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길해수욕장 드넓은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뛰놀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백길해수욕장은 우거진 송림 아래 고운 모래밭이 펼쳐지고 바다는 얕고 잔잔해 가족단위 피서지로 알맞다.
|
목포항서 1시간반 뱃길 따라가 솔밭 헤치고 나서면
‘소문난 해수욕장’ 백길·분계 오붓한 가족만의 시간 즐기려면
때묻지 않은 서쪽해안으로
전남 신안군 자은도 해수욕장
섬으로 가는 뱃길은 울렁이는 설렘이다. 목포항을 떠난 배는 1시간반 동안 신안군 서남해안의 파도와 비바람을 헤치고 암태도 남강선착장에 사람과 차를 떨궈놓는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서해안 섬지방의 농민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던 ‘암태도 소작쟁의’의 땅을 가로질러 은암대교를 건넜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암태도와 자은도를 1996년 하나로 만든 다리다.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
자은도.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큰 섬답게 도로 좌우로 드넓게 펼쳐진 논과 밭에는 벼와 이 고장의 특산물인 대파가 녹색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백길해수욕장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유각리 서남쪽 해안의 백길마을로 내려가자 솔밭 사이로 푸른 바다가 다가온다.
모래 둔덕에 서자 3㎞가 넘는 광활한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밭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아스라한 모래밭이다. 성근여를 비롯한 아름다운 무인도들이 바라다보이는 잔잔한 바다에는 아이와 어른이 어울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모래 언덕 아래에는 제철을 맞아 세상구경을 나온 잠자리 잡기에 한창이다. 백길해수욕장은 동심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백길해수욕장을 나와 서쪽 해안길을 따라 백산리로 가다 분계마을 어귀에서 키 큰 소나무 숲과 만났다. 분계해수욕장 입구로 들어서서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서자 200년은 너끈히 묵은 직한 늙은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오솔길 아래에 아담한 모래해변이 나타난다. 자은도에서 백길해수욕장과 더불어 여름철에 가장 사랑받는 해수욕장이다. 건너다보이는 우각도와 철새 서식지로 유명한 칠발도 앞바다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올해는 해수욕장에 예년처럼 모래가 많이 쌓이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분계해수욕장 못 미쳐 백산마을 뒤편에는 섬에서는 드물게 1만평 가량의 자연호수가 있다. 용이 승천하면서 만들었다고 해서 용소라고 불리는 이 호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아 주변 대파단지의 급수원과 이웃의 구영, 고장 들녘의 농업용수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가족끼리만의 오붓하고 한적한 피서를 즐기려면 자은도의 덜 알려진 해수욕장들을 찾아볼 만하겠다. 유각리부터 백산리, 고장리, 송산리, 한운리에 이르는 서쪽 해안에는 외기, 신성, 양산, 면전, 신돌(신들), 둔장, 내치 등 은빛 모래의 백사장과 얕은 수심을 자랑하는 해수욕장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
‘갯벌 올림픽축제’가 열리는 증도와 우전해수욕장을 잇는 ‘짱뚱어다리’. 이 다리는 폭 2m, 길이 470m에 이르는 나무다리로, 짱뚱이·문저리(망둥어)·백합·대롱·화랑게·밤게·농게 등 갯벌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
|
분계해수욕장 들머리에 있는 거꾸로 선 여자 나신을 닮은 소나무. 이곳엔 200년 묵은 직한 늙은 소나무들이 많다.
|
특히 고장리의 외기해수욕장과 송산리의 둔장, 신돌해수욕장 등은 자은도 주민들이 여름철 피서지로 널리 이용한다. 개발의 손때가 묻지 않아 외지인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다.
해거름에 고장리 외기마을 앞 외기해수욕장을 찾았다. 고운 모래로 뒤덮인 수풀을 헤치고 해변으로 내려서자 물기 머금은 모래밭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에 규사를 채취하던 곳인 만큼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고 고운 1.5㎞ 모래밭과 둔북섬을 비롯한 무인도를 배경으로 부드럽게 채색된 바다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발끝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모래의 촉감을 즐기며 대나무섬 앞까지 걸었다. 썰물 때는 걸어서 섬을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동행한 면사무소 직원 성치민(41·신안군 자은면 유각리)씨는 “외기해수욕장은 바닷속으로 빠져드는 해넘이가 환상적일 만큼 아름답다”며 “오늘은 물안개가 짙어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둠이 내리자 멀리 까마귀섬 무인등대의 따스한 불빛이 안타까운 마음을 다독거린다. 가늘고 고른 해조음이 자은도를 잠재우고 있다.
자은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진흙벌 미끄럼·짱뚱어 잡이 ‘짜릿’
‘보물섬’ 증도 우전해수욕장 4일부터 1회 갯벌축제
올림픽 종목경기·체험행사 다양…휴양타운 문열어
“보물섬 증도에서 한여름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신안 해저유물 발굴로 널리 알려진 전남 신안군의 아름다운 섬 증도 우전해수욕장에서 ‘제1회 섬·갯벌 올림픽 축제’가 4일부터 6일까지 ‘섬과 갯벌에서 한여름의 추억 쌓기’라는 주제로 열린다.
전남도와 신안군이 주관하고 문화관광부·해양수산부·한국관광공사 등이 후원하는 이 이색행사는 우리나라 서남해의 아름다운 다도해와 신안군의 자랑거리인 갯벌생태계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열리는 해양문화축제.
이번 축제는 섬 마라톤대회와 진흙축구대회, 진흙씨름대회, 진흙슬라이딩, 모래조각 콘테스트 등 종목별 경기가 벌어진다. 또 해양레포츠 체험, 머드탕 체험, 갯벌 미끄럼틀, 백합캐기 체험, 염전 체험, 운저리·짱뚱어 낚시 체험 등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도 준비돼 있다. 이와 함께 모듬북과 사물놀이 공연, 바다와 섬 콘서트, 야외 영화상영, 불꽃놀이 등 공연문화행사와 갯벌생태학습체험관, 농수특산물 전시판매, 관광사진전 등 부대행사도 있다.
한편 축제에 맞춰 지난 27일 증도의 새로운 관광명소인 ‘신안 증도 갯벌휴양타운’이 4년 공사끝에 문을 열었다. 총공사비 368억원이 들어간 갯벌휴양타운은 1200평 규모의 갯벌생태전시관, 대규모 리조트, 짱뚱어와 게 등 갯벌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짱뚱어 다리’ 등을 갖추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주무대인 우전해수욕장은 울창한 송림과 길이 4㎞, 폭 100m의 백사장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이곳 개펄은 게르마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축제기간에 솔항공여행사(02-2279-5959)에서 ‘갯벌 올림픽’을 체험하고 무안 항공우주전시관과 함평 자연생태공원 등을 다녀오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증도는 목포 시외버스터미널→지도 시외버스터미널→지신개 선착장에서 하루 8차례 왕복 운항하는 철부선으로 15분 거리다. www.imof.or.kr. (061)275-7685.
증도/정상영 기자
|
여행 정보
전남 신안군 자은도는 임진왜란 때 참전했던 명나라의 두사춘이라는 이가 이곳까지 피신해서 목숨을 구하게 되자 주민들이 베풀어준 사랑(慈)과 은혜(恩)를 못 잊어서 이름을 지어 불렀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자은도는 이웃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와 각각 은암대교, 중앙대교, 신안제1교로 이어져 있어 네 섬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교통편과 편의시설이 불편하므로 이곳을 방문하려면 배로 자동차를 가져오는 것이 여행하기에 편하다.
▶가는 길
전남 목포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들어간다. 서해안고속도로로 목포까지 간 다음 1번 국도로 가거나 고속철도(KTX)와 비행기로 여객선 터미널로 간다. 목포-암태도(남강 선착장)는 대흥페리 1호와 5호가 하루 5회(오전 6시50분·7시20분·10시30분, 오후 1시·3시) 운항하며 1시간30분 걸린다. 암태도에서 자은도까지 군내버스가 다닌다. 목포항 여객선터미널 (061)243-0116~7. 대흥페리 (061)244-9915~6.
▶묵을 곳
자은도는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면소재지 구영리에 비교적 깨끗한 대성모텔(061-271-3488)과 황금장여관(061-271-8100)이 있다. 백길해수욕장에는 몽골형 텐트와 민박시설(061-271-5600), 분계해수욕장에는 민박집이 있다. 두 해수욕장을 제외한 외기해수욕장 등에는 주변에 민박시설과 식당, 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구영리에 잘 곳을 구하거나 텐트와 샤워용 물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해수욕을 즐긴 뒤 분계해수욕장 근처 백산마을 뒤편에 있는 용소에서 간단하게 몸을 씻을 수 있다.
▶먹거리
음식물을 비롯해 필요한 물품은 뭍에서 미리 준비하거나 구영리에서 사야 한다. 특히 텐트로 야영하려면 더욱 준비를 꼼꼼히 해야 한다.
▶문의
신안군 문화관광과(tour.sinan.go.kr) (061)240-8357. 자은면사무소 (061)271-8377.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