㎞의 드넓은 백사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사장 뒷산에는 곰솔(해송)과 참나무, 오리나무, 칡덩굴 등이 무성하게 숲을 이룬다. 섬에는 암반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길어오르는 우물이 두 군데 있다. 해수욕 뒤에 간단하게 몸을 씻을 수 있어 여름철이면 알짜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다. 때묻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 때문에 영화 <패밀리>(2002년)와 드라마 <느낌>(94년), <마지막 승부>(94년), 최근 텔레비전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승봉도 토박이 민경용(38)씨는 “맑은 날 해거름이면 서쪽 하늘과 바다 위를 붉은 빛으로 가득 채우다 수평선 너머로 지는 일몰이 실로 장관”이라고 말한다. 그는 “9월부터는 노래미나 광어, 우럭이 많이 잡혀 월척을 노리는 낚시꾼들이 찾아든다”고 귀띔한다.

사승봉도의 본섬인 승봉도는 봉황이 나는 모양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걸어서 2시간이면 한바퀴 돌 수 있는 작은 섬이지만 해안선을 따라 파도가 빚어낸 특이한 바위와 기암절벽, 동굴 등 구석구석에 아기자기한 멋이 숨겨져 있다. 특히 승봉도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인 이일레 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한 해안, 고운 모래밭을 감싸고 있는 시원한 소나무숲을 자랑한다. 노을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섬의 남동쪽 끝에는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섞여 삼각형의 아름다운 해변을 이룬 부두치가 있다. 파도가 많이 부딪힌다 해서 ‘부디치’라고도 불리는 해변 앞에는 작은 돌섬 하나가 있는데, 썰물에 바닷길이 드러나 모래톱을 거닐며 바지락을 캐는 재미를 안겨준다.

승봉도의 북쪽 해안 버끈내 해변에는 바위 모양이 남대문을 닮은 남대문바위가 있다. 바위 벼랑 끝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이 독특한 바위는 코끼리 모양 때문에 코끼리바위라고도 불린다. 조선시대 사랑하는 남녀가 다른 섬으로 시집가려하자 두 사람이 이 문을 넘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고 한다. 이 문을 지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인지 젊은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남대문바위 앞쪽 소리개산 밑에 촛대 모양을 한 촛대바위도 승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다. 또한 이일레 해수욕장 뒷쪽에는 울창한 솔숲이 마을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어 짙은 솔향기를 맡으며 한가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승봉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여행정보 ■

승봉도는 약 370여년 전 신씨와 황씨가 고기를 잡다 풍랑을 만나 정착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성을 따서 신황도라 불리다가 지형이 봉황새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승봉도라고 불리게 되었다.

승봉도는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시멘트 포장길이 잘 단장돼 있어 트레킹이나 자전거 여행에도 알맞다. 또한 숙소에서 차량을 제공하기 때문에 굳이 차를 가지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승봉도 앞에 있는 사승봉도는 본디 무인도였으나 몇해 전 서울 사람이 구입한 뒤로 개인섬이 되었으며, 현재는 섬 관리인 부부가 살고 있다. 사승봉도에 가려면 관리비용으로 어른 3000원(아이 2000원)을 내며, 만약 텐트를 치려면 1일 사용료 1만원을 내야 한다.

♤가는 길: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지하철 1호선으로 동인천역에 내려 시내버스로 인천 연안부두로 승봉도행 배를 탄다. 우리고속훼리(www.wk.co.kr, 032-887-2891~5) 소속 쾌속정 파라다이스(1일 2회)로 1시간10분, 대부해운(www.daebuhw.com, 032-887-6669)과 진도운수(www.jindotr.co.kr, 032-888-9600) 소속 카페리호(1일 1회)로 1시간40분 걸린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도 대부해운(032-886-7813~4) 소속 카페리호(1일 1회)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잠자리: 승봉도 선착장 부근에 20평형 객실 150실을 갖춘 동양콘도미니엄(www.dycondo.com, 02-2604-6060)이 있다. 또 선창휴게소(www.isunchang.com, 032-831-3983)는 민박과 음식점을 겸하며 배낚시도 안내하는데,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다. 취사시설과 화장실을 갖춘 원룸형 방이 있는 민박집도 20여곳 있다. 비교적 깨끗하며 값도 저렴하다.

♤먹거리: 자연산 우럭과 놀래미, 광어로 요리한 회와 매운탕 등은 승봉도의 별미면서도 값이 그리 비싸지 않다. 또한 사승봉도나 부두치에서 직접 잡은 골뱅이와 소라, 비단조개를 삶아 먹는 것도 섬여행의 맛과 재미를 더한다.

♤문의: 옹진군청 관광자원개발사업소(tour.ongjin.go.kr, 032-899-3311~5), 자월면사무소(032-833-6010~1) 승봉도 안내 홈페이지(www.myseungbongd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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