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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3 13:41 수정 : 2006.07.03 13:41

여수 풍광의 진수를 맛보려면 늘푸른 바다를 겨드랑이에 끼고 펼쳐지는 돌산 섬을 둘러보아야 한다. 남해안의 특징이 오롯이 잘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빼어난 절경이 그동안은 육지와 오랜 세월 단절된 탓에 잘 알려지지를 않았다. 그런데, 수년 전에 숙원사업이었던 연육교 다리가 놓여진 후 입소문이 나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 해안은 구비 구비 톱니바퀴처럼 드러난 리아스식 전경이 일품이다. 한데, 나는 이 섬 어느 한 지점을 생각하면 불편해오는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경치 때문이 아니고, 나무를 잘라 환경을 훼손해서인데, 무심코 지나다가도 그곳만 지나치게 되면 명치끝이 아려오는 것이다. 남들이 들으면 황당해 할 이 사건이 벌어진 때는 꽤 세월도 흘렀지만 잊을 수가 없다. 그 일은 군청에서 도로를 확장하면서 비롯되었다.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라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예지력이 없었을까. 그곳의 소나무들은 수관도 빼어날 뿐 아니라 공사하는데도 크게 장해될 것이 없었다. 그러니 두고두고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나무들은 돌산 대교에서 약 2km 상거한 지점의 우두리 도로변에서 분리대 구실을 하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좋다며 감탄사를 발했다. 나무들은 도로 중앙에 섬처럼 위치 해 있어 누구하나 베어 내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고 없는 것이었다. 베어낸 자리를 보는 황량함이라니,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허망한 기분과, 마치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군 당국에서는 미관과는 알 바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럴 수가 있는 일인가.

생각하면 얼마나 단견이며 어리석은 짓인가. 관광도시를 만들어 놓겠다고 떠들어대면서 한쪽에서는 그 자원이 되는 좋은 볼거리를 없애버리다니,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처사가 아닌가. 측은한 생각마저 드는 것이었다. 군 당국에서는 나무를 베어 냄으로써 트여 보이는 시야만을 생각했지, 잃어버린 명물, 명소는 생각도 못한 게 분명했다. 당국은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서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 지점을 지날 때마다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아쉬움을 어쩔 수가 없었다.

여수가 앞으로 비전을 가지고 펼쳐나갈 사업은 관광사업인데, 그야말로 명물, 명소를 없애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걸 보면, 행정을 펴는 사람들의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새삼 인식하게 된다. 이런 단견이 빚어낸 폐해사례는 따지고 보면 어디 이런 곳 한 둘 뿐이겠는가 싶다. 계획을 세워 무슨 일인가를 함에 있어서는 투철한 사명감과 함께 합리적인 사고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새겨 돌아보게 된다.

하는 일이 당장은 좋은 일일 것 같은 것도 시간이 흐르면, 나쁜 경과를 빚어내게 되고, 비록 지금은 성이 차지 않은 일도 나중에는 크게 쓰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자기의 편견을 가지고 밀어붙일 일이 아닌 것이다. 그 실례가 있다. 어느 날 내가 퇴근을 하고 보니 살고 있는 집 앞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답답했다. '왜 하필 집 앞에 답답하게 세워놓았지' 짜증도 났다. 한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못마땅하게 여길 일도 아니었다. 전에는 집 앞이 어두워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반드시 손전등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던 것이다. 더구나 집 앞을 훤히 비춰주니 도둑 걱정까지 사라져서 좋았다. 너무 한가지만 외곬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분리대 구실을 하던 돌산의 그 명품 소나무도 단지 한가지, 교통에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베어낸 것은 졸속행정이 아닐 수 없다. 좀더 앞을 멀리 내다보고 그 소나무들을 살려놓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못내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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