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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한계곡의 옥소폭포. 산천어와 도뇽룡이 노니는 청정 1급수를 자랑하는 물한계곡의 계류는 워낙 물이 차서 1분 이상 발을 담그지 못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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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 계곡물 산천어 도롱뇽 노닐고
하늘 가린 원시림 저편 꾀꼬리 소쩍새
탁트인 삼도봉 오르니 콧노래가 절로
충북 영동 물한계곡 트레킹
8월의 영동은 푸른 꿈들이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어디든 싱그런 녹색물결을 이룬 포도밭에는 포도송이들이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있다. 불볕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영동은 늦더위 피서와 함께 맛과 멋을 한꺼번에 즐길 만한 여행지로 제격이다. 포도 수확을 앞둔 이달 말께 난계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줄기가 이어진 민주지산의 자락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에는 고산준령의 원시림에서 사시장철 옥수가 흘러넘치는 물한계곡이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물한리에서 상도대리까지 12.8㎞에 이르는 긴 계곡에는 휴가를 즐기려는 피서객들이 붐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물한계곡에 들어서자 많은 이들이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모습들이 보인다. 황룡사를 지나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800m쯤 오르자 잘 가꿔놓은 낙엽송 숲에 이어 하늘을 가린 채 빽빽하게 우거진 잣나무숲이 나타난다. 바깥엔 8월 땡볕이 내리쬐지만 계곡에는 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숲 그늘이 짙고 서늘한 한기만 흐를 뿐이다.
잣나무 숲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계곡과 끼고 도는 왼쪽 길은 삼도봉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민주지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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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 가는 길과 민주지산 가는 길로 나뉘는 두 갈래 길 옆에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잣나무숲과 낙엽송숲이 우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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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숲 속으로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한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민주지산 길을 뒤로 남겨둔 채 맑은 물소리와 더불어 삼도봉 가는 길을 택했다. 200m쯤 올라가자 왼쪽에 10m 아래로 시원스레 계류를 쏟아내리는 옥소폭포와 만난다. 잠시 멈춰 폭포로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얼굴을 씻고 발을 담갔으나 차가움에 소스라치며 이내 발을 빼내야 했다. “한여름에도 멱을 감고 난 뒤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얼어죽는다”는 마을 사람들의 우스갯소리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물한계곡이 이곳 지명인 물한리(勿閑里)에서 이름을 땄다고 하지만 계곡물이 너무 차서 붙은 이름이라는 것에 더 수긍이 간다. 계류는 산천어와 도롱뇽이 노니는 청정 1급수를 자랑한다.
남한의 마지막 원시림 지대로 불리는 물한계곡의 숲길은 신갈나무, 들메나무, 서어나무 등 자연림으로 우거져 한낮에도 적막한 느낌이 든다. 의용골폭포를 향해 계곡길을 오르자 어디선가 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물한계곡에는 후투티, 꾀꼬리, 덤불해오라기, 소쩍새, 노랑할미새 등 수십종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소들과 숲이 어우러져 시원함과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의용골폭포와 음주암폭포를 지나 숲길을 1.1㎞쯤 오르자 갑자기 탁 트인 풍광이 나타나면서 삼마골재와 만난다. 삼마골재에서 능선을 타고 굴참나무와 싸리나무, 조릿대 무성한 숲길을 지나 700m쯤 오르니 삼도봉이 눈앞이다.
충북(영동), 경북(김천), 전북(무주) 등 삼도가 모인 꼭짓점인 삼도봉에는 삼도 화합 기념탑이 있다. 해마다 10월10일이면 삼도를 상징하는 거북과 용, 검은 여의주로 만들어진 탑 아래에서 ‘삼도 만남의 날’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물한계곡에서 화합과 무욕의 마음을 배운다.
영동/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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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럽게 영근 당도 높은 영동 포도가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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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그 사나이? 난계국악축제 보러 갔대
포도의 고장 영동에서 와인과 국악이 만나는 색다른 여름음악축제가 열린다.
영동군은 국악의 거성 난계 박연 선생의 음악적인 업적을 기리는 ‘제39회 난계국악축제’를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영동읍 용두공원과 군민운동장 일원에서 펼친다. ‘포도·와인과 함께하는 조선시대 음악여행’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그동안 별도로 열었던 포도축제를 통합함으로써 새콤한 포도와 달콤한 와인, 수준높은 국악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을뿐더러 볼거리도 풍성하다.
올해는 축제 주제관인 ‘박연과 떠나는 조선시대 음악관’과 국악의 8음공방, 난계국악교실, 역사추리극, 궁중연회, 열린국악무대, 와인카페, 국악프린지 등이 새로 선보인다.
축제 주제관에서는 난계의 삶과 업적, 시대별 음악의 변천과정, 국악기의 유래와 쓰임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또 8음공방에서는 금부(쇠붙이), 석부(돌), 사부(명주실), 죽부(대나무), 포부(박) 등 재료에 따라 악기를 분류한 8개 공방마다 전문가가 악기제작을 시연해 보인다. 난계국악교실에서는 국악기 연주 체험과 함께 국악을 소재로 한 역사추리극 〈박연의 피리〉와 〈궁중연회〉가 공연된다.
상설무대인 열린국악무대에서는 KBS와 시·도국악관현악단의 공연, 중요무형문화재인 양주별산대놀이와 봉산탈춤 등이 펼쳐진다. 특히 축제기간에 영동의 포도생산 농가들이 출자해 만든 와인제조회사인 와인코리아(043-744-3211~5)에서 포도농가 방문, 포도따기, 와인 숙성창고 및 와인 제조공장 견학, 와인 시음 등의 와이너리투어를 할 수 있다. 와인코리아에서 당도가 높은 국산 ‘캠벨얼리’ 포도로 만든 ‘샤토마니’는 영동읍 매천리 일대 일제의 탄약저장 지하토굴 속 참나무통에서 숙성되는 독특한 와인이다. 문의 난계국악축제(
http://nangye.yd21.go.kr) (043)742-2215. 영동군청 문화공보과 (043)740-3221~6.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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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영동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는 양산면 송호리에 물 맑은 금강을 끼고 수령 300년이 넘는 소나무 수백그루가 숲을 이룬 송호국민관광지와 그 일대 여덟 경승지인 ‘양산팔경’을 꼽을 수 있다. 또 천태산과 고찰 영국사, 백화산과 고찰 반야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명소이다. 이와 함께 국악의 거성 난계 박연 선생이 고향인 영동에 돌아오면 자주 찾았다는 심천면 옥계리 옥계폭포를 비롯해 난계 생가, 난계 국악당, 난계 국악박물관, 난계의 영정을 모신 난계사, 난계 국악기제작촌 등 난계 유적지는 유익한 문화답사지이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 →임산 방향 49번 지방도 →5.8km →노천리에서 오른쪽길 →6.5km →매곡면 →상촌면 →9번 군도 →물한리 주차장
호남고속도로 →서대전 분기점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 →물한리 주차장
경부고속도로 또는 중부고속도로 →대전 →대진 고속도로 →무주나들목 →19번 국도 →무주군 →30번 국도 →설천면 →49번 지방도 →용화면 →상촌면 →물한리 주자창
기차 영동역(043-1544-7788, 043-744-8788), 영동에서 황간면~매곡면~상촌면 물한리까지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5시50분까지 시내버스(동일버스·043-742-3971)가 1일 5회 운행한다.
▶잠자리
물한계곡 아래 풀하우스펜션(011-406-6962), 딸부자집민박(043-745-1860), 물한로하스펜션(043-745-3008), 상촌황토방산장(043-743-9992), 계곡황토민박(043-745-3359) 등 깨끗한 민박집이 많다. 물한골된장집(043-745-3513)은 황토방 민박시설과 함께 담근 된장을 판다.
▶먹거리
물한계곡 아래 신한천식당(043-745-0920), 다래나무식당(043-745-0967) 등은 매운탕 전문식당이다. 양산면에 어죽 전문 가선식당(743-8665)과 선희식당(043-745-9450), 영동읍과 황간면에 올갱이국 전문 일미식당(043-743-1811)과 인터식당(043-742-4525) 등은 영동의 토속음식점으로 소문난 곳이다.
▶문의할 곳
영동군청(http://yeongdong.go.kr) 관광계 (043)740-3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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