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요코 지음, 류순미 옮김/글항아리·1만4000원 도붓장수. 긴가민가해서 바로 인터넷 사전을 찾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 행상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일본인 우치다 요코는 베네치아 고서점 주인의 추천을 받아 몬테레조라는 마을을 찾아갔다. 토스카나주에 있는 이 마을에 ‘책 도붓장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낯선 이탈리아가 여기저기 묻혀 있었다”고 에세이스트 우치다 요코는 적었다. <몬테레조 작은 마을의 유랑책방>은 이렇게 책으로 태어났다. 산골 마을 몬테레조에는 32명만 살고 있었다. 남자 14명, 여자 18명, 이 중에서 90대 어르신이 4명이다. 하지만 1858년 이 마을 인구는 850명이었다고 마을 실태 조사에 기록돼 있다. 놀라운 것은 ‘직업은 책장수’로 기재된 이들이 70명이라는 것이다. 출판사도 종이공장도 서점도 없는 산촌에서 ‘유랑책방’을 운영한 까닭에 저자는 마음이 꽂혔다. “도붓장수는 유랑책방 구석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책을 고르는 일은 여행의 차표를 손에 쥐는 것과 같다. 도붓장수는 역무원이며 도시락 판매원이고 안내원이자 운전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적으로 이탈리아 찬양서다. 저자는 십여권의 책으로 이탈리아를 천착해왔다. 이 책 역시 몬테레조를 내세워 중세 활판인쇄부터 단테와 나폴레옹, 헤밍웨이까지 오락가락 ‘유랑’하지만 결국은 이탈리아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이곳과 저곳이 혼재되며 이야기 속에는 수수께끼처럼 들뜬 혼란이 가득한데, 가지가 모여 나무가 되고 나무가 빽빽이 자리 잡아 숲이 되듯, 이 책이 평범하고 소박한 이탈리아인들을 거쳐 향하는 곳은 결국 이탈리아의 문화와 정신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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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도 서점도 없는 시골에 웬 책 도붓장수 |
우치다 요코 지음, 류순미 옮김/글항아리·1만4000원 도붓장수. 긴가민가해서 바로 인터넷 사전을 찾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 행상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사는 일본인 우치다 요코는 베네치아 고서점 주인의 추천을 받아 몬테레조라는 마을을 찾아갔다. 토스카나주에 있는 이 마을에 ‘책 도붓장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낯선 이탈리아가 여기저기 묻혀 있었다”고 에세이스트 우치다 요코는 적었다. <몬테레조 작은 마을의 유랑책방>은 이렇게 책으로 태어났다. 산골 마을 몬테레조에는 32명만 살고 있었다. 남자 14명, 여자 18명, 이 중에서 90대 어르신이 4명이다. 하지만 1858년 이 마을 인구는 850명이었다고 마을 실태 조사에 기록돼 있다. 놀라운 것은 ‘직업은 책장수’로 기재된 이들이 70명이라는 것이다. 출판사도 종이공장도 서점도 없는 산촌에서 ‘유랑책방’을 운영한 까닭에 저자는 마음이 꽂혔다. “도붓장수는 유랑책방 구석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책을 고르는 일은 여행의 차표를 손에 쥐는 것과 같다. 도붓장수는 역무원이며 도시락 판매원이고 안내원이자 운전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적으로 이탈리아 찬양서다. 저자는 십여권의 책으로 이탈리아를 천착해왔다. 이 책 역시 몬테레조를 내세워 중세 활판인쇄부터 단테와 나폴레옹, 헤밍웨이까지 오락가락 ‘유랑’하지만 결국은 이탈리아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이곳과 저곳이 혼재되며 이야기 속에는 수수께끼처럼 들뜬 혼란이 가득한데, 가지가 모여 나무가 되고 나무가 빽빽이 자리 잡아 숲이 되듯, 이 책이 평범하고 소박한 이탈리아인들을 거쳐 향하는 곳은 결국 이탈리아의 문화와 정신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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