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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0 08:00 수정 : 2019.10.10 13:03

결성 20돌을 맞아 여덟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한 밴드 넬 멤버들. 왼쪽부터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김종완(보컬), 정재원(드럼). 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결성 20주년 맞은 넬 인터뷰】
정규 8집 앨범 ‘컬러스 인 블랙’
타이에서 한달간 합숙하며 작업
각기 다른 스타일·색 지닌 9곡
연말 정기공연에서 라이브 공개

“슬픔·좌절 같은 감정 속에서
각자의 색깔과 이유를 발견…
서울에선 나오지 않았을 음악들
자연 속에서 순간적으로 쏟아져”

결성 20돌을 맞아 여덟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한 밴드 넬 멤버들. 왼쪽부터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김종완(보컬), 정재원(드럼). 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꼭 20년 전인 1999년, 어릴 적 한동네 살던 죽마고우 넷이서 밴드를 결성했다. 서울 홍익대 앞 인디신에서 활동하다 서태지의 레이블 ‘괴수인디진’에 영입될 때도, 거기서 나와 울림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갈 때도, 2016년 독립해 자신들의 레이블 ‘스페이스보헤미안’을 세울 때도 김종완(보컬)·이재경(기타)·이정훈(베이스)·정재원(드럼)은 늘 함께였다. 밴드 넬 이야기다.

결성 20돌을 맞은 넬이 10일 여덟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앨범 제목 따라 옷을 입은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이따가 상갓집에 가야 해서요”라는 예상 밖의 답을 했다.

“슬픔·불안·우울·좌절 같은 검은색의 감정들을 담은 어두운 앨범을 만들려 했어요. 그런데 앨범 작업을 하면서 그런 감정들에도 각자의 색깔과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하나의 커다란 어둠이라고 생각할 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느꼈는데, 실은 그 안의 여러 색깔이 뭉쳐서 까맣게 된 거라고 생각하니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수월해진 것 같아요.” 전곡을 작사·작곡한 김종완의 말이다. 앨범 제목이 그냥 <블랙>이 아니라 <컬러스 인 블랙>이 된 이유다.

결성 20돌을 맞아 여덟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한 밴드 넬 멤버들. 왼쪽부터 이재경(기타), 정재원(드럼), 김종완(보컬), 이정훈(베이스). 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어두우면서도 너무 어둡지만은 않은 앨범이 된 것은 올해 초 타이에 가서 작업한 영향이 크다. 파타야 인근 방사라이의 카르마스튜디오에서 한달간 합숙하며 곡 작업과 녹음을 했다.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스튜디오에 틀어박혀서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작업에만 몰두했어요. 그렇게 순수하게 음악만 생각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언젠가부터 앨범 작업을 할 때 잡생각도 많아지고 부담도 되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즐거웠어요. 앨범이 그나마 덜 어둡게 나온 건 그 때문일 거예요.”(김종완)

앨범에 실린 9곡이 주제 면에선 일맥상통해도 사운드 면에선 각기 다른 스타일과 색깔을 지닌다고 이들은 전했다. 앨범 제목 <컬러스 인 블랙>에는 이런 뜻도 반영돼 있다.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서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서울에선 나오지 않았을 음악들이 순간적으로 쏟아져 나왔어요. 곡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참 흥미로웠죠.”(이정훈)

타이틀곡은 ‘오분 뒤에 봐’.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집 앞에 왔는데, 우리 잠깐 만날까? 그때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너무 오래된 듯해. 오분 뒤에 봐” 하는 내용이다. 전반부에선 좀 쓸쓸하게 시작해 후반부에서 풍성하게 휘몰아치는 현악기 연주가 포근히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다.

“우리 밴드 자체가 어릴 때 만난 친구들이잖아요. 그 시절 일주일에 사나흘을 같이 보내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각자 생활에 바빠지면서 언젠가부터 한달에 한번, 나중에는 1년에 한두번밖에 못 보게 된 거예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이 친구들을 볼 날이 얼마 되지 않겠구나 생각하니 씁쓸해졌어요. 그래서 만든 곡이에요.”(김종완)

결성 20돌을 맞아 여덟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을 발표한 밴드 넬 멤버들. 왼쪽부터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김종완(보컬), 정재원(드럼). 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그래도 이들 넷만은 큰 탈 없이 20년을 함께 걸어왔다. “멤버들이 일로만 엮였다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친한 친구인데다 좋은 음악에 대한 열망이 있어 가능했던 것 같아요.”(이재경) “4명의 성격이 다 달라요. 같은 스트레스로 부딪치지 않고, 서로 부족한 면을 메워주죠. 그런 것들이 지금껏 음악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해요.”(이정훈)

넬은 지난 8월 한달간 서울 홍익대 앞 브이홀에서 모두 12회에 이르는 장기 클럽 콘서트를 펼쳤다. 대형 공연장도 순식간에 매진시키는 이들이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는 건 드문 일이다. “어릴 때는 클럽 공연을 많이 했는데 언젠가부터 큰 공연장에 많이 서게 됐어요. 작은 곳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는 느낌이 그리워서 2년 전 오랜만에 클럽 공연을 했고, 이번에 결성 20돌을 맞아 팬들과 얼굴 보면서 축하하는 의미로 클럽 공연을 또 했어요.”(이정훈) “이번 무대에 서면서 팬들에게 고맙고, 멤버들에게 고맙고, 20년 동안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고맙더라고요.”(정재원)

넬은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따로 하는 대신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하는 정기공연에서 새 앨범 곡들을 라이브로 선보일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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