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8 11:07
수정 : 2019.12.18 11:18
|
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전에 출품됐다가 고증시비로 교체된 대가야시대의 흙방울의 전시모습.
|
전시 서두 가야신화 상징물로 나온 고령 출토 흙방울
고증부실 논란 빚자 <삼국유사> ‘가락국기’로 교체
|
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전에 출품됐다가 고증시비로 교체된 대가야시대의 흙방울의 전시모습.
|
이달초 개막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의 전시장 첫 머리에 가야 건국신화를 상징하는 유물로 등장했던 경북 고령 지산동 가야 무덤 출토 흙방울이 부실 고증 비판이 제기되면서(<한겨레> 9일치 21면 ‘노형석의 시사문화재’) 논란에 휩싸이자 전격 교체됐다. 국립박물관 기획전 서두에 나오는 대표 유물이 언론에서 제기한 고증 시비로 바뀌게 된 것은 박물관 역사를 통틀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겨레>의 취재 결과 박물관 쪽은 지난 주말 전시 들머리 진열장에서 흙방울을 꺼내어 수장고에 입고시켰으며, 금관가야 가락국의 건국신화를 담은 <삼국유사>의 ‘가락국기’ 원본을 지난 16일부터 대체해 전시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흙방울은 올해 3월 고령 지산동 대가야계 석곽묘에서 출토된 유물로 표면에 거북등과 동물 문양 등이 새겨져 있다. 고령군과 발굴기관 쪽은 이런 문양을 토대로 학계의 확실한 고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가야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가 깃든 구지가의 상징물이란 해석을 내놓았고, 박물관도 이 해석을 답습하며 전시의 대표 유물로 들머리에 내놓았다가 학계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
교체전시중인 <삼국유사>‘가락국기’ 원본.
|
박물관 기획진이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로맨스를 상징하는 실체로 부각시켰다가 역시 부실고증 논란에 휘말린 김해 파사 석탑의 경우도 박물관 쪽은 탑을 놓은 자리 안팎의 바닥에 신화 영역과 역사 영역을 구분하는 표기를 붙이기로 했다. 또, 유리 탑 모양의 대형 진열장에 한꺼번에 모아 전시중인 상형토기들 가운데 말탄무사 모양 토기와 배 모양의 토기 등 의미와 가치가 뛰어난 몇몇 작품들은 독립진열장에 따로 선보이는 쪽으로 구성 방식을 바꾼다. 이밖에 가야의 교류상을 보여주는 전시 후반부의 ‘번영’ 영역에서는 김해 대성리 고분과 양동 고분의 유적 영상을 상영해 관객의 이해를 돕기로 했다. 실무 기획자인 윤온식 학예연구사는 “언론에서 제기한 우려와 비판을 감안해 오해가 없도록 전시 콘텐츠를 상당부분 바꿨다. 금요일(20일)까지 보강 작업을 끝내고 주말부터 달라진 전시를 보여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달 3일부터 시작한 ‘가야본성’전에는 이번주초까지 모두 8000명 가량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