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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5:00 수정 : 2020.01.10 13:30

펭수 다이어리

[책&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펭수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놀(2019)

펭하! 펭수 열풍이 대단하다. 대중문화계는 펭수를 섭외하려고 난리고, 유통가에서는 펭수 관련 상품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출판계 상황도 마찬가지. 지난 12월19일 정식 출간된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놀)는 예약 판매만으로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순식간에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해 출판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펭수 캐릭터 책 출간을 둘러싼 출판사 간의 경쟁도 치열했다. 유튜브에 펭수가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기를 직감한 대형 출판사들이 앞다퉈 <교육방송>(EBS·이비에스)에 캐릭터를 활용한 각종 출판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비에스는 고심 끝에 놀(다산북스)에 다이어리 출간만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의 엄청난 인기는 엉뚱한 해프닝으로까지 이어졌다. 캐릭터를 활용한 다이어리가 순식간에 수만 부가 팔려나가면서 캐릭터 출판의 성공 가능성을 직감한 이비에스는 자체적으로 단행본 출판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편집자 채용 공고를 올렸다. 이에 발끈한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비에스가 단행본 출판 사업에 뛰어들지 말고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비에스가 본업인 교육방송 사업보다 출판·광고·캐릭터 사업 등 부수적 수익 사업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히면서, 현재 펭수의 인기를 발판 삼아 캐릭터 굿즈와 라이선싱 사업 등의 수익 사업을 확장하느라 분주하다고 꼬집었다.

탈권위 펭귄 캐릭터 펭수의 인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그런데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예스24와 알라딘에서는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가 여전히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반면, 교보문고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는 빠져 있다. 이유가 뭘까? 지난해 연말 예약 판매만으로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가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출판계와 서점가에서는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의 정체성을 둔 논란이 불거졌다. ‘에세이 다이어리’라는 분류 자체가 없었을뿐더러, 이것을 ‘책으로 볼 것인가, 캐릭터 상품(문구류)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결국 교보문고 쪽은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를 캐릭터 상품(문구류)으로 판단하고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제외했다.

보노보노, 곰돌이 푸, 미키 마우스, 빨간 머리 앤, 스누피에 둘리까지,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에는 ‘책인 듯 책 아닌 듯’ 책과 캐릭터 상품의 경계에 걸쳐 있는 상품들이 출시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책과 캐릭터 상품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독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지 몰라도, 출판계 종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게다가 현행 도서정가제법에 의하면 책은 할인율에 제한이 따르지만 캐릭터 상품은 할인율 제한을 피해갈 수 있다. 이것은 책인가, 캐릭터 상품인가? 캐릭터 에세이, 에세이 다이어리 등, 새로운 분류의 아이디어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서점의 고민도 함께 깊어져 가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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