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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8 06:01 수정 : 2019.11.08 11:42

중화미각

권운영 외 지음/문학동네·2만원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사랑하는 요리, 베이징덕.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국중국소설학회 19명 풀어낸 중국 역사와 문학 속 스무가지 음식 이야기

전채-주요리-식사류-탕-후식-음료-간식-연회 차림까지 맛깔난 요리와 문화

베이징오리구이는 원래 난징 음식이다. 650년 난징을 수도로 명을 세운 주원장은 오리를 매일 한마리씩 먹어치울 정도로 좋아했고, 황실 요리사들은 황제의 입맛을 위해 더욱 맛있는 오리구이를 연구했다. 그가 죽자 쿠데타를 일으켜 조카를 죽이고 스스로 황제가 된 영락제는 베이징으로 수도를 옮겼고, 황궁 오리구이는 베이징 서민들이 사는 골목으로 퍼졌다.

베이징오리구이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사랑하는 요리로도 유명하다. 1954년 저우언라이 총리는 미국 정부에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 스위스에 망명중이던 찰리 채플린을 찾아가 특별히 준비한 베이징오리구이를 대접하려 했다. 채플린은 “제가 연기한 우스꽝스럽게 걷는 캐릭터는 바로 오리의 걸음걸이에서 영감을 얻은 겁니다. 오리에 감사하는 마음 때문에 오리고기를 먹지 않습니다”라고 사양했다. 저우언라이는 겸연쩍었다. 그때 채플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은 예외입니다. 이건 미국 오리가 아니니까요!” 채플린의 입담으로 연회는 흥겨워졌다.

베이징오리구이는 미-중 화해를 위해 1971년 중국을 극비 방문한 헨리 키신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저우언라이 총리의 식탁에도 오른 중국 외교의 주인공이다. 중국 음식에는 이렇듯 수천년의 문화와 역사가 배어 있다. <중화미각>은 한국중국소설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19명이 중국 역사와 문학 속 스무가지 음식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전채-주요리-식사류-탕-후식-음료-간식-연회 차림까지 맛깔난 요리와 문화, 이야기의 향연을 펼친다.

한국에서도 ‘마라’(혀를 마비시키듯 얼얼하게 매운 맛)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훠궈는 우리에게 친숙해진 충칭식 마라훠궈 외에도 동북, 베이징식 북방 훠궈와 쓰촨, 광둥, 후난, 후베이, 상하이, 안후이식 남방 훠궈까지 지역마다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다. 마라탕은 훠궈의 축소판인데 장강의 험난한 구역을 지나던 뱃사공들이 잠시 배를 정박하고 주위 나무 등을 주워 불을 지펴 탕에 온갖 재료를 넣어 끓여먹으며 퍼져나간 음식이다. 짜장면은 임오군란 당시 한반도에 들어온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산둥 상인들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하면서 전해진 산둥 요리다. 더 원조를 따져보면 짜장면의 소스인 콩으로 만든 두장은 만주에서, 국수는 중동에서 기원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원으로 들어왔다. 이 ‘초경계적’ 요리가 다시 바다를 건너 한국 서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호떡 역시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즐겨먹는 빵인 난이 중원으로 전해지면서 ‘오랑캐호(胡)’ 자를 붙여 호떡이 됐다. 임오군란 이후 산둥성 이주민이 대거 한반도로 들어와 노점 형태의 호떡집을 운영하며 값싼 먹거리로 대중화됐다. 반면 화교를 외래 침략자로 보는 반감도 있어 ‘호떡집에 불났다’ 같은 표현이 생기고, 화교 점포에 대한 방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북송 시대 문인 소동파(소식)는 백성들에게 선물 받은 돼지고기를 다시 백성들과 함께 나눠먹으려 동파육을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항상 백성들을 아끼고 오늘날 항저우의 최고 명물인 서호를 개축하고 제방을 쌓는 등 뛰어난 관리로도 유명하지만, 당쟁에 휘말려 오랜 세월을 유배로 보냈다. 그는 남쪽 만리 유배지의 척박한 땅에서도 지인들과 음식과 술을 나누며 인간미를 잃지 않았고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나 태어나 이 세상을 건너감은 본래 먹기 위해서였다네/ 관직 생활 오래되자 고향의 순채와 농어 맛도 가물가물/ 인간 세상 어찌 꿈만 같지 않으리오/ 남쪽 만리 온 것 진정 훌륭한 생각이었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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