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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6 19:10 수정 : 2019.12.07 01:22

김은선 차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출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김은선 지휘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지명
한국인 여성으로 첫 국외 유력 오페라단 음악감독
뉴욕타임스 “미국 메이저 오페라단 첫 여성 음악감독”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 딸…김대중 대통령과도 인연

김은선 차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출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39)이 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발탁됐다. 교향악단보다 한층 더 ‘금녀의 벽’이 높다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에 발탁된 것이라 더욱 뜻깊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그녀가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미국의 메이저 오페라단에서 처음으로 음악감독직을 맡은 여성”이라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은 이날 자신들의 누리집에 “김은선이 오페라단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지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021년 8월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부터 지휘봉을 잡게 된다. 김 지휘자는 1923년 설립된 이 오페라단의 네 번째 음악감독이자 첫 번째 여성 음악감독이다.

오페라단 총감독 매슈 실벅은 “김은선은 우리 악단에 독특한 에너지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모든 사려 깊은 리더십과 깊은 공감, 극장의 모든 이들을 향한 놀라운 존중으로 우리의 구성원들을 하나의 음악적 여정을 향해 하나로 연결했다”며 그의 지명 이유를 밝혔다. 김 지휘자는 지난 6월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를 지휘하며 오페라단에 데뷔했는데, 6개월 만에 음악감독 자리에 오른 것이다.

김 지휘자는 오페라단 성명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첫 무대에 섰을 때 저는 고향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악단의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열려 있는 협업,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연금술과 같은 신기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어, 이 놀라운 유산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루살카를 지휘하며 이런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임 지휘자를 해달라고 해서 너무 감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휘할 때 어떻게 하면 악보에 쓰여 있는 대로 작곡자의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데, 그것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으로서 임기가 시작되면 “레퍼토리는 최대한 다양하게 하고 싶다”며 “젊은 예술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 타임스>에는 “‘첫 여성 음악감독’이 돼서 영광이다. 하지만 다음 세대에는 그저 ‘지휘자’로 불리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은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미국의 주요 오페라단 중 하나다. 존 프리차드, 도널드 루니클스, 니콜라 루이조티가 전임 음악감독이었다. 김 지휘자는 임기 중에 오페라단의 100주년 시즌(2022~2023)을 맞게 된다. 5년간의 임기 중 매년 4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임무를 맞게 된다. 그 외에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데뷔 무대가 예정되어 있고, 독일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등 여러 악단과의 공연이 잡혀 있다.

김은선 차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출처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김 지휘자는 그동안 수많은 ‘최초’ 기록을 세워왔다. 김 지휘자는 연세대 작곡과를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스페인에서 열린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10년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오페라 극장에서 로시니의 희극 ‘랑스로 가는 여행’을 지휘한 것은 1858년 이사벨 여왕 2세 때 설립된 극장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지휘봉을 잡은 것이었다. 국내 출신 지휘자가 국외 유력 오페라단에서 음악감독직을 맡은 것은 정명훈 지휘자가 파리 바스티유오페라 음악감독을 맡은 이후로 두번째며,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문화부 장관을 지낸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딸이기도 하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본인이 부단히 노력한 것의 결과를 얻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선이가 고등학교를 예술고가 아닌 일반고로 갔는데, 음악 교사가 음악적 재능을 알아봐줘서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 가족과 가까웠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김 지휘자의 발전을 축하하고 격려하기도 했다고 김 전 장관은 전했다.

현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가 프랑스 리옹 국립 오페라단의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인 2011년에 김은선은 그의 밑에서 보조 지휘자로 활동했다. 페트렌코는 김 지휘자의 선임을 축하하며 “김은선은 지휘자로서 필요한 진지함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치지 않는 노력과 적절한 자기비평적 접근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아온 동료다. 김은선의 음악감독 역임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뛰어난 개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2015년에 김은선을 베를린 국립 오페라 무대에 초청하기도 했다. 바렌보임 또한 “김은선의 국제적 경력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항상 그가 지극한 엄격함으로 지휘자의 역할을 맡으며 그 무엇보다 그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는 음악가라고 생각했다”면서 축전을 보내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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