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친구’ 대나무와 왕골 돗
산 넘어 산. 지루한 장마를 지나면 이제는 불볕더위다. 더위를 피해 에어컨을 틀어도, 냉방병이 걱정이다. 몸이 급격한 온도 차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을 부르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가장 자연스러운 피서 방법은 어떨까. 시원한 대나무나 왕골 돗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고로 돗은 자리와 돗자리를 포함한 말이다. 두 가지는 제작방법에 따라 나뉜다. (도움말: 이송진 대나무자원연구소 연구사, 강화군청) 대나무 대나무는 특히 여름에 사랑받는 소재다. 열 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대자리이나 죽부인, 베개, 방석 등의 소재로 애용된다. 그렇다고 플라스틱 같은 소재에 비해 열전도율이 특별히 낮은 것은 아니다. 다만 대나무 특유의 항균력이 있어서 오래 써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제 대나무자원연구소의 실험에 의하면, 상온에서 딸기가 약 3일 정도 후 부패를 시작한 반면, 대나무 소재 위에 얹어둔 딸기는 약 7일 후 썩기 시작했다. ‘차가운 성질’은 오해…항균력 특유값싼 중국산, 국산보다 밀도 떨어져 대나무가 여름철에 애용되기 때문에, 성질이 원래 차갑다는 오해도 종종 산다. 그래서 댓잎 차도 손발이 찬 사람들은 먹으면 안된다는 얘기도 돌지만 사실이 아니다. 차나무가 차가운 성질을 가진 것에 비해, 대나무는 그런 특성이 없다. 다만, 대나무가 물을 많이 머금은 식물이라서 대나무 숲은 다른 숲에 비해서 온도가 무려 5도나 낮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산다. 요즘에는 중국산 대나무 제품이 많이 들어와서 국산을 밀어내는 실정이다. 중국산은 국산에 비해 반값도 안될 정도로 싸다. 그 대신 중국산은 국산 제품에 비해, 밀도와 강도가 약간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제품을 만들 때, 대나무 재료를 105도 전후의 온도로 쪄서, 쪼개짐을 예방하고 살균하는 공정을 거치는데, 이 기술에서도 국산이 전반적으로 우위를 보인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중국산과 국산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인데, 믿을 만한 상점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 대자리는 크기와 질에 따라 약 5만원 선에서 가격이 시작된다. 왕골
왕골이라는 이름은 많이 접했어도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왕골은 겉이 매끄럽고 광택이 있는 풀인데, 길이는 1.5~2m로 다 자라면 황색을 띤다.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라난다. 돗에 새기는 문양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데, 꽃 무늬를 새기면 화문석, 용 모양을 만들면 용문석으로 불린다. 강화도에서는 화문석이, 보성에서는 용문석이 유명하다. 그 밖에도 호문석, 난초석 등이 있다. 물론 강화 화문석이 꽃 모양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꽃 새기면 화문석·용 무늬는 용문석
일정한 줄간격·꼼꼼한 마감처리 ‘상품’ 왕골도 열 전도율이 낮아서 시원한 느낌을 주는 소재다. 오래 사용해도 윤기가 강하고 부스러짐이 적다. 국산 왕골 돗도 값싼 중국산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산 돗도 조금씩 들어오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국산 돗의 품질이 앞서 있다. 질 좋은 왕골 돗을 고르기 위해서는, 돗의 골과 줄 간격이 일정한지, 물감 무늬가 일정한지, ‘휘갑’이라 불리는 가장자리의 마감처리가 일정하게 잘 되었는지를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왕골 돗을 파는 인터넷 가게도 조금씩 들어섰지만, 전문가들은 이왕이면 직접 매장을 찾아서 돗을 사라고 권유한다. 돗이 공산품이 아니다 보니, 제품마다 품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눈으로 직접 꼼꼼히 점검하고 사는 것이 낫다. 왕골 돗은 가격도 비싼 편이다. 보통 30만원 선에서 시작된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담양군청·강화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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