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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5 17:17 수정 : 2017.06.25 19:08

여름 계간지들이 내놓은 전망과 분석
‘황해문화’ 공안세력 청산 제1과제로 제시
‘문화/과학’ 혁명과 문화의 변증법적 관계 조명
‘마르크스주의연구’ 자본주의체제 분석 집중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한국 사회에는 유례없는 큰 변화가 일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또다시 계절이 바뀐 가운데, 각 학술 계간지들은 여름호에서 ‘촛불 이후’에 대해 저마다의 지향점에 따른 냉철한 전망과 분석을 내놨다.

계간 <황해문화> 여름호(95호)는 ‘촛불과 그 이후의 과제들’을 특집으로 실었다. 권두언에서는 “새로운 정부가 반드시 적폐 청산해야 하는 대상은 ‘관피아’ 중에서도 핵심인 ‘공안마피아’”라고 제시했다. 반대파를 ‘종북’으로 몰아온 공안체제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적폐의 근원이며 재생산 기지”라는 문제 인식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총론 격인 ‘적폐청산의 시발점, 공안체제의 해체’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7년 민주화를 계기로 과거 군, 안기부, 보안사가 중심이었던 공안세력이 검찰과 국정원을 중심으로 재편된 역사적 흐름을 짚었다. 그는 “촛불혁명 이후 다른 어떤 개혁보다도 검찰개혁이 중요하며, 검찰개혁이 얽히고설킨 각 분야의 개혁을 풀어나가는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오도된 ‘법치주의’ 개혁을 위한 과제’ 글에서 사법권의 오작동에 의해 법치주의와 공안체제가 은밀하게 동거하는 ‘사법적 공안체제’를 우리 사회의 특징으로 짚었다. 그는 사법행정의 분권화와 민주화,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의식개혁 등을 과제로 제기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아르스프락시아의 김학준 미디어분석팀장은 촛불집회 당시의 인터넷 빅데이터를 통해 ‘민의’가 드러나는 모습을 분석했는데, “체제의 구조적 변혁을 요구하기보단 체제가 약속한 법과 절차를 준수하라는 요구”가 두드러졌다고 짚었다. 또 “촛불의 성공에 대한 과도한 도취가 수많은 균열과 잠재적 갈등이 있던 촛불을 정확히 성찰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화/과학> 여름호(90호)는 ‘혁명과 문화 100년’을 특집으로 담았다. 문화이론 전문지답게 러시아혁명 100년을 맞이하여 혁명과 문화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주로 탐색했는데, 최근 ‘촛불시민혁명’을 겪은 경험과 앞으로의 전망이 배경처럼 깔렸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혁명의 문화, 문화의 혁명’에서 혁명이 문화로 기억되고 문화가 혁명을 지속시키는 등 문화와 혁명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문화는 혁명의 현재와 미래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 사회적 연대를 위한 투사의 형상으로, 소수자의 형상으로, 다양성과 자율성의 가치의 형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혁명, 프랑스 혁명, 한국의 80년대와 최근 촛불정국 등에서 나타난 시각예술적 요소를 짚은 ‘혁명과 시각예술’(조선령 부산대 교수), 혁명 주제가라 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가’의 역사적 변용을 다룬 ‘인터내셔널!-어느 노래에 대한 역사적 기억 연습’(서동진 계원예술대 교수) 등이 함께 실렸다.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을 중심 줄기로 삼는 <마르크스주의연구> 여름호(46호)는 “촛불혁명의 원동력이 된 대중의 개혁 요구는 21세기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위기의 조건에서는 결코 완전하게 실현될 수 없다”며, 현대 자본주의의 발전단계와 위기의 문제에 집중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가 드러나는 국면을 예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관점을 수용하는 김성구 한신대 교수와, 그의 약점이나 한계를 지적하는 박승호 성공회대 교수, 이재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정성진 경상대 교수 등이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입각해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를 어떤 이론적 체계를 세워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 논쟁을 벌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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