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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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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62회 공연·206만 관객 동원
SRT 증원되고, 암표상·불법 굿즈 단속
서울서 시작한 월드 투어 서울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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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열리는 29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앞엔 ‘겉돌이’들이 가득 모여있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담요를 뒤집어쓴 채 돗자리를 펴놓고 준비해온 도시락도 먹으며 공식 응원봉인 ‘아미밤’을 흔들면서 말이다. ‘겉돌’은 표를 구하지 못해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하더라도 공연장 밖을 배회하며 팬들과 만나거나 제작한 굿즈를 서로 선물하는 등 콘서트의 설렘과 분위기를 팬들끼리 공유하는 문화다. 남편과 함께 ‘겉돌’ 중이었던 40대 박미영씨는 “중학생 딸은 표를 구했는데, 저는 구하지 못해서 딸만 들여보내고 밖에서 응원중이에요. 저와 딸 모두 아미인데, 지방에서 올라온 터라 남편은 기사 노릇하러 함께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대장정이 서울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방탄소년단은 29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 서울 마지막 공연을 4만여 팬들의 환호 속에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26일, 27일에 이어 이날까지 3일간 열린 콘서트의 관객은 총 13만명에 달한다.
공연장은 콘서트 당일 이른 아침부터 모인 수많은 팬의 열기로 가득했다. 팬들은 공연장 주변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거나 공식 MD를 구입하고 각종 체험 이벤트에 참여하며 콘서트의 시작을 기다렸다. 공연장이 위치한 2호선 잠실운동장역 물품 보관함 주위에는 미처 보관함을 확보하지 못해 방치된 캐리어가 한가득 쌓여있기도 했다. 캐리어를 분실하는 것조차 감내한 팬들의 열정이었다.
소속사 빅히트의 팬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공식 MD를 사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줄을 서야했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위플리’라는 앱을 통해 미리 주문하면 정해진 시간에 현장에서 제품을 받을 수 있게 했고, 공식 팬 커뮤니티 서비스인 ’위버스’ 앱을 이용해 실시간 대기 시간과 진행 상황(매우 혼잡, 혼잡, 원활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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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이런 팬들의 열기를 동력 삼아 축제를 시작했다. 화려한 축포와 함께 고대 그리스 신화를 재현한 무대에서 ‘디오니소스’로 포문을 열었다. 방탄소년단의 강렬한 군무에 맞춰 팬들은 엄청난 함성과 떼창으로 환호했다. 이어 ‘낫 투데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페이크 러브’, ‘MIC Drop’ 리믹스, ‘IDOL’ 등 히트곡이 이어졌다.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의 솔로 무대도 이어졌다. 제이홉의 ‘저스트 댄스(Just Dance)’를 시작으로 정국의 ‘유포리아(Euphoria)’, 지민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RM의 ‘러브(LOVE)’, 뷔의 ‘싱귤래리티(Singularity)’, 슈가의 ‘시소(SEESAW)’, 진의 ‘에피파니(Epiphany)’ 등 7인7색의 무대가 차례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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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연인만큼 볼거리 역시 역대급이었다. 무대 콘셉트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 등 효과 장치로 몰입도를 더했으며, 정국은 리프트에 의존해 주경기장을 날아다녔다. 멤버들은 무빙카를 나눠 타고 3~4층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흔들어주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즈도 취했다. 앙코르에서 터진 폭죽은 여의도 세계불꽃축제를 방불케 했다. 특히 공연의 마지막 곡인 ‘소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진 ‘드론 라이트 쇼’가 압권이었다. 보랏빛을 띈 300여개의 드론이 대우주부터 시작해 태양계을 이루고 있는 행성들을 지나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 있는 소우주인 공연장 상공에 도착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드론은 마지막으로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심볼로 변화해 공연장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멤버들은 이날 공연 말미 '방탄이란 은하수에 아미란 별들을 심다'라는 문구가 적힌 슬로건을 공개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또,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아미봉 파도타기’를 하며 대장정을 마무리 하는 순간을 자축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중 일부는 투어를 끝낸 소감을 밝히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풍성한 즐길거리 만큼이나 불법 단속에도 힘을 쓴 모양새였다. 앞선 공연들처럼 암표상 근절을 위해 철처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후 입장 발찌를 배포했다. 특허청 직원들도 나와 불법 굿즈를 사고 파는 행위를 저지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대중교통 운영 방침에까지 영향을 줬다. SR은 지방 팬들을 위해 수서발 부산행 SRT(수서발고속철도) 좌석을 2배 증편했다. SRT 관계자는 “추석·설날 등에 증편을 한 적은 있지만, 문화행사를 위해 증편을 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지방에서도 많은 팬들이 이번 서울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올라올 것으로 예상돼 증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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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탄소년단은 26일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로, 27일 공연은 극장에서 생중계했다. 지난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공연 당시 처음 시작해 14만명이 지켜본 온라인 생중계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26일 공연은 약 14만명이 네이버 라이브로 생중계로 봤고, 27일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에서 열린 생중계는 1만3000여석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부터 14개월에 걸친 월드 투어를 해왔다. 총 62회 공연 동안 누적 관객만 206만명에 달한다.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로 20개 도시에서 42회 공연을 통해 총 104만명 관객을 동원했고, 이어진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로 10개 도시에서 20회 공연으로 102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또 지난해 10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홈구장인 시티필드에 입성했고, 지난 6월에는 ‘팝의 성지’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과 보수적인 문화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외 가수 최초로 스타디움 공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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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어의 첫 시작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이었다. 뷔는 공연을 시작하며 “서울에서 시작한 투어가 다시 서울에서 끝나는 ‘수미상관’이다. 처음과 끝 모두 여러분과 함께라서 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14개월의 대장정을 끝낸 방탄소년단은 다시 출발점에 섰다. 현지시각으로 다음달 24일 열리는 '2019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의 '투어 오브 더 이어' 부문 후보에 올라가 있기도 하지만, 단순히 수상실적 같은 기록만이 방탄소년단의 존재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건 아니다.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는 여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리더 RM의 말처럼 러브 유어 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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