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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5 19:35 수정 : 2006.05.25 19:35

유배온 선비들이 북쪽 한양에 있는 임금을 그리며 올랐던 연북정.

제주시 동쪽해안 따라 들어간 조천 눈앞에 다섯개의 돌탑 ‘우뚝’
더 동쪽으로 발돌려 함덕 지나자 퉁방울눈 돌하르방공원이 반긴다

북제주 방사탑과 돌하르방

신흥리 마을 앞바다 큰개에 세워진 방사탑이 밀물 무렵 바닷물에 잠겨 마치 섬처럼 보인다.

신앙의 땅답게 제주 사람들은 제주에서 흔하디 흔한 구멍 숭숭 난 검은 현무암으로 액막이를 해왔다.

오랜 세월을 제주 사람들과 함께 하며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존재로 돌하르방과 방사탑이 있다. 바다를 낀 마을이면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방사탑(防邪塔)은 마을을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쌓아올린 원통형의 돌탑이다.

제주시에서 12번 국도(일주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11㎞ 정도 가면 조천읍 조천리가 나온다. 남조로 4거리에서 좌회전해 500미터를 들어가자 왼편으로는 넓은 바다를 끼고 맞은편은 검은 돌담이 끝없이 펼쳐진 해안도로가 나온다.

싱그런 마늘밭과 노란 개민달레꽃, 새하얀 무꽃 등이 피어있는 해안도로를 500미터쯤 좁혀가자 아담한 포구를 감싸안은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천초(우뭇가사리)를 햇볕에 말리고 있는 방파제 앞에 서자 말굽 모양으로 굽어져 신흥리 주민들이 큰개라고 부르는 바닷가 앞으로 2~3미터 높이의 돌탑 5개가 우뚝 서있다.

말굽이 시작되는 남쪽 포구 ‘새배코지’에 있는 것이 오다리탑(오래탑)이고, 북쪽 ‘새백개’쪽의 큰개 안에 놓인 것이 큰개탑(생이탑)이다. 이 곳 바닷가가 게의 집게 형상이어서 물지 못하도록 탑을 쌓아서 막았다고 한다.

“아주 옛날에 할아버지들이 나쁜 잡귀 같은 것들이 못 들어오라고 세웠어. 앞에 세 개는 요즘 해안도로를 놓으면서 만들었어.” 이 마을 김치문(71) 할머니는 “해안도로가 생기면서 외지 사람들이 마을 앞을 지나다 멈추고 사진을 찍고 간다”고 말했다.

바닷물이 들이차자 반쯤 잠겨 영락없는 섬이었던 큰개 안에 있는 방사탑 3기는 물이 빠지자 하얀 모래사장을 드러내 보였다. 맑은 물 아래에는 해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고, 작은 물고기들이 가끔 물 위로 뛰어오른다.

제주 사람들은 안녕을 기원하고, 전염병과 화재, 해상사고 등을 예방하고자 방사탑을 쌓았는데 17기가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특히 마을사람들은 방사탑을 쌓으면서 탑 안에 밥주걱과 솥 등을 넣었다.

큰개를 가로지르는 해안도로 바로 남쪽 마을 입구에는 남성 금지구역인 볼래낭할망당이 있다. 예전부터 왜구들의 출몰이 잦아 왜포라고 불렸던 이 마을에 어느날 한 왜인이 멜을 잡으러 왔다가 이 마을 주민 박씨를 겁탈하려하자 박씨는 도망쳐오다 볼래낭 밑에서 죽고 말았다. 주민들은 박씨를 위해 그 자리에 당을 만들어 모시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기고 있다. 심방도 그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는 ‘금남지역’이다.

신흥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1킬로 정도 가자 조천읍 함덕리에 깨끗한 함덕해수욕장과 마주쳤다. 바다 속에 수심이 얕은 모래밭이 500m 정도 펼쳐져 있고, 파도가 없는 편이어서 가족동반 피서객이 많이 몰리고 있는 곳이다. 함덕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를 빠져나와 12번 국도를 타고 성산 방면으로 5분 거리에 북촌초등학교가 있고 오른 편에 돌하르방공원 표지판이 나온다.

지난 10월 중순에 문을 연 이 야외공원에는 제주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전통 돌하르방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과 창작품 등 48점이 전시되어 있다.

뭉툭한 주먹코에 툭 튀어나온 퉁방울 눈을 부라리고 눈썹을 치켜올린 모습이 무섭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푸근하고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표정을 보면 화가 난 듯하기도 하고 반기는 모습인 듯도 한 돌하르방은 제주를 오랜 세월동안 지켜오고 있다.

“나는 돌하르방이다/ 아니, 제주의 자연과 역사와/ 삶의 저주와 증오,/ 그리고 제주의 실체, 무덤, 절망, 죽음/ 그런 것들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돌의 영이다./ 제주사람들이 마을의 허한 부분에 갖다 세워놓으면/ 나는 탑이 되었고, 석장승이 되었고, 거욱대가 되었다/…”-문무병의 시 ‘돌하르방’

제주도에는 예전에 1목 2현(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의 성문 밖에 세워졌다는 돌하르방 45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하르방공원에서는 전통의 돌하르방과 함께 ‘포옹’ ‘사랑의 몸짓언어’ ‘꽃을 든 돌하르방’ ‘평화의 전도사’ 등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현대적인 돌하르방도 전시하고 있다. 돌하르방을 그리고 목판과 동판, 석판, 고무판을 이용해 찍기, 흙으로 만들기, 탁본하기 등 체험행사도 벌이고 있다.

제주/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꽃 건네고 포옹하는 평화의 모습 새겼죠”
돌하르방공원 김남흥 대표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 숲속에 자리잡은 돌하르방공원은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을 주제한 전문 갤러리공원이다.

제주대 동문들인 김남흥(39) 이옥문(38) 이창현(37) 오차욱(33) 등 제주 토박이 30대 석공예가 5명이 99년부터 여섯해 동안 제주도 민속자료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돌하르방 48기를 실물 크기로 재현한 작품과 창작 돌하르방 27기, 동자석 70여기 등 14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돌하르방이 제주도의 상징물로 많이 알려져는 있으나 체계적으로 정리된 작업들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너무 놀랐습니다. 제주 사람으로서 한 번 돌하르방을 정리해 돌하르방의 참 모습을 알려보려고 재현작업부터 시작했는데 돌하르방공원을 열게 됐네요.”

김남홍(39) 대표는 “처음에는 미니어처로 만들려고 했으나 원래 돌하르방의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똑같은 모습과 크기 그대로 되살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재현 작업은 돌하르방을 실측하고 20분의 1 크기로 미니어처 모델링 작업을 한 뒤 거친 제주 돌을 써서 1대1 크기로 깎아낸다. 사면에 대한 공간감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돌을 세워서 깎는데 처음 만들 때는 1개당 한달 반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그는 창작 돌하르방 작업에 대해 “옛 것을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가의 창작의지를 담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돌하르방의 형태도 예전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리만 꺼내놓은 모습, 꽃을 건내는 모습, 새집을 안고 있는 모습, 포옹하는 모습 등 모던해졌다.

“돌하르방을 통해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지난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4·3항쟁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공식사과했고, 올해 7월부터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출발합니다. 돌하르방이 제주도의 상징물이라면 당연히 평화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평화의 모티브를 자연과 사람의 이미지에서 찾는다. 그가 숲을 산책하면서 맑은 새소리를 듣고 새와 교감하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며 스케치한 것이 새장을 든 돌하르방과 새에게 먹이를 주는 돌하르방 작품으로 탄생됐다.

김 대표는 돌하르방공원을 운영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누구에게나 역할이 있고 저의 그 무게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고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다음에는 다른 주제로 다른 재료를 써서 작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제주목에 세워졌던 돌하르방을 재현한 작품 2기와 동자석 6기의 모습.

여행 정보

북제주군 조천읍 조천리의 역사유적으로 제주도에 유배되어온 선비들이 북쪽의 한양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는 팔작지붕의 정자 연북정이 있다. 제주삼다의 하나인 돌과 민속자료 등을 모아 6월3일 문을 여는 제주돌문화공원(064-741-0397), 제주지역의 항일 독립운동 자료를 전시한 제주항일기념관(783-2008)과 교래리 삼굼부리 등이 주요 볼거리다. 지역번호 064

▶가는길

제주시 오라동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선 시외버스로 조천리까지 20분쯤 걸린다. 렌트카 회사 60여개가 있으며, 중형급(2000㏄ 이상) 자가용이 1일 24시간 렌트비 4만원. 동아렌트카(743-1515).

▶먹거리

조천읍 조천리와 신흥리 해안도로변과 함덕해수욕장 주변에 횟집과 식당이 많다. 제주시에서는 제주흑돼지 불고기전문 새별미식당(742-4656), 자연산 활어 및 전복죽 전문 소라횟집(75709953), 멜(멸치)국·성게국·갈치국 등 국 전문 장춘식당(742-8556), 한을식당(744-2701) 등이 있다.

▶숙박

함덕해수욕장 부근에 동양선라이즈리조트(780-5000), 선샤인호텔(784-2525), 오션그랜드관광호텔(783-0007) 등과 민박형 펜션시설이 많다.

▶기타

돌하르방공원(www.dolharbangpark.com. 782-0570), 조천읍사무소(783-6003), 제주종합관광안내소(742-8866)에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제주 생태관광 전문 뭉치이벤트투어(www.뭉치.kr. 724-6887)에서 제주 역사유적을 찾는 ‘스트리 관광’의 하나로 방사탑과 삼굼부리 일대 코스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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