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9 18:49
수정 : 2018.11.29 20:05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
1년 이상 임용 보장, 방학 중 임금·퇴직금 지급
유신정권 젊은 교육자들 몰아내려 교원지위 박탈
사립대 강사 수 줄이는 꼼수 방안 논란 이어질듯
|
강사노조 고려대 분회가 2013년 10월 28일 오후 고려대 안암 캠퍼스 민주광장에서 시간강사의 시간당 임금 인상과 수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박정희 유신정권 당시 교원 지위를 박탈당한 대학 강사들이 41년 만에 교원 지위를 되찾았다.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강사법)이 찬성 183명, 반대 6명, 기권 32명으로 통과됐다. 개정 강사법은 강사들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명시했다. 임용 때엔 대학이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1년 이상 임용과 매주 6시간 이하 강의를 원칙으로 했다.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이 지급되며, 직장건강보험 가입도 명시했다.
특히 3년까지 강사들이 재임용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재임용에 탈락했을 경우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줘 고용 안정성을 확보했다. 정부는 방학 중 강사 임금 지급과 강의역량 강화를 위해 55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1977년 박정희 유신정권은 비판적인 젊은 교육자들이 대학에 발붙이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강사의 교원 지위를 박탈했다. 2010년 조선대 서아무개 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2011년 강사법이 제정됐지만 대학과 강사 양쪽의 반대로 4차례 시행이 연기됐다. 지난 3월 대학·강사·국회 쪽이 각각 4명의 전문위원을 추천해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꾸려졌다. 협의회는 6개월간 18차례 회의를 벌인 끝에 극적으로 합의안을 마련했고, 이 합의안을 담아 여야가 초당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법 시행은 내년 8월부터지만, 대학들이 비용 증가를 구실로 강사들을 대거 해고함으로써 수업의 질이 악화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대는 1200명 수준인 강사를 내년까지 500명 수준으로 줄이고, 연세대는 교양 수업 157과목 중 98과목을 폐지해 강사를 1400명 감축한다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고려대도 졸업 때까지 들어야 하는 수업을 130시간에서 120시간으로 줄이고, 강의들을 합쳐 대규모 강의로 전환하며, 강사 채용을 자제하는 대신 전임교수, 겸임교수, 외국인 교수의 강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담긴 대외비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날 한양대 교수 53명은 “전국의 사립대학들이 진행하는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는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대학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교수, 강사,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 모두가 연대하여 강사 대량해고와 교육 개악을 저지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전날 국회 앞에서 강사와 교수, 학생 등 1738명이 서명한 선언문을 발표하며 “이번 강사법은 대학을 명실상부한 학문 재생산의 기반으로 다시 세우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시간강사의 생존권 보장만을 요구했는데도 대학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법이 취지대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철저히 감시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