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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0 19:54 수정 : 2006.07.20 20:05

콰이강변 수상가옥. 인조문명의 이기를 벗어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칠흑같은 밤, 별이 쏟아진다네
고산족 전통춤에 가슴 설레고
뗏목 래프팅 눈 시린 풍광들


타이 콰이강 수상가옥 체험

아름다운 해변도 없다. 푸른 바다 산호도 없다. 시간이 잠시 멈춰선 땅, 콰이강만이 유유히 흐른다.

푸미폰 국왕의 즉위 60주년을 축하하는 노란 왕실 문장기가 펄럭이는 교통지옥 방콕을 벗어나 차로 2시간 내달려 도착한 깐짜나부리. 타이어로 ‘보석’이란 뜻의 깐짜나. 루비와 사파이어가 많이 생산돼 거리엔 종로처럼 보석상들로 가득하다.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콰이강의 다리를 지나 다시 1시간. 콰이강 상류 리버콰이 빌리지 선착장에 차가 멈춰선다.

습도가 높은 찜통날씨 탓인가. 땀이 연방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강가에 도착하자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6월부터 10월까지 우기여서 맑은 하늘을 좀체 만날 수 없다. 여행이란 기다림의 연속. 아직 갈 길이 남아선지 10여명이 탈 배가 일행을 기다린다. 보트의 시끄러운 굉음이 콰이강을 가른다. 15분을 더 달리니 강물 위에 수십 채의 수상가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네 초가집 같은 지붕을 했다. 사이욕 국립공원에 자리한 리버콰이 정글 래프트다.

문명의 소란함이 얼씬하지 않은 땅. 지친 육체와 영혼의 ‘짐’을 내려놓기에 편안한 곳이다. 세속의 짐을 풀고 소리없이 흐르는 콰이강에 맨발도 풀어놓으니 신선이 부러울까. 흡사 우리의 동강 같기도 하고, 섬진강 같기도 하다. 산세와 나무들, 흐르는 강물. 모두 낯설지 않다. 현지인들이 주고받는 말만이 이곳이 낯선 나라임을 느끼게 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정글래프트를 밝히는 건 석유램프뿐. 시골 외가를 밤새 밝혔던 호롱불처럼, 석유의 그을음은 아스라한 추억을 피워올린다. “하늘이 맑은 날이면 총총한 별들이 쏟아질 듯해요.” 이곳 수상가옥에서 관광객을 맞는 칸 띠(35)의 말이다. 고향인 미얀마를 등지고 낯선 땅에서 10년째 돈 버는 일을 한다. 10살과 5살 남매를 미얀마에서 공부시키고 아내와 따로 떨어져 일하는 칸 띠는 ‘기러기 아빠’다. 그의 희망은 고향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란다. 우리의 귀농이랄까. 살아가는 모습은 달라도 꿈꾸는 삶은 어디나 비슷한가보다.


뗏목에서 강물로 풍덩. 몸을 내맡기면 강물따라 천천히 하류로 흘러가는 뗏목래프팅은 또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칠흑 같은 밤을 밝히는 램프 불빛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한낮의 온기를 머금은 강바람 탓이다. 코끝을 건드리는 바람. 강태공이라면 낚시를 드리우고 사색에 잠겨도 좋은 밤이다. 해먹에 누워 호사로운 여유를 누려본다. 풋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이곳 고산족인 몬족의 ‘몬댄싱’이 이방인을 기다린다. 우리 사물놀이에 영화 패왕별희의 음률을 섞어 짠 듯 가락, 귀가 즐겁다.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몬족 남자의 전통춤에 눈 또한 절로 즐겁다.

누가 집을 흔드는 것인가. 아침 잠이 깬다. 물결의 움직임 따라 육중한 몸을 흔들어 대는 수상가옥의 잠자리 탓이다. 요람 같아서 싫지 않다. 베이컨과 달걀 프라이, 커피 한잔으로 가볍게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대나무 뗏목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대나무로 엮은 뗏목을 타고 콰이강 하류로 내려가는 뱀부래프팅(bamboo rafting). 물살이 세지 않아, 구명조끼를 걸치고 강물로 뛰어들어 자맥질로 힘을 뺄 필요도, 두려울 것도 없다. 그냥 물에 몸을 맡기고 주변 풍광 따라 마음도 ‘결’대로 흐른다. 강물을 타고 내려오는데, 호화유람선이 옆을 지나간다. 배 위에선 외국인들이 신기한 구경인 양, 카메라 셔터 눌러대기에 정신없다. 부러움 섞인 눈빛으로.

돌아오는 길, 이곳에서 14년째 살고 있는 원강석(44)씨에게 타이에 대한 감상을 물어봤다. “삶은 어디나 비슷한 것 아닌가요. 이곳 사람들도 처음엔 인정 많고 여유가 많았는데, 경제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조급해진 것 같아요.” 형편이 나아진다고 꼭 행복하지 않은 법. 이방인에게 활짝 웃으며 ‘싸바이~디’(편안하게) 말을 전하는 순수한 모습만큼은 강물에 씻기지 않길 소망한다.

깐짜나부리/글·사진 김용철 기자 yckim2@hani.co.kr


“콰이강의 다리에 조선인 한 서성”
제스 전쟁박물관 운영 짠시리

콰이강의 다리.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포로들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방콕에서 남똑까지 가는 완행열차가 지금도 운행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깐짜나부리 시내 ‘콰이강의 다리’ 옆 제스(JEATH) 전쟁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아란 짠시리(71·한의사). 아직도 전쟁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는 짠시리는 전쟁의 교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포로수용소를 보수해 34년 전에 박물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콰이강의 다리와 관계있는 나라들(일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타이, 네덜란드) 첫 머리글자를 따 ‘JEATH’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타이와 미얀마를 잇는, 일명 ‘죽음의 철도’ 건설에 동원돼 숨진 연합군 포로 2만명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 지금은 잊혀졌지만 당시 일본군에 강제징용을 당했던 조선인 군속들의 한 또한 묻혀 있다.

“당시 연합군 포로들이 처음 왔을 때는 건강했는데, 일을 많이 해 갈수록 몸이 말라갔어요. 먹을 것이 형편없어 주민들에게 옷이나 반지를 주고 먹을 것과 바꿔 먹었어요. 중노동에 시달려 많이 죽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시물 어디서도 조선인 군속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영어를 잘한 탓에 특별징용돼 연합군을 직접 상대했던 조선인 군속들. “조선인들은 포로들과 직접 부딪치다보니 좋은 일보다는 싫은 일로 자주 실랑이를 벌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결국 포로들에 밉보여 전범으로 고발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나중에 신문에서 봤어요.”

1944년 연합군 폭격으로 다리 일부가 폭파된 뒤 현재 모습으로 복원된 콰이강의 다리. 영화 〈콰이강의 다리〉 무대로 잘 알려져 있는 곳. “콰이강의 다리는 인도네시아에서 뜯어온 철교를 그대로 사용했어요. 돌기둥만 이곳에서 만들었지요. 영화 속에서 연합군 폭격으로 무너진 곳이 바로 아치형 철교가 아닌 네모난 부분입니다.”

매년 11월 마지막주가 되면, 영화 폭격 장면을 재연하는 빛과 소리축제가 다리 위에서 열린다고 한다.

김용철 기자

여행 정보

타이는 남한의 5배 면적이며, 인구 6천만명 가까이 되는 불교의 나라다. 지도를 보면 코끼리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 마천루 옆 양철지붕의 허름한 빈민촌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가진 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책무)를 잘 보여주는 나라이기도 하다. 입헌군주제를 택하고 있으면서도 국왕의 위엄과 권위가 막강하다. 모든 화폐에 푸미폰 국왕의 얼굴이 새겨져 있을 정도다. 마약으로도 유명한데, 탁신 전 총리가 취임한 뒤,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마약사범 1천여명이 숨졌다고 한다. 마약이 널리 퍼져 있는 만큼 향락문화도 발달돼, 밤문화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가는 길: 비행기로 4시간30분 걸려 도착한 방콕에서 깐짜나부리 방향 190㎣. 차로 2시간30분 달린 뒤 배로 갈아타 15분 콰이강 상류 쪽으로 간다.

♤머물 곳: 리버콰이 정글래프트, 리버콰이 리조텔

♤주변 갈 만한 곳:사이욕 국립공원 내 너이 폭포, 콰이강의 다리, 헬파이어 패스, 연합군 묘지, 사파리파크

♤먹을 것: 닭고기 육수에 새우 등 해산물 넣은 맵고 신 탕 종류인 ?c얌 꿍이 있다.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라고 하는데, 세 번은 먹어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 작고 매운 고추에 간장을 넣어 만든 양념인 남쁠라가 있는데, 밥과 비벼 먹으면 기름기 많은 음식의 느끼한 맛을 줄여줄 수 있다. 또 닭고기 고추볶음인 줄까이 팟 프릭이 있다. 이외에도 람부탄, 망고스틴, 두리안, 야자 등 열대과일을 값싸게 먹을 수도 있다.

♤항공편: 대한항공(kr.koreanair.com) 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 타이항공(www.thaiair.co.kr) 타이스카이항공(www.thaiskyairlines.co.kr)

♤도움줄 곳: 주한 타이관광청(www.tatsel.or.kr,02-779-5417) 황금깃털여행(www.clubbali.co.kr,02-765-8285)

♤기타 여행정보: 타이에서 한국으로 전화거는 법(001-82(한국 고유번호)-2(지역번호 앞 ‘0’ 제외)-전화번호), 화폐단위는 바트로 1바트에 2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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