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 많은 청량음료·주스
갈증해소엔 도움 안돼
이온음료·맥주 ‘흡수’ 빨라도
역시 제일 좋은 건 물!
뭘 마실까. 무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리고 나면 갈증이 여지없이 찾아온다. 가게를 찾아 냉장고 문을 열면 수십, 수백가지 음료수들이 손짓을 한다. 이 앞에서는 누구나 한두번쯤 망설이기 마련이다. 무엇을 마셔야 빨리, 효과적으로 갈증을 풀 수 있을까? (도움말 : 하상철 유니드 한의원 원장, 김현철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
갈증이란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생기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몸속에 수분이 부족해서 피의 농도가 짙어지면, 뇌 속의 센서가 체내에 수분을 채워달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때 우리는 갈증을 느낀다. 그러면 너무나 당연하게 몸에 수분을 채워줘야 하는데, 농도가 높은 음료수를 마시면 갈증 해소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당분이 많은 청량음료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음료수에 많이 포함된 당분은 몸 안의 칼슘을 소모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역작용을 한다.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일단 목이 타면 탄산음료를 들이켤까? 그것은 탄산음료 특유의 청량감 때문이다. 즉, 탄산음료는 갈증을 느끼는 입을 만족시켜주지만, 수분이 부족한 몸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과일 주스도 몸에는 좋지만 마찬가지로 당분 함유량과 점도가 높아 갈증 해소 측면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장 빠르게 몸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음료는 무엇일까. 뜻밖에도 맥주다. 왜냐하면 맥주는 위에서 많이 흡수가 되기 때문에, 마시고 나서 약 15분 정도 지나면 몸에 수분이 전달되는 효과를 본다. 그렇지만 그 효과는 길지 않다. 무엇보다 맥주에는 이뇨효과가 있고,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도 물을 소모하기 때문에 곧 역효과를 가져온다.
이온음료는 대장에서 흡수되는 속도가 빨라 갈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이온음료에 함유된 마그네슘이나 칼슘 등이 물의 체내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또 땀에는 수분뿐만 아니라 미네랄 성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온음료를 통해서 부족해진 미네랄 성분을 보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온음료의 맛을 살리거나 색을 내기 위해 들어간 첨가제인데, 이 부분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첨가제의 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몸에 별다른 영향을 못미친다는 의견도 있고, 한편으로는 건강에 해로울뿐더러 다시 갈증을 유발하는 역작용까지 있다는 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가장 무난하고 강력한 갈증 해소 음료는 물이다. 이온음료보다 몸에 흡수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운동선수라면 얘기가 약간 다르다. 예를 들어 땀을 한참 흘린 축구선수의 경우, 후반전 막판에 마신 음료의 수분이 흡수되는 미세한 속도가 경기력에도 어느 정도 차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에 닿는 섬세한 발끝의 속도 차이에서 경기의 결과가 달라지는 운동선수라면 이온음료라도 마시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그런 긴박한 이유로 이온음료를 찾아 먹을 이유는 흔치 않다.
시판되는 아미노산 음료도 마찬가지다. 격렬한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나면 근육 일부가 파열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에게는 아미노산 음료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일반인은 그저 밥 잘 먹어서 영양분을 보충해주면 된다.
등산을 즐긴다는 김현철 전 국가대표 축구팀 주치의는 산에 오를 때 보통 맥주 한 캔과 물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그는 “목이 탈 때는 맥주 한 캔을 동행한 두세 사람과 나눠 먹고, 그 다음에는 물을 먹는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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