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0 17:28
수정 : 2006.07.21 16:20
개·닭 이용한 고단백 식품, 몸 따뜻하게 해 ‘이열치열’
열 많고 혈압 높으면 보신탕 되레 안 좋아
오늘은 초복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점심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신탕집 앞에 기다란 줄을 만들 듯하다. 보신탕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복날마다 거리낌 없이 개고기를 찾는다. 왜, 언제부터 사람들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에 유독 개고기를 먹는걸까. (도움말: 이장훈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교수, 안용근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방에서는 알기 쉽게 ‘이열치열’의 원리로 복날 개고기를 먹는 이유를 설명한다. 더운 여름날에는 사람들이 땀을 흘리면서 많은 열을 외부로 발산한다. 그러면 우리의 몸 속 위장과 대장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기운을 가지게 되는데, 그 결과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기력도 쇠할 수 있다. 여기에 따뜻한 음식은 몸 속 차가운 기운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를 가진다. 여기서 ‘따뜻한 음식’이란 단지 음식의 온도가 높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방에서는 음식 재료의 성질에 따라 냉온을 구분하는데, 개고기를 대표적으로 따뜻한 음식으로 본다. 이 관점에 따르면, 개고기를 먹으면 바깥으로 뻗쳤던 기운을 안으로 다시 수렴하는 효과가 있다. 복날 개고기만큼이나 인기 있는 삼계탕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삼계탕의 재료인 닭고기와 인삼도 대표적으로 따뜻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돼지고기는 차가운 음식으로 분류된다.
<동의보감>에서는 개고기를 가리켜 “성질이 따뜻하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안하게 한다.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설명한다. 식품영양학에서도 보신탕을 소화가 잘 되는 고단백질 식품이라고 본다. 개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서 기름이 적고, 콜레스트롤을 적게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개고기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체질에 따라 주의해서 먹는 것이 좋다. 원래 열이 많고 혈압이 높은 사람은 보신탕을 많이 먹으면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개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도드라지게 영양이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쇠고기, 돼지고기 등 다른 육류와 비교해서 단백질과 지방 함량은 떨어진다고 한다.
더운 날에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기원 전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기>에는 고대 진나라 덕공 2년에 삼복 제사를 지내면서, 성안 네개의 대문에 개를 잡아 못 박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밖에 중국의 고전 <주례>, <예기>, <논어>에도 개고기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한국에서는 조선 후기에 나온 <부인필지>, <증보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등에서 개고기 요리법을 설명해놓았다. 조선시대 가사 ‘농가월령가’는 한 며느리가 친정집을 가면서 개를 삶는 모습을 그렸다. 1795년 궁중 수라상에 찐 개고기가 올랐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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